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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더컬처] 200명 앞에서 팬티만 입고 걸었던 배정남, 이제는 350만명이 그의 '연기'를 봤다!

손익분기점 코 앞 영화 '영웅'에서 실존인물 명사수 조도선 역할 맡아
"한국인의 남다른 DNA에 자부심 느끼며 연기"
"반려견 벨, 엄한 데 시간 쓰지 않게 만들어준 소중한 존재"

입력 2023-02-14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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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당일 클래식함과 귀여움을 믹스매치한 그는 “패션계의 윤제균 감독으로 불러 달라. 이 분야에서만큼은 못 하는 게 없다”고 말했다.(사진제공=CJ ENM)

 

무대도 진심이지만 연기는 영혼을 갈아넣었다. 배우 배정남은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가슴이 뜨거웠다. 이런 역할이 나에게 들어올 줄은…”이라며 울컥한 모습이었다. 손익분기점인 350만을 향해 분발 중인 영화 ‘영웅’은 2009년 초연한 동명의 한국 창작 뮤지컬을 스크린에 옮긴 작품이다. 

 

‘아바타: 물의 길’과 동시기에 개봉하면서 간만에 극장가의 긴장감이 불러일으켰다. 할리우드와 충무로의 자존심 맞대결이었고 어쩌면 당연하게도 ‘아바타2’는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하지만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관객들의 반응은 “두번 세번 봤다” “한국인인 게 자랑스럽다” “뮤지컬과 다른 감동”이라며 악플 하나 없이 장기흥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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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신이 민망하거나 부끄럽진 않았냐는 질문에 그는 “모델 시절 2000명 앞에서 팬티만 입고 런웨이한 사람”이라면서 키스신 상대인 극 중 아내에게 감사함을 전하기도.(사진제공=CJ ENM)

‘영웅’은 안중근 의사가 거사를 준비하던 때부터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까지 휘몰아치는 역경을 가슴 먹먹하게 그려낸다.

 

‘해운대’와 ‘국제시장’으로 쌍천만 흥행을 기록한 윤제균 감독 8년 만에 선보인 신작으로 기존 한국영화에서 시도된 바 없는, 촬영 현장에서 직접 배우들이 노래를 부르는 라이브 녹음 방식을 채택했다.  

 

배정남이 연기한 조도선은 중국에서 세탁업과 러시아어 통역관으로 살았던 실존인물이다.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하기 위해 안중근, 우덕순, 유동하, 유승렬, 김성화, 탁공규와 함께 7인 동맹을 맺고 거사를 위해 하얼빈 바로 전 역인 채가구 역에서 총구를 겨눈다. 

 

하지만 예상했던 의거 계획과 달리 하얼빈에서 내린 이토가 안중근에게 저격 당하고 이후 현장에서 러시아 헌병들에게 체포된다. 


“이 역할을 위해 안 읽어본 소설, 관련 논문, 안 본 영화가 없다니까요. 실존이지만 기록이 거의 없어요. 하지만 캐릭터에 대해 파고들면 팔고 들수록 우리 민족이 얼마나 강한지, 또 나라를 위해 열심히 싸웠는지 알게 됐습니다. 이름 모를 의병들이 너무 많아요. 한국인이야말로 투지가 남다른 DNA를 가졌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단순히 ‘영웅’뿐만이 아니다. 그는 이미 일제 치하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에서 전당포 주인 역할을 코믹하게 완성해 냈다. 자신의 고향인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하며 추노 출신의 날카로움과 극 중 ‘해드리오’라는 간판에 걸맞는 각종 민원을 능청스럽게 소화한다.  

 

‘영웅’에서는 명사수로서 장총을 능숙하게 다루며 특유의 식스팩을 과시하는 등 키스신과 노출(?)까지 담당하며 관객들의 웃음을 저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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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누가 죄인인가’ ‘십자가 앞에서’ 등 오리지널 넘버를 극장 환경에 맞게끔 재편곡했으며 오직 영화에서만 확인할 수 있는 새로운 넘버도 추가한 영화의 한 장면. (사진제공=CJ ENM)

 

“솔직히 이런 책(시나리오)를 처음 받아봤어요. 제 전작들을 보면 직업은 프로페셔널해도 코믹한 부분이 거의 대부분이었는데 비중도 많지만 노래까지 하잖아요. ‘이제 어디 가서 배우라고 말할 수 있겠구나’ 싶은 거예요. 촬영 내내 가슴이 뜨겁고 20년 전 런웨이에 처음 설 때의 느낌이 되살아난 행복한 시간이었죠. ‘영웅’을 무려 5번이나 봤다니까요.”

솔직히 그 전까지는 ‘내가 배우인가? 아니면 연기하는 모델인가?’란 물음표가 늘 따라다녔노라고 했다. 아무리 관리를 해도 30대 초반이면 은퇴가 정설인 모델계에서 그는 여전히 피날레를 장식하는 베테랑이다. 신체적으로 장신이 아니라는 직업적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배정남은 비율 좋은 몸과 포토제닉한 포즈를 끊임없이 공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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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남은 ‘영웅’에서 독립군 최고 명사수 조도선 역을 맡았다. (사진제공=CJ ENM)

그는 “(모델은) 항상 준비돼 있어야 하는 직업이다. 길게 오래 하는 놈이 강하다고 생각했기에 초조해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20대에는 빨리 성공해서 돈 벌어야 한다는 강박이 너무 컸어요. 사람한테 속기도 많이 하고 사기도 당했지만 그런 걸 겪으면서 조금씩 단단해지고 여유가 생겼습니다. 요즘에는 ‘인생은 사십부터’라는 말을 만끽하고 있어요. 마흔 하나에 이렇게 배우로서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 일입니까.”

화장실도 없는 집에서 살아야 했던 고단한 유년 시절이었다. 10대 초반에는 신문배달을 해야 끼니를 해결 할 수 있을 정도로 어려웠다. 

 

배정남은 라운드 인터뷰에 함께 자리한 여러 매체 중 부산일보의 명함을 유독 반가워하며 “내가 배달했던 신문이라 감개무량하다. 거기에 내가 나오는 거 아입니꺼”라고 부산사나이 특유의 호탕한 웃음을 보였다.

배정남은 연예계에서 알아주는 애견인이다. 집안에 동물을 들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제는 스스로 “내 딸”이라고 부르는 도베르만 벨은 10년 전 지인의 집에서 우연히 만나 가족이 됐고 지금은 전신마비 판정을 받고 재활치료 중이다. 휠체어와 유모차에 타고 치료받는 모습 등 SNS에 자신의 사진보다 벨의 근황을 더 자주 올릴 정도로 벨에 대한 사랑이 남다르다.


“벨이 많이 아프지만 되려 매사에 감사하는 순간이 많아졌음을 느껴요. ‘영웅’도 그렇지만 반려견의 존재가 저를 싹 바꿔놨다 자부합니다. 지금 저에게 시간을 주고 있고 현실에 충실한 삶을 만들어줬거든요. 지금은 무조건 일과 벨의 재활 두 가지에 집중합니다. 어떤 게 우선순위인지 이제는 알게 됐고 그 덕분에 제 인생은 찬란할 일만 남았으니까요.”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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