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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배우 금해나에게는 단단한 '金'이 있다

[人더컬처] 금해나, 디즈니 플러스 '킬러들의 쇼핑몰'에서 존재감 부각
민간인에서 1급 킬러된 역할,공개 직후 '누구냐?'는 대중의 반응 쏟아져
"살인을 하더라도 유쾌하고 발랄하게 표현하고자 노력, 대역없이 모든 액션 소화"

입력 2024-03-04 18:30 | 신문게재 2024-03-05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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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해나1
키 172cm의 큰 키를 가진 그는 ‘킬러들의 쇼핑몰’에서 대역없이 모든 액션을 소화하며 전에 없는 여성 캐릭터를 완성했다.(사진제공=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킬러들의 쇼핑몰’ 오디션 공고를 발견하고 배우 금해나는 “유레카”를 외쳤다. 평소 약속시간보다 한 시간 정도 먼저 도착해 늘 근처에 있는 서점을 방문한다는 그는 마침 지인을 기다리다 원작 소설을 재미있게 읽은 터였다. 중국인 여성 킬러 소민혜를 뽑는 오디션장에서 주어진 대본은 총 네장. 그 중 한 신만 대사가 있었기에 대부분의 배우들은 타고난 신체능력을 발휘하는 데 혈안이 돼 있었다. 

하지만 금해나의 선택은 달랐다. 중국인이 절대 발음하지 못하는 한국어가 있듯 한국인이 결코 따라하지 못하는 발음을 우선적으로 익혔다. 우회적으로 돌아가느니 정공법을 택한 그의 결단은 옳았다. 원작에서 민혜는 같은 조직의 동료들조차 두려워하는 최상위 레벨의 킬러다. 그렇게 그는 완벽한 한국어를 구사하지만 일부러 중국어 발음을 살린 대사로 오디션장을 휘어잡았다. 대본의 말 맛을 살리니 금해나가 가진 긴 팔다리가 주는 시원한 액션미가 돋보이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킬러들의 쇼핑몰
지난달 공개된 이 작품은 4주간 한국 디즈니플러스 TV쇼 부문 1위를 차지하고 일본, 홍콩 등 아시아 5개국에서 톱 10에 진입하며 금해나의 존재감을 부각시켰다.(사진제공=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요즘 현대무용을 배우는 중인데 민혜를 연기한 배우가 저인 줄 모르고 어떤 수강생이 ‘킬러들의 쇼핑몰’을 보고 머리를 잘랐다고 하는 거예요. 작품의 화제성을 실감한 순간이었죠. 킬러지만 살인도 귀엽고 유쾌하게 보였으면 해서 일부러 눈썹 위로 앞 머리를 자르는 처피 뱅 (Choppy Bang)을 선택했는데 통한 것 같은 짜릿함을 만끽했달까요.”

‘킬러들의 쇼핑몰‘은 삼촌 진만(이동욱)이 남긴 위험한 유산으로 인해 수상한 킬러들의 표적이 된 조카 지안(김혜준)의 생존기다. 진만에 의해 킬러가 된 민혜는 조직의 룰에 반대되는 것을 알면서도 결국 약자의 편에 선다. 총알 마저 피해다니는 1급 킬러로 속도가 빠르고 격투 기술 중 강도가 센 그래플링(Grappling)을 구사하며 남자들마저 가뿐히 제압한다. 그는 “체력이 떨어지면 작품에 피해가 가니까 일부러 기초훈련을 독하게 했다”며 “구보와 줄넘기를 기본으로 무에타이를 익힌 (김)혜준씨와 자신도 모르게 나오는 신음으로 대화한 사이”라고 밝게 웃었다.

한창 촬영 중 원작 소설 2권이 출시됐다는 소식을 듣고 그는 “현장에서 다들 ‘이러다 시즌 2가는 거 아냐?’는 말을 많이 나눴다”면서 “솔직히 ‘살인의 추억’에서 박해일 선배님같은 마음으로 연기했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자세히 안 나오는데 민혜의 엔딩도 확실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금해나
서른살에 연기를 그만두고 호주로 떠났다는 그는 “연기를 관두려고 마음을 먹자 되려 해외 영화제를 비롯해 러브콜이 많아졌다. 1 년전에 출연한 작품들이 수상을 하더니 주인공 역할이 주어지기도 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사진제공=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사실 ‘킬러들의 쇼핑몰’은 금해나를 극한의 외로움으로 몰고 간 작품이다. 훈련이 없는 날에도 일부러 액션스쿨에 나가 무술 감독에게 카메라 앞에서 구사 할 수 있는 모든 연기적 합을 훈련받았다. 화면에는 멋지게 나와도 정작 실제 싸움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동작은 일부러 피했다. 공개 직후 ‘저 캐릭터가 중국인이 아니라고?’ ‘여성이 할 수 있는 극한의 액션’ ‘소민혜의 연기 보려고 본방 사수’ 등 뜨거운 반응이 줄을 이었다.

극 중 죽을 고비를 넘기고 킬러가 된 민혜의 운명이 ‘이 배역이 내 인생에서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는 불안함과 맞닿으면서 잠시도 쉴 수가 없었다고. 속리산 깊은 산 속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그는 자신의 이름 뜻이기도 한 ‘밝은 해가 뜨는 순간’을 늘 동경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게 즐거워 아이돌을 꿈꿨지만 인연이 닿는 기획사마다 노래보다 연기를 권했다.

“20대에 방황을 많이 했죠. 연기를 학문적으로 연구해 보고 싶어서 대학에 진학했고 극단생활을 시작했어요. 그때도 연기가 아닌 조연출과 기획, 시나리오를 쓰며 배우를 바라보는 밖의 시선을 더 오래 경험했죠. 그런 시간이 쌓이니 예민하게 굴지 말자는 인생 지론도 생겼습니다. 하지만 30대가 되니 들어오는 배역이 한정적이고 누군가의 엄마 혹은 전문직 팀장같은 역할이 대부분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마음이 조급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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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급 킬러로 거듭나는 소민혜의 전사는 짧지만 비밀스런 과거사가 등장하며 시즌2에 대한 문의가 쇄고 하고 있는 상태다. (사진제공=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금해나는 곧 영화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로 색다른 매력을 뽐낼 예정이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의 이유미가 주연을 맡은 퀴어영화로 그는 조연으로 출연한다. 기회가 된다면 오래 준비해온 가수로서의 꿈을 접지 않고 자신이 출연하는 작품의 OST를 불러보고 싶다는 그는 “지금 소속사가 없는 상태라 혼자 열심히 오디션을 보고 있다. 한국의 양자경이나 우마 서먼으로 불리는 그날까지 연기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되도록 휩쓸리지 않으려고 합니다.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일이 저에겐 있거든요. 같이 연기한 배우분들은 모두 작품이 직업이 되는 사람들인데 제 삶이 그걸 자꾸 따라가게 되면 균형을 잃더라고요. 영어를 잘 하진 않지만 한국에서 촬영한 외국 감독님의 작품이 제 필모그래피에 꽤 되거든요. 지금같이 한국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뻗어나갈 때 게을리하지만 않으면 기회는 꼭 온다고 봅니다. ‘킬러들의 쇼핑몰’처럼요.”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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