현재위치 : > 비바100 > Encore Career(일) > Challenge(창업‧창직)

[비바100] "직접 만든 빵 사회에 '나눔'… 발달장애인도 베풀 수 있죠"

[인터뷰] 발달장애인과 빵 굽는 소울베이커리 김혜정 원장

입력 2023-12-12 07:00 | 신문게재 2023-12-12 13면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7 (3)
소울베이커리 김혜정 원장.(사진제공=소울베이커리)

 

발달장애인들이 정성으로 빵을 만드는 곳이 있다. 1997년 ‘애덕의집’에서 영양사 수녀님이 우리밀 쿠키로 장애인 간식을 만들면서 시작된 ‘소울베이커리’다. 이곳에서 만든 제품은 두레생협과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등 여러 곳에서 팔리고 있다. 쌀 케이크(쿠키)는 17년째 고양시에서 태어난 아기들에게 선물로 제공되고 있다. 김혜정 소울베이커리 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발달장애인과 함게 만드는 빵 이야기와 함께 어려웠던 과거와 앞으로의 희망을 들어 보았다.

 

 

- 간단한 본인 소개부터 부탁드립니다.

“사회복지사 김혜정입니다. 발달장애인들과 함께 빵을 만드는 소울베이커리의 책임자입니다.”


- 소울베이커리는 1997년에 시작됐다고 들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장애인 직업은 단순노동이 전부였는데 어떻게 제과·제빵을 시작하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장애인들이 건강하게 먹을 간식을 직접 만들자는 뜻에서 우리 밀로 쿠키를 만들었어요. 후원자분이나 봉사자분들이 찾고 구매하면서 점차 쿠키 종류가 늘어나고 만드는 양도 많아졌습니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장애인들의 일거리로 자리 잡게 됐습니다.”


- 빵이나 케이크는 만드는 과정이 복잡한데, 빵과 케이크를 40여 종류나 만들고 계신 것으로 압니다. 빵 만드는 공정이 다른 곳과는 다르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쿠키와 빵, 케이크는 많이 다릅니다. 쿠키는 불량률이 거의 없지만 발효과정을 거치는 빵은 매일 매일 습도와 온도에 따라 제품의 발효 타이밍도 달라요. 같은 오븐에서 구워도 오븐 스프링이 달라 중간에 꼭 확인이 필요합니다. 오븐에서 나오면서부터 빵은 노화가 시작됩니다. 유통기한이 긴 쿠키는 오늘 만든 제품을 꼭 당일에 출하할 필요가 없지만, 빵은 모두 그날 만들어 당일에 출하해야 합니다. 핵심 작업인 반죽이나 오븐굽기 공정에는 대개 장애인들을 배치하지 않고 비장애인들이 담당합니다. 하지만 저희는 불량률이 높더라도 장애인들에게 기회비용이 된다고 생각해 모든 공정에 장애인을 배치해 만듭니다. 쿠키 작업을 하는 곳이나 일반 빵공장보다도 불량률이 높아요. 비장애인이라면 혼자 할 수 있는 공정을 발달장애인 3~4명이 작업을 나눠 할 수 있게 직무를 세분화했습니다. 장애인의 개별특성을 최대한 고려해 배치하고 있습니다.”

 

2 (15)
소울베이커리의 제빵사들, 발달장애인 제빵사들도 비장애인 제빵사들과 똑같은 작업공정에 참여한다.(사진제공=소울베이커리)

 

- 설탕과 달걀, 밀가루 등의 가격이 오르며 제빵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소울베이커리 역시 부담이 클 것 같습니다.

“당연히 부담이 큽니다. 저희는 원료 대부분을 국산으로 사용해 재료비 비중이 상당히 높습니다. 최저임금도 매년 오르면서 제품 가격에 반영돼 늘 고민이 많습니다. 그래서 저희 같은 장애인작업장은 복지부나 경기도, 고양시에서의 장비 지원이나 저 같은 사회복지사 등의 인건비 지원이 없었다면 운영하기가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 소울베이커리가 어느덧 창립 25주년을 맞았습니다. 10년 이상 장기근속자에게는 부모님과 이탈리아 해외연수 기회를 제공하고, 최근에는 직원들을 위한 셔틀버스도 운영한다고 들었습니다. 소울베이커리 만의 직원 복지에 대해 들려주십시오.

“근로장애인의 장기근속을 유도하려고 해외연수를 보냅니다. 10년을 일한다는 것은 비장애인에게는 쉬운 일일 수 있지만 노화가 빠른 발달장애인에게는 정말 대단한 일입니다. 10년을 한결같이 일하면 이탈리아로 여행을 보내 줍니다. 이탈리아로 가는 이유는 그곳 음식인 피자와 스파게티, 젤라또 등이 장애인에게 거부감이 없는데다 저희 법인이 수녀회이기도 해 바티칸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워낙 유명한 곳이 많아 같이 가는 보호자분도 매우 만족해 하십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근로장애인과 비장애인 직원 간의 처우나 급여 차이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 차이를 없애는 게 직원 복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노력을 하고 있음을 알아주십사 하는 마음에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저희는 근로장애인의 경우 단순히 최저임금에만 맞추는 것이 아니라 ‘처우개선비’ 라는 수당을 별도로 매월 지급하고 명절 수당도 기본급의 50%를 두번 씩 지급합니다. 모든 경조사도 비장애인 직원과 똑같이 챙깁니다. 앞으로는 직장건강검진 외에 2년에 한 번씩 특별건강검진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입니다. 기술연수를 위해 4박 5일의 일본 동경제과 기술연수 프로그램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3 (20)
소울베이커리 제빵사들이 빵 반죽을 계량하고 있다.(사진제공=소울베이커리)

 

- 오랜 동안 장애인장애인직업재활시설을 이끌면서 어려운 일이 많으셨을 것 같습니다.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는지, 그럴 때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궁금합니다.

“1999년부터 일하면서 한 순간도 쉬운 적은 없었습니다.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긴장감과 두려움이 있었지만 이를 설렘으로 바꾸려 노력했습니다. 초창기에는 가두판매를 하다가 고정거래처가 생긴 뒤부터는 장애인들에게 최저임금을 주고자 매출신장을 고민했습니다. 매년 올라가는 최저임금만큼 매출 역시 신장해야 했어요. 혹시라도 제품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지, 소비자의 불만은 없는지 늘 긴장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출근할 적마다 혼잣말을 합니다. ‘오늘도 무슨 일이 있든 또 이겨내 보자, 아자아자 할 수 있다’라고 외치곤 합니다.

요즘 힘겨운 점은 보호자분들이 70대, 80대 노인이 되어가고, 장애인들이 이제 시설대신 지역사회에서 자립해 살아야 하는 정책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입니다. 돈 관리나 개인위생, 식생활, 건강관리 등을 스스로 할 수 없는 발달장애인들이 과연 혼자 살 수 있을까 걱정입니다. 그런 자립생활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 같은 작업장에서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많습니다. 60세 여성이 뇌졸중으로 사망한 지 반년 만에 발견되고 36세 발달장애 아들은 노숙하다가 우연히 사회복지사에 의해 발견된 2020년 12월 방배동 모자사건처럼 근로장애인의 보호자 사망 이후 남게 될 발달장애인에 대한 걱정이 큽니다.”


- 소울베이커리의 앞으로의 계획을 들려주십시오.

“장애인은 항상 수혜의 대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단순히 받기만 하는 대상이 아니라 베풀 수 있는 주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려고 노력합니다. 2010년부터 겨울철마다 노숙인의 동사 방지를 위해 빵을 후원하고 있고, 인근 시각장애인협회를 통해서도 시각장애인에게 빵을 후원하고 있습니다. 저는 ‘나눔’을 할 수 있는 소울베이커리 매장을 지역사회에 만들려고 합니다. 단순히 저희 빵을 판매하는 곳이 아니라 그 빵을 활용해 토스트를 전문적으로 만들어 저렴하게 판매하려고 합니다. 청년밥상에서 신부님이 청년들을 위해 부대찌개를 3000원에 저렴하게 판매하는 것처럼, 저희가 만드는 식빵을 활용해 따뜻한 토스트를 만들어 누구에게나 저렴하게 판매하는 매장을 준비하려고 합니다. 또한 보호자가 연로해지면서 늘어날 혼자 살게 되는 발달장애인들을 위한 주거서비스 지원이 가능한 모니터링 담당자를 자체적으로 양성하고 활성화하려 합니다.”

이금재 맘스커리어 대표 겸 브릿지경제 객원기자 ceo@momscareer.co.kr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