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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동 大기자의 창업이야기] 창업자 무지 '쪽박'초래...프랜차이즈 '옥석' 구분 안목 길러야

입력 2017-09-06 07:00 | 신문게재 2017-09-06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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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동 유톨전문 대기자2
강창동 유통전문 대기자

수년전 서울 행당동에서 ‘자영업 무료 컨설팅 프로젝트’를 수행하다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컨설팅을 의뢰한 가게 주인의 무지와 무모함이 상식을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그는 인근 상권에서 다양한 가게를 20여년간 운영한 베테랑 자영업자였다. 그는 165㎡가 넘는 지하 1층 점포를 월세 120만원에 임차, 순대국집을 열었다. 하지만 주방장 구하기에 지친 그는 4개월만에 순대국집을 접고, ‘무한리필 치킨점’ 창업을 결심했다. 


인터넷으로 ‘뜨는 프랜차이즈’를 1시간 뒤진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막상 문을 열고보니, 적자행진이 이어졌다. 굶주린 학생들은 한 접시 가격인 7000원을 내고, 5~6접시를 먹고갔다. 한 달 매출 700만원 중 식재료비가 무려 70%에 이르렀다. 여기에 인건비(200만원)와 임대료(120만원)를 빼니 남는 게 없었다. 계약 내용이 궁금해 계약서를 보자고 했더니, 카운터 서랍 밑에 구겨넣어 두었던 서류를 꺼냈다. 계약서에 서명하기 전 본사 직영점이나 다른 가맹점을 한번도 찾아보지 않았다는 그는 연신 가맹본부 욕을 해댔다. 2장짜리 계약서도 제대로 읽어보지 않았다는 그는 ‘자영업 30년 경력’을 꽤나 강조했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올 봄 매장을 살짝 리뉴얼해 오픈한 서울 금천구 가산동의 칼국수전문점 ‘밀겨울’은 원래 평범한 김밥집이었다. 2013년 3월 김밥집으로 출발할 당시 하루 매출 100만원을 유지했지만, 인근에 김밥집 세 개가 잇따라 문을 열면서 올 들어 하루 매출이 20만원대로 고꾸라졌다. 매출 하락을 고민하던 점주 방모씨(62)는 업종을 바꿔보기로 했다. 방씨는 여러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을 탐색하고 본사와 신중한 상담을 거친 뒤 ‘밀겨울’ 본사와 가맹계약을 맺었다. 인근 구내식당 밥값이 4500원 정도인데 비해 밀겨울의 경우 칼국수 가격이 3500원이어서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그는 판단했다. 현재 하루 평균 매출은 이전의 5배를 웃돌고 있다.

점주는 매장에서 일어난 변화를 몇 가지로 요약했다. 우선 잡다한 메뉴로 구성된 김밥집에서 칼국수, 메밀 등 네 가지 메뉴로 단순화해 인건비를 절감했다. 두 번째는 가게 이미지 변화다. 특색 없는 분식점에서 전문점으로 고객들에게 각인됐다. 세 번째는 가격경쟁력이다. 3500원이란 가격 덕분에 ‘가성비 높은 음식점’으로 자리를 잡았다.

진입장벽이 전혀 없는 한국 프랜차이즈 시장에는 미국의 2배가 넘는 브랜드들이 간판을 내걸고 예비창업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먹튀’ 브랜드들을 퇴출할 수 있는 열쇠는 결국 가맹본부에 대한 강력한 검증장치와 현명한 창업자들이 선택뿐이다.

강창동 유통전문 大기자·경제학박사 cdkang1988@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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