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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흥행보다 야구라더니, 예능까지 잡은 조진웅의 '힘'

[人더컬처] 영화 '대외비'·예능 '텐트 밖은 유럽2' 조진웅
영화 '대외비' ,2023년 개봉 오프닝 박스오피스 1위로 화려한 포문
"연기할때마다 질문 많아진 캐릭터, 촬영 후 안 잊혀진 드문 작품"

입력 2023-03-06 18:30 | 신문게재 2023-03-07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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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싸나이’ 조진웅이 부산 국회의원에 도전한다. 해운대구를 지역구로 두고 영화 ‘대장 김창수’를 함께 찍었던 이원태 감독과 의기투합해 ‘대외비’라는 정치범죄드라마를 완성했다.(사진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사실상 안방과 극장을 장악중이다. 배우 조진웅의 이야기다. 1일 개봉한 영화 ‘대외비’로는 박스오피스 1위를, 2일 방송된 tvN 예능 ‘텐트 밖은 유럽2’에서는 의외의 잔망미(?)를 발산 중이다. 

 

여러모로 기념비적인 흥행세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대외비’는 개봉 첫 주 2023년 개봉작 중 개봉일 최다 관객 수인 18만 명을 끌어모았다. 마블의 오프닝 스코어의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17만 4879명)를 가뿐하게 뛰어넘은 수치다. 

 

흥행주역으로 화보 촬영과 라디오 출연, 각종 예능, 뉴스까지 섭렵한 그는 지난달 25일 JTBC ‘뉴스룸’ 출연 당시 야구 광팬 답게 “롯데 자이언츠 우승과 영화의 흥행 중 할 수 있다면 무얼 하겠냐”는 앵커의 질문에 1초의 고민도 없이 지지팀의 우승을 선택해 화제를 모았다. 롯데 자이언츠를 향한 그의 오랜 팬심에 타구단 팬들까지 ‘대외비’의 개봉에 많은 관심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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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 영화에 대해 “단지 정치판의 이야기만이 절대 아니다. 권력 앞에서 사람이 어떻게 변하는지, 왜 자신의 양심을 무너뜨리는지. 그걸 보여주는 것이 이 영화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대외비’는 1992년 부산, 만년 국회의원 후보 해웅(조진웅)과 정치판의 숨은 실세 순태(이성민), 행동파 조폭 필도(김무열)가 대한민국을 뒤흔들 비밀 문서를 손에 쥐고 판을 뒤집기 위한 치열한 쟁탈전을 벌이는 범죄드라마다. 무소속으로 20년을 정치판에서 버텨온 역할을 맡은 그는 정치판의 숨은 실세인 순태 역의 이성민과 팽팽한 기싸움을 펼치는가 하면 10kg이라는 몸무게 증량과 경상도 사투리, 액션까지 준비해온 김무열 사이에서 특유의 존재감을 발휘한다.

“배우로서 작품이 끝나면 지우기 바쁘고 대사도 다 잊어버리는데 이상하게 이 영화만큼은 유독 잔상이 많이 남아요. 코로나19로 이제 개봉했지만 무려 2년 전 영화예요. 지금도 홍보활동을 하며 당시의 기억이 생생해요.(웃음) 찍으면서 참 술을 많이 먹었는데도요. ‘대외비’는 저에게 그냥 고민덩어리 그 자체랄까? 당시엔 제가 느낀 인간적인 갈등이 고스란히 보여지길 원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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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비’의 영문제목은 ‘The Devil’s Deal’(악마의 거래)이다. 이에 대해 조진웅은 “상당히 마음에 든다. 해웅이라는 사람이 어떻게 되는지, 그 과정이 나오고, 사람들이 얽히고설키는 게 잘 표현됐다. 그러면서 웃프기도 하고 짜증나기도 했다”고 웃어보였다.(사진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극중 배경이 되는 1992년은 현행 헌법 사상 처음으로 총선과 대선이 같은 해에 진행된 기념비적인 해다. 이에 이원태 감독과 제작진은 90년대 말 장소를 찾기 위해 강원도부터 충청도, 남해안까지 말 그대로 전국을 탐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원태 감독은 “배경은 부산이지만 촬영을 위해 구입한 차가 크랭크업 후 1만8000km나 달렸더라”는 후일담을 전하기도. “영화의 공간은 현실적 재현을 넘어서는 아우라를 가질 때 진정한 힘을 지닌다”고 전한 이원태 감독의 말은 ‘대외비’가 지닌 디테일의 힘을 기대하게 만든다.

흐른 세월만큼 감독과 배우의 위치도 많이 바뀌었다. 지난 2019년 ‘악인전’으로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의 초청을 받은 이원태 감독은 좀 더 매운 맛이 강해졌고 조진웅은 ‘독전’ ‘완벽한 타인’ ‘공작’ 등을 연달아 히트시키며 가장 잘 나가는 배우가 됐다. 조진웅은 “시나리오의 첫 느낌은 반성과 고민의 연속이었다. 극 중 캐릭터만큼 절체절명의 순간을 겪었던 적은 없지만 내가 그냥 해웅이 된 채로 ‘이게 맞나’ ‘이렇게까지 가야 하나’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크고 작은 고민들이 연기하면서 계속 쌓여갔지만 멈출 수 없었고 의심하면서 여러 생각들이 교차했다”고 촬영 당시의 치열했던 순간을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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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시절부터 알고지낸 이성민과는 영화 ‘군도:민란의 시대’, ‘보안관’, ‘공작’에 이어 벌써 네 번째 작업이다. (사진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데뷔 20년 차에 들어선 조진웅은 연극판을 전전하다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10대 선도부를 맡으며 영화계에 눈도장을 찍었다. 막 서른살이던 당시 10대 후반의 학원물을 맡았던 이유에 대해 그는 “체구가 커서 주름이 별로 없어 어려보였던 것 같다”며 눙쳤다. ‘말죽거리 잔혹사’에 이어 드라마 ‘솔약국집 아들들’에서 브루터스 리 역할을 맡아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다. 캐스팅 당시 배역 자체가 비중이 크지 않았지만 특유의 친근함과 철저한 준비성으로 작가와 PD를 감동시킨 일화는 지금도 유명하다. 이후 ‘끝까지 간다’ ‘명량’ ‘암살’ ‘아가씨’ 등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작품들에 출연하며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잡았다.

“무엇보다 제목이 저를 설레게 하는 거예요. 외부에 알리면 안되는 비밀인 ‘대외비’라니. 해웅의 직업이 국민을 위한 정치인인 동시에 개인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한 수단이 되잖아요. 이게 얼마나 웃긴 일입니까. 그래서인지 대부분 캐릭터들은 ‘이렇게, 이렇게 하면 되겠다’라고 생각하는데 이 작품은 결코 아니었어요. 개인적으로 이런 캐릭터들을 참 좋아하고 즐깁니다. 아주 신명 나게 잘 놀았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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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출연해 영화 홍보와 더불어 퀴즈를 맞혀 100만 원 상금을 받은 조진웅은 이를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에 기부해 화제를 모으기도. (사진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연기는 신명나게 했지만 예능은 되려 생고생이었다. ‘텐트 밖은 유럽2’는 말 그대로 ‘오롯이 야생’이다. 스태프들이 사전답사한 곳이 아닌 캠핑장, 기차 대신 렌터카, 현지 마트를 이용해 세상 자유로운 방식으로 유럽을 여행하는 힐링 예능으로 조진웅은 지난달 배우 최원영, 박명훈, 권율과 함께 촬영을 진행했다.

 

조진웅은 “총무를 자처한 권율이 고생을 많이 했다. 저는 운전을 도맡았는데 촬영 후 권율에게 다시 한번 이 여행 가고 싶냐고 했더니 텐트 여행은 또 가고 싶은데 이 멤버만 아니면 된다고 하더라”면서 “솔직히 대학 때부터 스페인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그 나라가 아니었다면 굳이 안 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복병은 지구를 위협하는 기후변화였다.

입국 하루 전까지 포근하던 스페인에 우박과 폭설이 내리는 사상초유의 강풍이 불어닥쳤다. 현지에서도 수 십년 만에 겪는 일이라 당시의 생생한 화면이 고스란히 방송될 예정이다. 그는 “1편을 보면 경관도 좋고 미세먼지도 없다. 그런데 도착하니 바람이 하도 불어서 폴대가 휘더라. 날씨가 뒷받침되지 않았다”며 의외의 난관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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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대외비’.(사진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지난 2019년 비밀리에 최측근 영화인들과 단편영화 ‘력사: 예고편’의 연출을 맡아 해외에서 공개한 조진웅은 곧 장편영화에도 도전한다. 이미 여러 차례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왔고 그 중 판타지 크리처(Creature, 기묘한 생물이나 괴물) 장르를 구체적으로 준비 중이다.

“열정을 다해 작업하고 있습니다. 일단 제 데뷔작에 출연했던 배우들이 모두 다 나오고요. 판타지 드라마인데 크리처 장르의 새로운 역사를 열 작품이라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계획대로라면 올 하반기에 촬영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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