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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유연석이라 쓰고 '양파남'으로 부른다!

[人더컬처] 영화 '멍뭉이' 유연석
영화 '멍뭉이' 개봉 앞두고 "흥행공식 따르지 않았던 결정 지금도 후회 안해"
"시청률과 관객수가 숫자로 적혀지는 명단이 꽤 길어졌지만 다양한 변신 늘 목말라"
데뷔 20년 차 독재자,멜로남,기회주의자 오가...차기작은 연쇄살인마

입력 2023-02-20 18:00 | 신문게재 2023-02-21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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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타공인 반려인으로 불리며 유기견 리타를 입양한 유연석은 ‘멍뭉이’에서 11년 집사 인생에서 최대 고비를 맞이하는 민수 역을 맡았다. (사진제공=(주)키다리스튜디오)

 

“1500만 반려인구 중에 ‘이 영화’ 같은 고민을 안 해본 사람이 있을까요?” 


오는 3월 1일 개봉을 앞둔 영화 ‘멍뭉이’에 대해 배우 유연석은 단호했다. 만난 지 1000일째 사랑하는 여자친구에게 프러포즈에 성공하는 민수가 그가 맡은 역할이다. 골든 리트리버 루니를 위해 6시 ‘칼퇴’를 고수할 정도로 알아주는 댕댕이 집사로 어린 시절 가족을 잃은 트라우마로 일찌감치 가족을 꾸리길 늘 원해온 캐릭터다. 

그에게 루니는 친동생을 넘어선 존재였다. 하지만 곧 아내가 될 여자친구는 “사실 그동안 숨겨왔는데 동물 침 알러지가 있다. 털은 괜찮지만 침이 닿으면 목이 심각하게 붓는 탓에 데이트를 할 때마다 약을 먹어왔다”는 충격적인 고백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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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영화제 MC,OTT등 도전을 멈추지 않고 활동 중인 유연석. (사진제공=(주)키다리스튜디오)

하늘이 무너진 표정을 짓는 민수에게 “아이도 낳아야 하고 앞으로 가족이 될 사이에서는 숨기는 게 없어야 하기에 말한다”고 울먹이는 약혼녀를 누가 탓할 수 있을까. 

 

결국 형제처럼 자란 사촌 진국(차태현)에게 고민을 털어놓는 그는 “자신이 책임지고 루니를 키울 수 있는 새로운 집사를 알아보겠다”는 형의 말을 믿고 전국일주에 나선다. 

 

“현실적인 딜레마를 다룬 작품이라 더 끌렸던 것 같아요. 솔직히 ‘멍뭉이’를 제안 받았던 팬데믹 직전에는 한국 영화사에서 흥행공식처럼 어느 투자사, 출연 배우, 장르가 정해진 시나리오가 많이 들어와 있었어요. 멀티 캐스팅의 대작들이 쏟아지던 시기에 안전한 선택을 할 수도 있었지만 이 작품의 주제와 의미가 보이니 차마 ‘못하겠다’는 말이 안 나오던데요?(웃음)”

570만명 관객을 만나며 흥행돌풍을 일으킨 ‘청년경찰’의 김주환 감독은 한국형 오컬트를 다룬 ‘사자’의 개봉직전 이미 ‘멍뭉이’의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충무로에서 가장 잘 나가는 30대 감독인만큼 발빠른 투자가 진행됐고 스태프도 구성됐지만 전세계를 장악한 코로나19로 인해 촬영은 결국 무기한 연기됐다. 그간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와 ‘슬기로운’ 시리즈로 인기 절정에 다다른 유연석은 그럼에도 굳건했다. 유연석은 “감독님이 직접 쓴 과정을 들었고 진심이 느껴졌기에 다른 계산은 필요없었다”고 말했다. 

 

극 중 민수는 진국과 함께 다양한 후보자(?)들을 만난다. 그저 골든 리트리버가 폼나 보여 입양하려는 사람, 얼마 전 반려견이 무지개 다리를 건넌 아픔을 지닌 중학생, 안락사를 앞둔 개들을 거둬 키우는 것으로 대리만족을 하는 재벌 후계자 등 사연은 다양하지만 진심은 없었다. 키울 상황이 돼도 맡길 수 없는 결정적 이유가 마지막에 생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제주도까지 가야 하는 전국일주 중 만나는 수많은 강아지들은 결국 루니의 친구가 돼 같은 차에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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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태현과는 골프라는 공통 취미도 있었지만 드라마 ‘종합병원2’ 촬영 당시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을 간직하고 있다가 ‘멍뭉이’의 소품으로 사용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사진제공=(주)키다리스튜디오)

그저 믹스견이라는 이유로 버려진 젖도 안 뗀 새끼들, 잔반을 먹여 키워 보신탕집에 팔릴 위기의 강아지, 아파트에서 키우려고 발톱을 다 뽑힌 채 자라다 주인의 이사와 함께 버려진 퍼그 등 종자와 사연도 다양하다. 여기에 먼 친척의 이민으로 래브라도 리트리버까지 떠안게 된다. 같은 대형견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야심차게 오픈한 카페를 말아먹고 빚잔치 중인 진국(차태현)의 사연이 더해져 ‘멍뭉이’의 재미를 더한다. 

“꿈이 아닌 현실에 안착하는 청년실업에 대한 강력한 한방이 있는 영화입니다.(웃음) 실제로 (차)태현이 형이랑 친분이 있어서 사촌지간인 케미스트리가 잘 산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멍뭉이’를 촬영하고서 1년 후 마음을 고쳐먹고 유기견 리타를 입양하게 된 것이 저의 가장 큰 변화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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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현실적인 사랑의 온도를 보여준 드라마를 통해 또다시 인생 캐릭터를 경신한 유연석. ‘사랑의 이해’에 대해 그는 “나이가 들 수록 더 모르겠는 감정같다”고 고백했다. (사진제공=(주)키다리스튜디오)

유연석 역시 데뷔 전부터 키우던 강아지를 잃은 슬픔을 지니고 있다. 시사회 직후 “초등학교 때부터 집에 강아지가 없는 적이 없었다. 항상 아이들이랑 같이 지냈다. 그런데 강아지들이랑 우리랑 사는 속도가 다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그 아이들을 보낼 수밖에 없는 순간들이 있었다” 오열한 이유도 자신의 실제 경험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다시는 개를 키우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리움은 컸죠. 본가에 있는 강아지를 보며 만족해야 했는데 지금은 반려견에 대한 돌봄 서비스가 좋아졌기도 하고 사회적으로 여러 제도가 많이 생겼더라고요. 털이 모두 빠진 채 심장사상충에 걸려 버려진 리타를 본 순간 운명이라고 느꼈습니다.”

리타가 온 곳은 ‘개들의 지옥’이라 불리는 애린원이었다. 애니멀호딩(동물수집) 학대가 이루어지던 악명 높은 사설보호소로 1600여 마리 개들은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아 자체 번식을 거듭했고 죽은 개들은 아궁이에서 땔감처럼 태워졌다는 끔찍한 소문이 도는 곳이다. 그 곳에 대형견이란 이유로 2년간 입양을 기다리던 리타는 아무도 모르게 그곳의 사연을 SNS로 추적(?)해 온 유연석의 품에 안겼다. 

“저에겐 촬영장이 되려 힐링장이었어요. 배우들에게 동물과의 촬영은 힘들기로 유명한데 저는 이미 알고 들어가서인가?(웃음) 대작은 아니었어도 모두 좋은 마음으로 뭉친 걸 아니까요. 개런티 자진삭감이요? 솔직히 전 얼마 받았는지도 모르고 그나마 잊고 있었는데 기사가 났더라고요. 사실 대중들이 저를 활발하고 계획적인 E라고 알고 있는데 MBTI가 무려 I에다 A형이랍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멍뭉이’의 진심을 이해하고 저 같은 용기를 내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더 생긴다면 그것보다 더 행복한 일은 없을 것 같아요.”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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