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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한번 빠지면 헤어나오지 못하는 영드 '킬링 이브'

[문화공작소] 왓챠에서 시즌 3까지 공개,현재 전세계 로케이션 촬영중
사이코패스 킬러와 첩보요원 두 명의 치명적인 추격극

입력 2020-09-01 18:00 | 신문게재 2020-09-02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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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시즌 4 촬영을 위해 전세계 로케이션을 진행중인 영국드라마 ‘킬링이브’(사진제공=왓챠)
 

“한번도 영웅 역할로 보여지지 않았던 사람이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세상이다.”

지난해 2018년부터 BBC에서 방영되고있는 영국 드라마 ‘킬링 이브’로 골든글로브 TV시리즈 부문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산드라 오의 수상 소감이다. 원작 소설에서 주인공은 더 젊은 나이의 백인이자 초록색 눈의 소유자. 드라마에서는 중년의 이민 여성을 내세워 시대의 변화를 증명한다. 

 

캐나다로 이민 온 한국계 가정에서 자라 동양인으로 오랜 시간 할리우드에 안착했던 그는 ‘킬링 이브’의 시나리오를 받자마자 “그래서 내 역할은 누구?”라고 되물었을 정도로 이 작품은 에미상과 각종 시상식을 섭렵해 온 본인에게도 생소한 도전이었다.

더 이상 주인공이 백인일 필요도 없고 피부색에 구분되지 않는 시대지만 처음 제작 당시만 해도 두 명의 여자 주인공을 투톱으로 내세운 이 드라마가 시즌 4까지 촬영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고 한다. 스토리는 간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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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보요원과 사이코패스 킬러의 추격전을 다룬 ‘킬링이브’는 지난 1세기 동안 남성전유로 불린 첩보물에 경종을 울린다.(사진제공=왓챠)

서로 극과 극의 생활을 하며 살아온 두 명의 여자가 우연히 서로의 존재를 느끼며 집착에 가까운 추격전을 벌이인다. 극중 첩보요원을 꿈꾸는 정보국 직원 이브(산드라 오)는 사이코패스 킬러 빌라넬(조디 코머)의 독특한 작업(?)방식에 흥미를 느낀다.

 

남편과 가정, 직업에 만족도 99.9%였던 이브가 빌라넬에게 매혹된 것은 어쩌면 운명이었다. 목숨을 걸고 수사에 뛰어드는 다른 요원들과 달리 이브는 증인들을 안전가옥으로 옮기고 업무를 지원하는 평범한 일상이었기 때문이다. 

 

젊고 사치스런 빌라넬은 기존의 킬러들의 방식을 뛰어넘는 인물이다. 기존 작업을 답습하지 않아 첩보국의 수사 리스트에서 언제나 제외되는 인물. 그의 남다른 천재성을 알아챈 건 그의 고객과 이브뿐이다.

‘킬링 이브’의 화면은 여자라면 매혹되지 않을 수 없다. 빌라넬은 매력적이고 이브는 안정적이다. 통통 튀는 매력으로 사람을 죽인 수고비를 명품 구입비로 펑펑 써대는 모습과 안락한 삶의 절정을 보여주는 주인공들의 삶이 그렇다. 헌신적인 남편 그리고 편안한 집까지. 할 수만 있다면 빌라넬과 이브의 삶을 동시에 누리고 싶을 정도다.

‘킬링 이브’는 비밀집단 트웰브의 눈에 난 인물들의 평범함을 전면에 배치해 ‘과연 악당은 누구인가’를 되묻게 만든다. 시즌이 막바지에 달할 때까지 트웰브의 명령으로 빌라넬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인물들은 미모의 향수 개발자, 손자에게 자상한 할아버지 또는 두 아이를 둔 펀드 매니저까지 핵무기를 거래하거나 지구의 안전을 위협하는 존재들이 아니다. 

 

거대한 집단임이 분명하지만 존재를 드러내지 않는 존재. 그 안에서 살인에 회의를 느낀 젊은 킬러와 삶의 안락함에 찌든 첩보요원의 공통점은 ‘서로 가지지 않은 것을 그리워 하는 욕구’가 유일하다. 첫 시즌이 두 여자의 날선 감정과 추격전을 그린다면 시즌 2는 이들의 관계를 좀더 비극으로 이끈다. 

 

이브는 빌라넬을 추격하면서 가정을 잃고 빌라넬 역시 킬러가 가진 최고의 위치를 위협받게 된다. ‘킬링 이브’는 두 여자의 서사를 통해 버려짐, 그로 인한 트라우마 그리고 평행성을 달릴 수밖에 없는 관계 등을 각 에피소드를 통해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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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시즌 4 촬영을 위해 전세계 로케이션을 진행중인 영국드라마 ‘킬링이브’(사진제공=왓챠)

이웃집 아저씨가 사실은 노모를 방안에 가두고 박재시키는 인물이었으며 어제의 적이 오늘의 연인이고 내일 배신하는 존재로 그려지는 첩보원들의 세계가 그 예다. 시즌 3에서는 그 구역을 좀더 확장 시켰다.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평범한 듯하지만 나름의 상처와 무게를 안고 살아가는 존재임을 대놓고 드러낸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걱정 없는 집안이 없듯 말이다.

무엇보다 이 작품의 마르지 않는 매력은 ‘여성의 연대’가 보여주는 힘이다. 이브와 빌라넬을 이끄는 건 MI6 대러시아 부서의 수장인 캐롤린(피오나 쇼)이다. 암살자의 범행 분석에 일가견이 있는 이브를 스카웃하고 빌라넬이 쇼핑하듯 저지르는 살인의 배후를 캐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고분고분하지 않은 부하직원과 감당하기 힘든 킬러를 양손에 쥐고 적당히 버리기도 하는 등 조련하는 카리스마가 화면 가득 담긴다.

그동안 1세기 넘게 남성 첩보물에 익숙해졌던 관객이라면 ‘킬링 이브’는 그 사고방식의 ‘킬링(죽이는)’ 작품이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세 명의 배우가 20대와 3, 40대 그리고 50대 이상의 삶을 그려내는 모습도 인상 깊다. 극중 이들은 딩크족, 워킹맘, 이혼녀로 사회적 위치가 철저히 구분되지만 동시에 ‘배우’라는 직함으로 오롯이 맞붙는다. 2021년 시즌 4를 목표로 전세계에서 한창 촬영 중이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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