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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룡의 노림수 따로 있나… 우리은행 '홍콩ELS' 선제적 배상 왜?

입력 2024-03-20 13:32 | 신문게재 2024-03-21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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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그룹1
(사진=우리은행)

 

우리은행이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고객 손실에 대한 자율배상을 선발 은행에 비해 선제적으로 나선 배경을 놓고 금융권에서는 다각도로 이목이 쏠린다. 윤석열 정권과 관계가 친숙한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다음달 총선을 앞두고 정권 친화적인 결정을 내렸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한편으로는 올해 은행권 순이익 1위 목표를 표방한 우리은행이 홍콩ELS 사태 부담이 상대적으로 가벼운 탓에 타 은행 압박차원 경영정책 수단을 동원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또한 이런 흐름에서 우리은행측이 자율배상안을 어떤 기준으로 확정했는지에 대한 의문점도 제기되면서 우리은행이 홍콩ELS사태 해결의 블랙홀 중심을 차지한 형국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오는 22일 이사회에서 ‘홍콩 H지수 ELS’(이하 홍콩ELS) 손실에 대한 자율배상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사회에서 심의와 결의가 마무리되면 자율배상안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은행보다 먼저 이사회를 여는 국민·신한은행(21일) 등은 당장 자율배상안 논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은행 역시 20일 이사회에서는 논의가 어려워 추후 개최될 이사회에서 관련 논의가 있을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의 경우, 홍콩ELS 판매금액이 타행 대비 적어 손실배상에 나서더라도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을 것으로 보이지만, 판매규모가 큰 여타 은행들은 가입자별 시뮬레이션이 아직 끝나지 않아 자율배상안을 도출하는데 물리적인 시간이 걸린다는 입장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갑자기 선제적 자율배상에 나선다고 하면서 판매금액이 큰 은행들은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고 말했다.

올해 은행별 홍콩ELS 만기도래 규모는 KB국민은행이 6조7500억 원으로 가장 많고, 신한은행(2조3300억 원), NH농협은행(1조8000억 원), 하나은행(1조4000억 원) 순이다. 우리은행은 413억 원으로 5대은행 중 가장 적다. 평균 배상 비율을 50%대로 가정해도 총 배상액 규모가 최대 100억 원 수준일 것으로 은행측은 잠정판단하고 있다. 반면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상반기 예상 배상액(손실 배상비율 40% 가정시)만 각각 1조원, 3000억 원 이상으로 전망된다.

우리은행이 선제적으로 자율배상에 나선 것은 은행들의 자율배상안 마련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면서, 금융당국과 금융위원장 출신인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사이에 물밑 교감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임종룡 회장이 금융위원장을 했었고 당국과 관계도 좋은데 시중은행들이 개인별 시뮬레이션에 시간이 걸린다고 하니 당국의 입김이 (우리은행 결정에)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홍콩ELS 가입자들의 손실에 대한 불만을 조기 해소하기 위해 임종룡 우리금융회장이 ‘총대’를 멨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더불어 우리은행이 홍콩ELS 사태를 시중은행 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포지션을 끌어올리려는 기회로 삼고 있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선제적 배상안으로 해당 이슈에서 빨리 벗어나 비이자 이익 확보에 드라이브를 걸 것이란 것이다.

당초 우리은행은 기업금융과 자산관리를 통해 시중은행 중 올해 당기순이익 1등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하지만 지난해 말 기준 4대은행 중 4위 실적을 기록한데다, 농협은행과의 격차도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해 다른 시중은행들은 ELS 판매를 못하고 있지만 우리은행은 H지수를 제외한 ELS를 계속 판매하고 있다”며 “회장이나 은행장 판단으로는, 배상액이 100억 원 정도라면 빨리 털어버리고 ELS 판매를 통한 수수료로 비이자 이익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전략이 있는 것 같다”고 보았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지금과 같은 시국에서 다른 은행들은 가급적 보조를 맞추길 원하는데 특정은행이 치고 나가면서 배상해준다고 하면 다른 은행 고객들은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해당 이슈에서 빨리 벗어나겠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은행의 행보가 실제 ELS가입자들에 대한 적극적인 배상으로 이어진다기 보다는 선언적인 차원일 수 있다는 게 금융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우리은행이 잠정 판단한 총 배상액 규모 최대 100억 원은 평균 배상 비율 50%대로 가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객수가 적고 판매금액이 적은 점을 감안하더라도 너무 빠르다”며 “개인별 시뮬레이션을 명확하게 돌린 결과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있다”고 전했다.

김수환 기자 ksh@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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