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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더컬처] 초반 시청률보다 3배 뛴 '대행사', 이보영이 보여준 통.쾌.함

"불꺼진 방 들어가는 고아인 보며 남편과 울어"
"벌써 데뷔 21년 넘어, 시청자로서 '나도 잘 버텼구나'느껴"
차기작은 추적 스릴러 '하이드'

입력 2023-03-06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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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주말드라마 ‘대행사’는 사내 최초로 여성 임원이 된 고아인(이보영)이 자신의 커리어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담은 오피스 드라마다.(사진제공=제이와이드컴퍼니)

 

“어쩌죠? 고아인과 저는, 공통점이 1도 없는데……”

시대가 변했다지만 여전히 뉴스란에는 ‘여성임원’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하는 세상이다. 각 대기업에는 몇 %의 임원이 젠더로 구성되는지가 가늠된다. 암묵적으로 조직생활에는 여성이란 이유로 맡아야 하는 ‘일의 종류’가 구분된다. 최근 종영한 JTBC ‘대행사’는 바로 그런 현실에서 출발한 통쾌함이 남달랐다.

극중 고아인은 연줄도 학력도 없는 여성이지만 실력 하나만으로 최고의자리에 오른다. 하지만 그것이 1년짜리 단기, 재벌 금수저의 합법적인 기업승계용 할리우드 액션이란걸 바로 깨닫는다. 누구에게도 쉽게 곁을 주지 않고, 속에 있는 말은 다 해야 직성이 풀리는 그는 바로 그 단점을 이용한다. 배우 이보영의 첫 오피스 드라마이자 올 셋트장 녹화였던 ‘대행사’는 그렇게 시청자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일단 저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아요.(웃음) 강박적인 면이 없고 센 척을 못해서 공감하지 못한 면이 많았어요. 그리고 조직생활을 해 본적이 없어서인지 촬영하면서도 ‘이렇게까지 해서 승진해야 돼?’,‘사내정치가 이정도야?’라는 말이 절로 나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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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최초 임원이 된 이보영은 사내 정치가 난무하는 광고대행사에서 시원한 돌직구와 파격 행보로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사진제공=제이와이드컴퍼니)

 

이보영은 ‘대행사’를 “한 인간의 성장기”라고 정의했다. 자신이 몰랐던 회사생활의 고단함을 겪은사람들이 대리만족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를 악물었다고 고백했다. 시청자의 입장에서 독하고 외로운 아인이를 보면서는 연기인생이 주마등처럼 스치기도 했다.

“데뷔 이후 역대 최고로 센 캐릭터였거든요. 친정 식구들까지 반응이 남달랐어요. 남편(지성)은 재미없으면 칼 같이 자르는 스타일인데 굉장히 통쾌해하고 재미있어 하더라고요. 오피스 드라마를 처음 찍다보니 여러명이 출근하듯 세트장에서 호흡하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었고요. 촬영이 끝나면 다 같이 현장 바로 앞 치킨집에 가서 회식도 자주 했어요. 진짜 회사다니는 느낌을 만끽하며 찍었습니다. 그 즐거운 기운이 시청률까지 나온 것 같아요.”

배우들끼리도 “7~8프로 정도 나오면 좋겠다”고 예상하며 지난 6개월을 살았다. 흙수저에서 19년간 돈과 성공에 미친 ‘돈시오패스’로 그룹 임원까지 올랐지만 차기 대표를 노리는 최창수 상무(조성하)의 정치 계략으로 승진해 토사구팽 위기에 처한 순간은 시청률이 두 자릿대로 껑충 뛰었다. 회장 딸 강한나 상무(손나은)를 이용해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위한 흥미진진한 작전과 얼음판 위를 걷는 듯 매일 매일 전쟁 같은 하루를 보내는 광고인들의 현실을 담은 방송이 시작되자 시청률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감독과 스태프들끼리 모이면 “왜 이렇게 올라가지?”라고 되물을 정도였던 것.

“드라마의 경우 배우의 입장에서 대본을 끝까지 못 보고 캐릭터의 소개나 초반만 보고 들어가는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끝까지 잘 써준 작가님, 촬영까지 잘 해주는 감독님, 허를 찌르는 연기로 나를 깜짝 놀래킨 동료 배우들까지 16부작을 찍는 내내 감사한 순간 뿐이예요. 제 인생에 인복이 유난히 많은 편인데 ‘대행사’를 찍으며 더 느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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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행사’는 1회에서 4.8%(닐슨코리아 제공, 전국 유료 가구 기준)로 시작해 최종 16%를 기록하며 안방극장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사진제공=제이와이드컴퍼니)

 

현재 이보영에게 가장 큰 원동력은 ‘가족’이다. 2004년 SBS 드라마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로 이름을 알린 뒤 ‘어여쁜 당신’ ‘서동요’ ‘적도의 남자’ ‘내 딸 서영이’ ‘너의 목소리가 들려’,‘마더’ 등에 출연하며 연기와 흥행을 모두 잡는 대표적인 배우로 거듭났다. 최근 ‘마인’까지 수많은 성공작을 필모그라피로 남긴 것에 대해서는 “순탄하지는 않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연기가 좋아지고 잘 하고 싶었다”고 수줍어했다.

“당시 남자친구였던 지성씨의 대본을 보니 굉장히 빼곡하게 써 있는 거예요. 지금도 그렇지만 현장가는걸 너무 좋아하고 연기하는걸 무척 즐거워 했고요. 아이 둘을 낳고 쉰 적도 있었는데 이제는 제 일이 저에게 잘 맞고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게 하는걸 느껴요. 든든한 울울타리 있는 것, 큰 힘이 되죠.”

‘대행사’를 마친 그는 쉼 없이 차기작 ‘하이드’에 돌입한다. 이보영은 “이상하게 로맨틱 코미디와는 인연이 없다. 또 사연 많고 부모복이 없는 캐릭터로 찾아뵐 것 같다”고 호탕하게 웃어보였다. 티빙 오리지널로 12부작으로 제작되는 이 작품은 사라진 사람과 진실을 쫓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담은 추적 스릴러로 영국 드라마를 원작으로 올 하반기 공개예정이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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