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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동 大기자의 창업이야기] 카페베네의 몰락이 주는 교훈

입력 2018-02-14 07:00 | 신문게재 2018-02-14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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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동유통전문대기자
강창동 유통전문 大기자·경제학박사
2013년 여름, 서울 성동구 금호동 동네상권 초입의 한 카페 앞 행사장엔 뙤약볕이 사정없이 내리쬐었다. ‘카페베네 글로벌 1000호점’의 개장을 기념하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김선권 전 대표는 ‘카페베네 커피로드 2020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 유럽 중국 동남아 등 글로벌 시장에 2020년까지 카페베네 매장 1만개를 열겠다는 선언이었다. 당시 그는 40대 중반의 열정적인 사업가였다. 커피로드 2020계획이 실현됐다면 김 전 대표는 지금쯤 K-프랜차이즈를 선도하는 영웅이 됐을 것이다.

필자가 그를 처음 만난 것은 2004년 무렵이다. 그가 ‘행복 추풍령감자탕’을 출시하고 가맹점을 200여개로 늘려나가던 시절이었다. 4년 뒤 카페베네를 선보이면서 그의 인생은 도약했다. 서울 시내 수많은 신축건물 1층이 은행점포에서 카페베네로 간판이 바뀌었다. ‘오더맨(가맹점을 늘려주고 영업수수료를 받는 사람)’들이 가세하면서 5년만에 점포수는 1000개로 늘어났다. 그로부터 5년 뒤인 올 1월 카페베네는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태동-성장-성숙-쇠퇴기를 밟는 기업생명의 사이클을 10년 안에 모두 마친 셈이다. 질주하던 카페베네가 단명한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는 해외시장에 대한 무모한 도전 때문이란 지적이다. 해외시장은 국내 시장에서 탄탄한 뿌리를 내린 뒤에 도전해도 늦지 않다. 파리바게뜨가 해외시장에 ‘올인’한 것은 정부 규제 탓에 더 이상 가맹점을 낼 수 없는 상황에 부딪쳤기 때문이다. 국내시장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확고히 한 것도 해외시장에 도전한 배경이다. 카페베네는 창립 4년이 채 안 된 2012년 2월에 전 세계에서 가장 임대료가 비싼 뉴욕시 맨해튼 타임스퀘어에 해외 1호점을 냈다. 현지 부동산시장에 대한 정보부재와 건물주와 협상에 밀린 끝에 무려 150억원이 넘는 투자금을 직영점 하나에 쏟아 부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두 번째는 동시다발적인 사업다각화가 치명적이었다. 이탈리안 레스토랑 ‘블랙스미스’와 제과점 ‘마인츠돔’은 투자비를 회수하지도 못한 채 서둘러 매각해야 했다. 소매업인 드럭스토어(‘디셈버 24’) 사업에 뛰어든 것은 프랜차이즈 사업에 집중해야 할 전력에 재를 뿌린 결정타였다. 외식사업으로 잔뼈가 굵은 김 전 대표가 유통사업에 기웃거린 것은 지금도 이해하기 힘들다. 동서울 ‘만남의광장’을 복합쇼핑몰로 조성하려는 정부 사업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도 악재였다. 입찰경쟁에서 롯데를 제쳤다고 화제가 됐지만 사업을 진행할 자금이 부족해 도중 하차하고 말았다. 연간 200개 이상 가맹점이 늘어나는 여세를 몰아 커피점에만 집중했더라면 결과는 어땠을까.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강창동 유통전문 大기자·경제학박사  cdkang1988@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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