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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동 大기자의 창업이야기] 창업 실패담에서 배우는 교훈

입력 2017-09-27 07:00 | 신문게재 2017-09-27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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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동 유통전문 대기자

이모씨(55)는 20년간 트럭을 몬 전직 운전기사다. 그는 충북 제천시 외곽 국도변에서 식당을 개업했다. 편도 1차로 국도변에 있는 198㎡ 크기의 점포는 10개월째 공실이어서 권리금이 한 푼도 없었다. 보증금 2000만원, 월세 50만원으로 점포 시세도 저렴해 시설보수비 1500만원과 창업준비금 500만원을 합쳐도 창업비로 4000만원이면 충분했다. 메뉴는 돌곱창(돼지소창)으로 정했다. 그가 어렸을 때 고향인 대구에서 즐겨먹던 음식이란 게 메뉴 선정의 유일한 이유였다. 하지만 돌곱창을 요리해 어떤 상차림으로 내놓을 것인지, 돼지 내장 특유의 냄새를 어떻게 제거할지, 어떻게 육질을 부드럽게 할 것인지 아는 게 아무 것도 없었다. 손님은 하루 3~4명이 고작이었다.

이 씨의 사례는 전형적인 ‘묻지마 창업’에 속한다. 우선 업종이 국도변이라는 입지에 전혀 맞지 않다. 시속 70㎞ 이상 빠르게 달려가는 국도변에 적합한 메뉴는 빨리 나오는 식사 아이템이어야 한다. 막국수나 육개장 등이 바로 이런 것 들이다. 돌곱창은 전형적인 술 안주다. 차량 운전자들이 국도로 이동하다가 음식점에 들르는 이유는 술을 마시려는 게 아니고 간단한 식사를 하기 위해서다. 이 같은 상식을 이씨는 몰랐다. 상권과 업종의 궁합을 최악으로 조합하는 사례는 초보창업자들에게 흔히 나타난다.

50대에 접어든 직장인 김모씨(52)는 노후에 대비, 아내와 함께 뭔가를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경기도 성남에서 대형 중식당을 차려 크게 성공한 친척동생과 동업, 콤팩트한 중식당을 하기로 합의했다. 대형 중식당과 달리 핵심메뉴 5가지만 집중 판매키로 했다. 짜장면, 짬뽕, 볶음밥, 탕수육, 만두 등 5가지 메뉴가 통상 하루 매출의 80%를 차지하기 때문이었다. 용인시 죽전동의 단국대 앞 대학가 상권에서 빈 점포를 찾아냈다. 정문에서 불과 100m 떨어진 버스정류장 앞 66㎡짜리 점포는 가시성과 접근성 면에서 손색이 없었다. 8월 초 점포임대차 계약을 맺은 김씨 부부는 인테리어공사에 박차를 가해 8월말 개업했다. 가을학기가 시작되자 15석의 테이블은 앉을 자리가 없이 꽉 찼다. 첫 달은 ‘오픈발’에 힘입어 하루평균 매출 100만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12월 들어 겨울방학이 시작되자 가게는 한산해지고, 매출은 하루 20만원대로 곤두박질쳤다. 겨울 3개월간 적자가 이어지면서 부부싸움도 잦아졌다. 결국 봄 개강에 맞춰 동업자에게 가게를 넘겼다. 김씨 부부 역시 상권의 특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했다. 창업 실패담들은 초보창업자들에겐 보약이나 다름없다.


강창동 유통전문 大기자·경제학박사 cdkang1988@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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