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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나는 지구인이다’ 김창완 “일상의 항상성, 막강한 희망이자 미래!”

[B코멘트] 새 앨범 '나는 지구인이다' 낸 김창완

입력 2023-11-27 18:00 | 신문게재 2023-11-28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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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완(사진=허미선 기자)

 

“젊음이나 늙음이나 다 한 몸에 있습니다.” 

 

가히 일상 철학자다운 명언이다. ‘문’(門) 이후 3년만에 새 앨범 ‘나는 지구인이다’를 발매한 김창완이 브릿지경제에 건넨 말은 그다웠다. 

‘푸르른 이 청춘’은 구슬프고 허전한데 나이 듦에는 “아무 것도 나는 필요없어요”라며 “세월이나 좀 잡아 봐요” “얼굴이나 좀 보여 줘요” “활짝 웃는 꽃이나 좀 사다 줘요”라고 경쾌하고 가볍다. 두곡 모두 절규에 가깝지만 그 표현법은 정반대임에도 관조적인 태도가 닮았다. 

김창완
김창완(사진제공=뮤직버스)

“(1981년 발표한 ‘청춘’의) ‘언젠간 가겠지 푸르른 이 청춘‘이라는 가사는 공연윤리위원회로부터 ’애상‘이라는 이유로 개작 명령을 받았던 가사입니다. 개작 전에는 ‘갈테면 가라지 푸르른 이 청춘’이었어요. 27살의 만용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것을 패기라 한다면 ‘이쁜 게 좋아요. 꽃이나 사다줘요’라고 하는 절규는 아직 덜 나이든 어른의 엄살입니다. 패기와 엄살의 차이는 그리 크지 않습니다.” 


달랑 6줄의 가사에 담은 젊음에 대한 영가 ‘청춘’(Youth)과 KBS 주말극 ‘진짜가 나타났다’에서 그가 연기한 장호가 교장으로 재직했던 ‘올드 스쿨’ 할머니들의 합창곡으로 만들었던 유쾌한 절규 ‘이쁜 게 좋아요’(Love the Beautiful)의 상반된 듯 역설적이지만 더불어 관조적인 감성에 대한 김창완의 대답은 이랬다. 

 

1983년 10월 발표한 앨범 ‘기타가 있는 수필’의 연장선상인 ‘나는 지구인이다’에는 ‘청춘’ ‘이쁜 게 좋아요’를 비롯해 “지구인으로 어슬렁거리는 이 지구가” “그렇게 살아간다는 게 그냥 일상이 돼 버린 기적이” 얼마나 행복하고 기쁜지를 담은 ‘나는 지구인이다’ 그리고 루트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의 ‘피아노 소나타 14번-월광’(Piano Sonata No.14 ‘Moonlight’)을 기타 연주곡으로 편곡한 ‘월광’, ‘둘이서’ ‘시간’ ‘찻잔’ ‘무감각’ ‘노인의 벤치’ ‘누나야’ ‘이 말이 하고 싶었어요’ ‘엄마, 사랑해요’ 등 13곡이 담겼다. 

1977년 동생 김창훈·김창익과 형제그룹 산울림을 결성해 ‘아니 벌써’를 시작으로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개구쟁이’ ‘찻잔’ ‘가지마오’ ‘청춘’ ‘회상’ ‘너의 의미’ ‘어머니와 고등어’ ‘기타로 오토바이 타자’ 등을 히트시키며 지금까지 가수로, 연기자로 그리고 2000년부터 자리를 지켜온 SBS 파워FM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 DJ로 활동 중이다. 

김창완
김창완(사진제공=뮤직버스)

 

벤치에 앉아 흘러가는 사람들, 불빛들, 별들을 바라보는가 하면 문득 고등어를 구워주려는 어머니의 소중함을 깨닫고 읊는다. ‘모든 생명은 아름답다, 모든 눈물이 다 기쁨이고 이별이 다 만남이지’ ‘시간은 모든 것을 태어나게 하지만 언젠간 풀려 버릴 태엽이지 언젠간’이라고 되뇌는가 하면 가고 없는 날들과 사람들에게 뒤늦게야 전하는 말들을 조근조근 풀어낸다.

그의 곡은 늘 그렇게 소소한 누군가의 일상을 닮았다. 단순한 듯 지극히 철학적이고 삶 속에 켜켜이 쌓이고 깊숙하게 스민 연륜이 묻어나는가 하면 경쾌함과 절규, 찬란함과 구슬픔 등 상반된 것들의 조우가 자연스럽다. 

김창완
김창완(사진제공=뮤직버스)

고등학교 입학부터 대학시절까지 틈만 나면 무대로 불려 올라가 최신유행곡들을 부른 후 고집했던 앵콜곡은 언제나 그의 ‘청춘’이었다.

 

“어린 게 뭘 안다고 그리 서글프냐”며 끌끌 혀를 차는 교사들의 퉁바리에도 그의 노래는 그 시절의 일상과도 같았다. 

 

이제는 고등학교 입시를 준비할만큼 자란 하나뿐인 조카의 유아기는 망가진 컴퓨터 키보드를 두들겨대며 소리치듯 불렀던 ‘기타로 오토바이 타자’에 까르륵 넘어가던 웃음을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다. 

그렇게 지극히 평범한 듯 소소한 누군가의 일상 가운데서 불리고 추억으로 스미는 그의 노래들은 “지겹도록 똑같은 일상” “그 일상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하냐고 반문하는 듯하다.

“오늘은 해가 하나지만 내일은 해가 둘이고 모레는 해가 없다가 그 다음날은 해가 넷인 날들이 이어진다면 아무도 일상을 모를 거예요. 우리의 항상성은 일상으로부터 오는 축복입니다. 저는 캔버스에 젯소(석고와 아교를 혼합한 회화 재료로 캔버스의 애벌 처리를 위해 테레빈유로 바르는 흰 물감) 칠을 할 때가 그림을 그릴 때만큼이나 행복합니다. 건축을 하는 어떤 이는 완공식 날보다 건물을 지으려고 제로 그라운드를 만들었을 때 더 설렌다고 했습니다. 일상은 빈 캔버스입니다. 그만큼 막강한 희망이며 미래입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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