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복면가왕에서 최장기 가왕을 지키던 음악대장, 그의 선곡은 ‘Don’t Cry’. 노래의 주인공은 밴드 더크로스의 리드보컬 김혁건씨입니다.
2012년, 불의의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오토바이와 불법 유턴차량이 충돌한 겁니다. 오토바이 운전자는 사지마비가 되었습니다. 당시 최고의 밴드보컬 혁건씨였습니다.
‘건강’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사람이었습니다. 낙하산을 타던 특전사 출신이었죠. 사고로 어깨 이두박근만 조금 쓸 수 있게 되었는데, 그것마저도 기적이라고 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사지마비, 수도 없이 ‘죽음’을 생각했다고 했습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현실을 부정하던 어느 날, ‘살아있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순간, 작은 빛이 생겼습니다. 장애인이 된 자신을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장애를 인정하고도 한동안은 음악을 하고 싶어 울었다고 했습니다. 음악은 삶의 전부였기 때문입니다. 어느 날, 악기 선물을 받게 되었습니다. ‘하모니카’였습니다. 음악을 포기하지 말라는 뜻인 것만 같았다고 했습니다.
그의 선택은 또 다시, 음악이었습니다. 의료진마저 다시 노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진단한 상황, 그는 다시 마이크 앞에 섰습니다.
쉽지 않았습니다. 배에 힘을 주지 못하니 큰소리를 낼 수 없었습니다. 폐는 작아져 일반인의 절반 정도였죠. 한 마디를 채 부르기가 어려웠습니다.
배를 누르면 소리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배를 압박해 줄 무언가 있다면 노래를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복식호흡장치는 그에게 다시 음악을 선물했습니다. 3㎏ 정도인 복식 호흡 장치를 배에 둔 채, 조종기를 팔로 밀거나 당기면 모터가 피스톤을 움직여 배를 압박해주었죠.
“사고 전 4옥타브 C음까지 냈지만 2옥타브 E음이 낼 수 있는 최고 음입니다. 그래도 노래를 할 수 있으니 기적이죠” -가수 김혁건-
2017년 1월, 그는 ‘불후의 명곡’ 무대에 올랐습니다. 다시 대중 앞에서 노래를 한 겁니다.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이 되기를, 절망의 늪에 빠진 사람들에게 힘이 되기를 ”
-가수 김혁건-
그의 인생은 이제 시작입니다. 세상으로 나아가 비장애인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익히고 있습니다.
“장애인에게 사회복귀는 아주 중요합니다. 자존감을 회복하는 길이기 때문이죠”
-가수 김혁건-
기적은 늘 내 안에서 일어난다. 혹여 깊은 절망에 빠지더라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기를 바란다. 기적은 이미 당신 안에 있다.
-김혁건씨의 ‘넌 할 수 있어’ 에필로그 中-
박민지 기자 pmj@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