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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뮤지컬 ‘킹키부츠’ ‘제이미’…나를 일으켜 세우는 ‘레드힐’

[문화공작소] 성장 뮤지컬 '제이미&킹키부츠'

입력 2020-08-31 19:00 | 신문게재 2020-09-01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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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gkyBootsJamie
뮤지컬 ‘킹키부츠’와 ‘제이미’의 레드힐은 나 다운 나의 상징이자 지인들과의 연대 등을 내포하고 있다.(사진제공=CJ ENM, 쇼노트)

 

“제이미 캠벨이라는 실존인물을 연기하면서 카타르시스를 느껴요. 첫 대사부터 ‘맞아 나 게이’라면서 들어가요. 그 애티튜드와 용기가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그 장면은 ‘하이힐’을 신고 ‘하이킥’을 날린다는 생각으로 해요.”

뮤지컬 ‘제이미’(Everybody’s Talking About Jamie, 9월 11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드래그 퀸(Drag Queen, 예술이나 오락, 유희를 목적으로 여장을 하는 남성)을 꿈꾸는 소년 제이미 뉴(조권·렌·신주협·MJ, 이하 관람배우·가나다 순)로 출연하고 있는 조권은 ‘레드힐’에 대해 이렇게 전했다. 

 

[제이미] Out of The Darkness_조권 (제공.(주)쇼노트)
뮤지컬 ‘제이미’ 조권(사진제공=쇼노트)

뮤지컬 ‘제이미’는 영국 BBC 다큐멘터리 ‘제이미: 16살의 드래그 퀸’ 주인공인 제이미 캠벨(Jamie Campbell)의 실화를 무대에 올린 작품으로 2017년 영국 셰폴드에서 초연된 후 웨스트엔드에 입성했다. 


이번 한국 공연은 인터내셔널 프리미어(국외 최초)로 8인조 밴드의 팝 선율이 나를 찾아 떠나는 여정에 함께 한다.

제이미에서 그를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엄마 마가렛(최정원·김선영)이 17세 생일날 선물한 ‘레드힐’은 조권의 말대로 “제이미의 페르소나”다.

‘드래그 퀸을 꿈꾸는 게이’라는 스스로의 정체성과 의지가 담겼고 엄마 마가렛, 멘토이자 전설의 드래그 퀸 로코샤넬인 휴고(최호중·윤희석), 무슬림 친구 프리티(문은수), 레이 이모(정영아) 등이 보내는 지지선언이다.

더불어 “제대로 살라”는 강압적인 헷시 선생(김지민), 사사건건 시비를 걸며 혐오감을 드러내는 딘(조은실), 가슴에서 떠나지 않는 트라우마로 남은 아빠의 독설 등을 향한 발차기인 동시에 그 편견과 혐오까지도 끌어안아 손 내밀 수 있는 용기이자 포용력이다.

보이밴드 2AM으로서의 발라더, 예능 프로그램으로 얻은 애칭 ‘깝권’ 등 모든 것이 무겁게만 느껴지던 때도 있던 조권이 자신만의 새로운 챕터를 만들 수 있게 일으켜 세운 것도, 마냥 무겁기만 했던 자신의 여러 이름을 온전히 포용하게 한 것도 하이힐이었다. 2012년 방탄소년단을 키운 방시혁 프로듀서가 선물한 뒷굽 없는 19.5cm 짜리 하이힐을 신고 오른 솔로곡 ‘애니멀’ 무대에서 조권은 스스로를 보여주고 싶은 열망을 발산했다.  

 

제이미
뮤지컬 ‘제이미’ 중 제이미 뉴. 왼쪽부터 아스트로 MJ, 뉴이스트 렌, 신주협(사진제공=쇼노트)

 

남의 시선을 만족시키기 위해 살면서 이미지는 소모되고 자신이 없어지는 데 대한 고민으로 힘들어하던 조권은 하이힐로 인해 또 다른 챕터를 열 수 있었다. “힐을 신고 리아킴 누나, 댄서들이랑 멋있게 무대를 할 수 있고 ‘제이미’에서 이렇게 제 전부를 보여 줄 수 있게 됐다”며 “뭐든 열심히 하면 예쁘게 봐 주신다는 걸 깨달았다. 이제는 눈치 보지 말고 걸그룹 춤이든, ‘제이미’든 열심히 하겠다”고 털어놓았다.

“저도 집에 하이힐이 스무 켤레 정도 있어요. 그 힐만 보고 있어도 힘이 생겨요. 일반인으로 살다 수트를 입으면 슈퍼히어로가 되는 것처럼 저는 하이힐을 신으면 발끝부터 에너지가 올라와요. 자신감도 생기고. ‘제이미’를 통해 ‘페르소나’라는 단어를 알게 됐고 저의 페르소나는 힐이라는 것도 깨달았죠. 포멀한 수트에 하이힐을 신고 레드카펫을 밟는 언젠가를 상상해요. ‘남자가 무슨 힐이야?’가 아니라 ‘조권 힐 신었네’라고 너무 당연하게 여겨지는, 그런 아티스트가 되고 싶어요.” 

 

뮤지컬 킹키부츠
뮤지컬 ‘킹키부츠’의 찰리와 롤라. 왼쪽부터 찰리 역의 이석훈, 롤라 강홍석·최재림·박은태, 찰리 김성규(사진제공=CJ ENM)

 

네 번째 시즌으로 돌아온 뮤지컬 ‘킹키부츠’(11월 1일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의 레드부츠는 어떤가. 망해가는 구두공장을 살리기 위해 의기투합한 찰리(이석훈·김성규, 이하 관람배우·시즌합류·가나다 순)와 롤라(최재림·강홍석·박은태)가 만든 80cm짜리 15cm 굽의 킬힐은 오롯이 나로 서기 위한 도구이자 다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이해 그리고 연대다.

롤라와 엔젤이 선보이는 넘버 ‘섹스 인 더 힐’(Sex in the Heel)에서 “하이힐을 숭배하라” “유혹의 그 이름 오 힐은 영원하리”라는 외침은 여자나 신는 하이힐, 과학적인 대퇴부와 힙업 효과 등의 편견, 객관적 장점이 아닌 ‘내가 느끼는 감정’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발을 아프게 하고 “남자가 무슨 힐이냐”는 비난이 돌아와도 감수할 만큼의 자존감이자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여정이며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2막_박강현, 최재림, 김지우_레이즈 유 업 저스트 비 (2)
뮤지컬 ‘킹키부츠’ 중 다 함께 레드부츠를 신고 부르는 ‘레이즈 유 업’(사진제공=CJ ENM)

 

찰리는 롤라를 이해하는 듯 했지만 아버지의 구두공장을 살리겠다는 의욕이 넘쳐 독설을 내뿜는다. 자신의 그 의욕과 열정이 “그들을 위한 것”이라면서도 함께 하는 이들에게 상처 입힌다. 그런 찰리는 물론 롤라를 혐오하던 돈(심재현·고창석)까지도 스스로 ‘반짝이 레드부츠’를 신게 하는 힘은 결국 삶의 어떤 순간에도 중심에 선 ‘나’ 그리고 나를 지지하는 혹은 혐오하는 이들까지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내미는 ‘연대의 손길’이다.

롤라와 엔젤, 찰리와 로렌, 돈과 공장 직원들 모두가 레드부츠를 신고 외치는 “네가 힘들 때 곁에 있을게! 삶이 지칠 때 힘이 돼줄게! 인생 꼬일 때 항상 네 곁에!”라는 ‘레이즈 유 업’(Raise You Up) 가사처럼.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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