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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가맹본사→가맹점 공급품목 원가공개 추진…프랜차이즈업계 “사업을 뿌리째 흔드는 일” 당혹

입력 2017-09-25 06:00 | 신문게재 2017-09-24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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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맹점에 공급하는 필수품목 원가 목록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은 했지만 프랜차이즈 근간을 흔들 수 있는 문제라서 노심초사 하고 있지요.”

최근 만난 국내 유명 프랜차이즈 기업 고위 관계자는 원가공개 얘기를 하면서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가맹본부가 안전과 품질이 확보된 원부재료를 가맹점에 일률적으로 공급하는 것은 폭리를 취하려는 것이 아니라 프랜차이즈의 핵심 자산인 브랜드 가치를 지키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필수품목 원가와 가맹점 공급가가 표시된 목록을 업종별 선두권업체 50곳에서 모두 받아냈다.

선두권 베이커리 업종 관계자는 “최근 국민 이목이 쏠렸던 살충제 계란 사태때 가맹본부가 대량 구매하는 20종의 계란은 살충제가 전혀 없었다”며 “만약 계란 구입을 가맹점 개개인에게 맡겨놓았을 경우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생각만해도 아찔하다”고 말했다. 비용을 줄이려는 가맹점주의 심리상 값싼 계란을 찾게 마련이고, 살충제라도 검출되는 날이면 브랜드 가치가 추락, 전 가맹점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커피 프랜차이즈 본사 관계자는 “핸드폰이나 컴퓨터와 같은 공산품들은 원가공개 하자는 말이 없는데, 유독 프랜차이즈 본사들에만 정부가 칼을 들이대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음료를 담은 용기나 아이스크림 떠먹는 숟가락까지 식품으로 간주하는 법률이 존재하는 마당에 가맹점의 필수 구입품목을 대폭 줄여버리면 브랜드 이미지 추락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더욱 곤혹스런 입장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이달부터 닭고기 원가공개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번 공개로 하림, 마니커 등 계열화사업자가 프랜차이즈 본사에 공급하는 가격은 2600원 안팎으로 드러났다. 이를 가맹점에 5000원 정도에 공급하고 가맹점주는 1만6000원 정도에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셈이다.

국내 유명 치킨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닭고기 원가보다 광고비, 점포월세, 인건비, 배달비 등이 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마당에 원가공개는 소비자들의 오해만 부르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원가공개가 프랜차이즈 업계에 뜨거운 감자가 된 것은 국내에 로열티 문화가 정착되지 못한 탓이다. 이 때문에 일부 프랜차이즈 본사는 가맹점에 공급하는 필수품목의 유통마진을 너무 많이 남겨 ‘갑질’ 논란을 자초했다.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는 “본사가 갑자기 유통마진을 대폭 낮추고 로열티를 부과하면 본사의 생존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가맹점이 그동안 없던 로열티를 쉽게 내려고 하지 않을 것이고, 본사만 재정난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해법은 로열티와 유통마진을 적절히 혼합한 형태로 가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1993년 설립된 장수 브랜드 한솥도시락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솥 본사는 매월 가맹점 평균매출의 약 1.4%에 해당하는 30만원을 정액 로열티로 받는다. 여기에 유통마진을 합쳐 본사 이익을 미국, 일본 프랜차이즈 본사의 로열티 수준(매출대비 3∼7%)에 맞추고 있다. 이영덕 (주)한솥 회장은 “가맹점주가 개별적으로 원부재료를 구매하는 것보다 본사에서 공급하는 가격이 무조건 싸야 하는 것은 프랜차이즈의 기본”이라며 “본사는 구매력을 바탕으로 가맹점 공급가를 저렴하게 하는 노하우를 터득하고 있어야만 창업자가 가맹점을 할 이유가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창동 유통전문 大기자·경제학박사 cdkang1988@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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