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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스릴러에 깃든 여성을 향한 폭력, 사회의 민낯 그리고 연대의 힘…줄리 클라크 ‘라스트 플라이트’

[문화공작소] ‘라스트 플라이트’

입력 2020-08-25 18:00 | 신문게재 2020-08-26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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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 클라크의 '라스트 플라이트'가 밀리의 서재에서 공개됐다(사진=밀리의서재 제공, 줄리 클라크 공식홈페이지)

 

2018년 ‘우리가 선택한 것들’(The Ones We Choose)로 인상적인 데뷔를 한 서스펜스 작가 줄리 클라크(Julie Clark)의 신작 ‘라스트 플라이트’(Last Flight)는 개인사이면서 사회 부조리에 발차기를 날리는 스릴러다. 

 

‘우리가 선택한 것들’에서 부재한 아버지의 대물림으로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는 엄마와 소년의 이야기를 그렸다면 ‘라스트 플라이트’는 좀더 사회문제에 무게중심을 둔 작품이다. 전자책 기반의 독서 플랫폼 ‘밀리의 서재’가 레슬리 카라(Lesley Kara)의 ‘루머’(The Rumour), 제임스 들라지(James Delargy)의 ‘살인번호: 55’(Fifty Five)에 이어 공개하는 ‘밀리 오리지널’ 해외 스릴러 세 번째 작품이다. 

 

‘라스트 플라이트’는 다양한 모양을 한 권력에 의한 무차별 폭력과  관망하는 사회 시스템으로 인해 사회에서 고립되고 안전 사각지대로 내몰린 두 여자의 삶을 교차시키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사진 1] 밀리의 서재에서 최초 공개되는 라스트 플라이트 표지
라스트 플라이트(사진제공=밀리의서재)

한 여자가 있다. 그녀의 이름은 클레어 쿡. 저명한 정치가의 아들 로리 쿡과 결혼한 클레어는 맨해튼 타운 하우스에 살며 10명이 넘는 고용인의 도움을 받으며 풍요롭고 안정적인 삶을 영위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우아함과 풍요로움 뒤에는 끔찍한 폭력과 권력의 중심에 선 남편의 가스라이팅(Gaslighting, 사건의 상황이나 타인의 심리를 교묘하게 조작해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들어 타인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으로 피폐해진 현실이 도사리고 있다. 

 

끊임없이 따라붙는 남편의 사람들과 가스라이팅으로 인한 세상의 편견, 치밀하게 준비한 ‘탈출’은 남편으로 인해 또 다시 무산될 위기에 처한다. 그녀의 손에 들린 푸에르토리코 항공권. 많은 이들이 선망하는 평화로운 휴양지로 향하는 비행기표지만 클레어에게는 도무지 빠져나갈 수 없는 폭력의 굴레이며 암담하기만 한 그녀의 미래다.  

 

그런 그녀 앞에 나타난 또 다른 여자, 에바. 그 역시 폭력으로 얼룩진 오클랜드 행 비행기표를 가지고 있다. 항공권을 교환하자는 에바의 제안에 의기투합한 두 여자는 그렇게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추적극의 주인공이 된다. 

 

클레어가 탔어야 했지만 에바가 탄 푸에르토리코행 비행기에 가해진 테러와 추락사고, 클레어의 사망 소식으로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애초 누구도 타지 않았던 비행기, 클레어의 생존을 알아 챈 남편 로리, 또 다시 탈출을 고심하는 클레어…. 사고시점에 오클랜드에 발 딛은 클레어의 현재와 비행기 사고가 나기 8개월 전부터 시작되는 에바의 과거가 번갈아 진행 혹은 교차되면서 이야기는 더욱 긴장감을 높인다. 

 

‘라스트 플라이트’는 뉴욕 타임스, USA 투데이,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렸던 작품으로 가족이라는 울타리, 모성과 남성 권력 등 사회 전반에 도사리고 있는 여성을 비롯한 소외된 이들에 대한 폭력, 이를 눈감는 사회 시스템 등이 고스란히 민낯을 드러낸다. 

 

그 민낯의 피해자인 여성이 절박함에 행한, 판단이 모호한 윤리와 도덕성을 드러내는 사건들, 끝날 듯 끝나지 않는 반전, 곳곳에 배치된 서스펜스 등으로 무장한 스릴러지만 권위적인 남성들과 권력, 무책임한 사회 시스템 아래 신음하던 여성들의 연대가 어떤 힘을 발휘하는지를 긴장감 넘치게 풀어낸다. 

 

혹자들은 “세상 많이 좋아졌다”거나 “여자들 살기 편해졌다”고 끌탕을 친다. 하지만 ‘어디에나 있는’ 여성을 향한 폭력은 여전히 끝나지 않고 현재 진행 중이며 그에 맞서는 연대의 힘은 어김없이 힘을 발휘한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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