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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8주년] 투자 과감하게 혁신 담대하게… 폭풍우 맞서라

[쇠락하는 대한민국, 돌파구를 찾아라] 위기를 기회로, 산업계 대개편

입력 2022-09-15 06:00 | 신문게재 2022-09-15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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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국내 수출과 산업이 미증유의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성장 둔화와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그간 수출을 견인해 온 반도체 산업마저 흔들리고 있는 실정이다. 메모리반도체 중심의 대중국 수출이라는 한국 반도체 산업의 흥행 공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오는 2025년을 기점으로 세계 반도체 공급망도 새롭게 재편될 예정이다. 이런 변화의 파고 앞에서, 시스템반도체 중심의 산업 개편과 함께 기술 혁신 등 반도체 산업의 ‘기초 체력’ 다지기가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업계는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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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삼성전자 구자흠 부사장(가운데) 등 임원들이 세계 최초 3나노 파운드리 양산을 기념, 웨이퍼를 들고 촬영하고 있다.(연합)


◇ 반도체 위기 극복 해답은 결국 '기술'

지난달 3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8월 국내 반도체 수출액은 107억8000만달러를 기록하며 26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메모리반도체 수요 둔화와 과잉 재고로 인한 가격 하락도 산업의 적신호로 떠올랐다. 올해 1분기 기준 3.41달러였던 D램 고정가격은 최근 가격 하락세가 두드러져 4분기 2.50달러까지 하락할 전망이다.

국내 반도체 산업의 지정학적 위기도 급부상 중이다. 최근에는 미국과 유럽연합 등을 중심으로 반도체 공급망을 자국 산업 중심으로 재편하는 작업이 시작되고 있다. 수출 중심의 국내 반도체 산업에 호의적인 요소는 아닌 셈이다. 산업연구원은 오는 2025년을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이 완료되는 시점으로 보고 있다. 주요국들의 반도체 산업 지원 정책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제조 기반 증설이 2025년 전후로 완성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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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에서 열린 '시스템 반도체 중소 팹리스 간담회'를 마친 정부 관계자들이 현장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연합)

업계와 전문가들은 향후 국내 반도체 업계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의 기회를 잘 이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을 제외하고는 메모리반도체를 대체 생산할 수 있는 국가가 없어 미·중 양국 사이에서 중립을 유지하며 반도체 산업을 발전시키는 게 가능했으나, 반도체 공급망 재편 이후에는 중립 유지가 어려워질 것으로 본다”면서, “재편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심국이 되기 위해서는 미국이 추진하는 ‘반도체 동맹’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시스템반도체 분야 우위 확보 등 반도체 산업의 포트폴리오 다각화도 중요 과제로 꼽힌다. 결국 답은 기술력 확보다. 특히 미세공정 기술력 확보 등을 통한 경쟁력 제고가 필수적이라는 평가다. 현재 미세공정 반도체 시장은 파운드리 업계를 장악한 TSMC를 필두로 대만이 시장의 80%를 점하고 있다. 정부의 인재 양성과 기술 혁신을 위한 지원과 규제 혁파 노력도 지속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공급망 재편으로 시스템반도체 산업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만큼, 호·불황과 관계없이 기술 투자와 지원을 아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정부 역시 지난달 31일 향후 10년간 15만명의 반도체 산업 인력 양성과 함께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시장 점유율 10% 달성을 목표로 산업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다시 한 번 강조하고, 관련 지원을 위한 법안 등을 조속히 마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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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조선해양이 건조한 LNG선이 항해하고 있다.(연합)

◇ 조선: 韓 독보적 'LNG 운반선' 강화

불안정한 국제 정세 탓에 산업계 전반에 어두운 그림자가 나타나자 국내 조선사들은 이를 걷어내기 위해 몰두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국제유가(에너지)는 불안정한 상황에 놓였다. 러시아는 세계 1위 천연가스 수출국이다. 이러한 러시아가 국제사회 제재에 맞대응하기 위해 천연가스 공급을 무기로 삼고 있다. 특히 유럽 국가의 타격이 크다. 유럽연합(EU)은 파이프라인을 통해 러시아로부터 배관천연가스(PNG)를 공급받아서다. PNG 공급이 줄자 해외 국가들은 액화천연가스(LNG)로 눈을 돌렸고, 국제 LNG 가격은 치솟았다. 이에 국내 산업계는 연료비와 원자잿값 급등으로 적지 않은 부담을 감당하는 상태다.

하지만, 국내 조선사들에게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독보적인 경쟁력을 지닌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주 낭보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세계 각국은 에너지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미국, 카타르 등에서 LNG를 전달받을 계획이다. 다만, 파이프라인이 없기 때문에 바다를 건널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LNG를 운반할 선박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LNG운반선’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게다가 LNG선의 경우 다른 선박과 가격 차이가 4배 이상 난다. 국내 조선사들의 재무구조 개선은 물론 실적 개선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앞서 러시아 선주들이 선박 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해 계약이 취소되면서 러-우크라 사태가 조선업계에도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컸다. 하지만 LNG선 수요가 급증한 탓에 러시아 선주가 취소한 선박을 다른 국가 선주들이 오히려 높은 가격에 다시 계약하는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1월 1989억원에 LNG운반선 1척을 공급하기로 했던 라이베리아 선사와의 계약을 해지한 후 해당 선박을 오세아니아 선사와 3141억원에 재계약했다. 같은 해 7월 4207억원 규모의 LNG운반선 2척에 대한 라이베리아 선사 공급도 해제하고 오세아니아 선사에 6282억원에 재수주했다. 두 건의 계약 변경으로 한국조선해양은 3227억원의 추가 수주 효과를 거뒀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러시아 선주들로부터 대금을 못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LNG운반선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며 “해당 수요는 환경규제, 노후선박 교체와 맞물려 2030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제 상황이 녹록지 않지만, 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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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배터리 신소재 CNT 생산을 강화하는 LG화학의 여수 공장.(연합)


◇ 석유화학: 새 수익성 사업 '돌파구' 적극 모색

석유화학업계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에 따른 원재료 가격 급등, 수요 감소, 공급 과잉 등으로 얼어붙었다. 여기에 최근 고환율 기조가 지속되면서 생산 원가가 상승하자 업계 안팎에서는 하반기에도 실적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석유화학업계는 코로나19 특수로 사상 최대 실적을 내기도 했으나, 올해는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로 인한 수요 감소 등으로 빨간불이 켜졌다. 올해 2분기 롯데케미칼은 적자로 돌아섰으며 대한유화·여천NCC도 적자를 기록했다.

석유화학업계의 핵심 수익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 가격에서 나프타 가격을 뺀 수치)는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로 올해 1분기 톤(t)당 276달러에서 2분기 234달러까지 하락했다. 통상 손익분기점인 t당 300달러를 밑도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2022년 8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석유화학 수출액은 지난달 11.7% 감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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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최근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석유화학산업의 가치사슬별 경쟁력 진단과 정책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과 중국을 비롯해 나프타 기반으로 생산되는 폴리프로필렌(PP)은 꾸준한 생산시설 증설에 초과 공급으로 전환될 전망이다. 또 국내 석유화학 가치사슬은 전반적으로 제도 및 인프라 측면에서 경쟁국 대비 취약한 것으로 평가됐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위기를 타개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사업구조를 전환하고 탄소중립 관련 신사업 기회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산업연구원 조용원 연구위원은 “생산제품의 고부가가치화 및 다각화를 통한 사업구조 전환을 위해서는 범용제품의 원료 다변화, 설비 효율화 및 규모의 경제 유지를 통해 가격경쟁력을 지속 확보·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단계적으로 범용제품 위주의 사업구조에서 고부가 제품 생산 비중을 높인 다각화 전략을 통해 국제 유가 및 수급 변동에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탄소중립 관련 신사업 기회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위해 바이오 플라스틱,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등 친환경 및 특수용도 수요 소재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연구위원은 “탄소중립 관련 소재 전환, 생산기술 개발을 통해 가격 경쟁력 강화와 신규 시장 선점 전략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주성·김아영·도수화 기자 wjsburn@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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