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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동 大기자의 창업 이야기] 동네상권의 비명...구조조정 시작됐다

입력 2018-01-31 07:00 | 신문게재 2018-01-31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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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동유통전문대기자
강창동 유통전문 大기자·경제학박사

최근 저녁 퇴근 길에 기자가 사는 집 인근 동네상권 100m 거리를 걸어가며 촘촘히 늘어선 가게들을 세어봤다. 모두 12개다. 8m에 한 개 꼴이다. 업종은 음식점이나 주점 등 먹거리 가게가 11개고 옷가게가 1개다. 가격할인 광고물이 덕지덕지 붙은 유리창 너머로 가게 주인들은 멍하니 TV만 보고 있다. 평일이긴 하지만 손님이 한 명도 없는 가게가 절반이다. 업종도 생소한 ‘어묵 베이커리’는 불이 꺼진 채 ‘임대문의’ 전화번호만 달랑 붙어있다. 인테리어에 잔뜩 돈을 들인 일본식 이자카야에는 테이블 15개 중 단 2개만 손님이 자리잡았다. 프랜차이즈 치킨점은 테이크아웃 브랜드에서 배달 브랜드로 간판을 바꾸었다. 12개 점포 중 절반은 최근 6개월 사이 간판이 바뀐 곳이다.

석 달 전 새로 생긴 생고기집은 ‘돼지고기 150g, 5500원’을 적은 현수막을 내걸었다. 11개의 먹거리 가게 중 그나마 손님이 절반이상 자리를 채우는 곳은 가성비가 높아보이는 생고기집 뿐이다. 하지만 이곳도 막상 결제할 때는 가격이 달라진다. 상차림 가격 5000원과 반찬 값을 별도로 받기 때문에 1인당 2500원 정도 추가 비용부담이 생긴다. 따라서 손님 입장에서는 1인당 8000원을 지불하게 된다. 이런 편법이 아니고는 손님 끌어 모으기 힘겨운 게 동네상권이다.

간판을 내린 사람들은 어디로 갔을까. 간판을 내린 자영업자의 상당수는 꿈과 희망도 함께 접었을 게 분명하다. 동네상권의 모습은 전국 어디나 별반 다르지 않다. 출혈경쟁에서 도태된 자영업자는 빈곤층으로 내려앉고, 그 자리를 또 다른 퇴직자가 메우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들의 부채규모는 심각한 수준이다. 통계청의 ‘2016년 가계금융복지조사’ 자료에 따르면 임금근로자 가구당 부채가 7508만원인데 비해 자영업자는 9812만원으로 1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최저임금을 2020년까지 1만원 수준으로 꾸준히 인상하게 되면 자영업시장의 구조조정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착하게 살자’는 교과서적 구호와 달리 자영업시장의 근로자 일자리는 직격탄을 맞을 공산이 크다. 단기근로자가 몰린 편의점들이 그 바로미터이다. 편의점을 여러 개 운영하는 점주들은 우선 단기근로자를 줄이고 ‘무급가족종사자’를 동원하는 비상수단을 쓸 것이다. 편의점 한 개로 먹고 살았던 점주는 임금근로자로 변신을 도모할 것이다. 최저임금 1만원 시대가 되면 편의점 주인으로 벌어들이는 소득이나 편의점 직원으로 받는 월급이나 별반 차이가 없어지는 까닭이다. 최저임금의 부담을 정부가 일자리안정자금으로 보전해준다고 하지만 그것도 고용보험 가입이란 전제조건이 붙어 공허하기 짝이 없다. 단기근로자든, 주방 아줌마든 보험금이 제 주머니에서 한푼이라도 나간다고 하면 질색한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시행령을 고쳐 임대료 인상률 상한을 9%에서 5%로 낮춘다는 정부 방침도 ‘이빨 빠진 호랑이’에 그칠 공산이 크다. 이 법 2조 ‘환산보증금’ 규정이 시퍼렇게 살아있는 한, 이 기준을 넘는 점포들은 법 적용의 사각지대로 고스란히 남는다. ‘을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는 정부가 을(乙)을 본의 아니게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강창동 유통전문 大기자·경제학박사  cdkang1988@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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