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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 ‘내 말이 그 말이에요’ 김제동 “어떤 장벽도 없이 누구에게나 하고 싶고 듣고 싶은 말”

입력 2024-03-1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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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동
8년만에 공감에세이 ‘내 말이 그 말이에요’를 출간한 김제동(사진=허미선 기자)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님의 추천사 중 ‘사회적 실천이자 희망이며 자부심’이라는 표현이 있어요. 그 사회적 실천과 희망, 자부심 사이에서 끊임없이 길들을 찾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러나 제가 제일 잘하고 좋아하는 건 사람들을 웃기는 일이잖아요.”

방송인 김제동이 ‘그럴 때 있으시죠?’ 후 8년만에 공감 에세이 ‘내 말이 그 말이에요’를 출간했다. 12일 첫 방송된 ‘고민순삭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로 방송에 복귀한 김제동은 13일 서울 중구 천주교성프란치스코회수도원교육회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되게 재미있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그 일에 방해되는 일들이 너무 많았어요. 물론 제 행동의 결과물이고 그걸 다 벗겨낼 수는 없죠. 하지만 그런 부분들을 좀 줄이고 내가 진짜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웃기는 이 일을 그냥 계속 하자 생각했습니다. 그런 일을 그냥 계속하고 하고 싶은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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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동의 ‘내 말이 그 말이에요’(사진제공=나무의마음)
한때 앞뒤 맥락 없이 발췌된 그의 발언들이 사회적, 정치적 문제로 연결돼 회자되고 “시끄러워져버리면 정작 하고 싶은 얘기를 못하는” 상황들이 생겨나곤 했다. 정치색이 씌면서 그의 방문을 반대하는 학교들이 생겨나고 노려보거나 욕을 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렇게 첨예한 상황들을 김제동은 “늘 총선에 출마한 사람처럼 살았다”고 표현했다.

“솔직히 사람들과 만나고 이야기하는데 장벽이 생기는 그런 게 무섭고 진짜 싫어요. 저는 그냥 아이들을 만나러 가고 싶은 거예요. 어르신들과도 만나고 싶어요. 편안하게 얘기하는 작가로.”

그렇게 책에는 6년여 전 만나 함께 하고 있는 강아지 연탄이와 살아가며 스스로를 먹이고 아이들을 만나 함께 깔깔 거리며 치유받는가 하면 뜨개질을 하고 역사공부에 재미를 들이면서 틈나는 대로 경복궁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는 ‘강담사’(講談師, 이야기장으로 불리는 조선시대 직업)로 사람들을 만나는 “사소하고 소소하지만 제일 중요한 이야기들을 담았다.”

책 제목에 대해 김제동은 “책을 정할 때는 주위 분들한테 의견을 제일 많이 묻는데 아는 형, 김국진씨가 제가 평소에 많이 하는 말이고 해서 정했다”며 “차태현씨, 강풀작가, 조인성씨, 김국진씨 등과의 단톡방에서 투표를 하기도 한다”고 털어놓았다.

“누구하고 얘기할 때 ‘내 말이 그 말이지’라는 말을 들을 때 되게 기분이 좋잖아요. 그래서 제목으로 정했습니다. 개와 사람 이야기예요. 연탄이하고 저하고 같이 밥을 나눠 먹는 이야기죠. 저의 베이스 캠프는 저 자신이에요. 스스로에게 뭔가를 해먹이는 이 일이 되게 중요한 일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책을 쓸 때 말로 하고 난 다음 글로 옮기는 작업을 해요. 아이들을 만나러 학교에 가서 함께 밥을 먹고 떠들어대며 대책 없이 웃는 순간들, 제일 좋은 그런 때를 그대로 담고 싶었습니다. 그 소리를 그대로 내야 이 책은 의미가 있으니까요.”

그리곤 “8년 전 책은 사람들과 어떻게 살 것인가를 이야기하며 시선이 좀 밖으로 향해 있었다면 ‘내 말이 그 말이에요’는 내가 어떻게 살 것인가, 좀 더 안쪽으로 들어온 것 같다”고 밝혔다.

김제동&탄이 (1)
김제동과 연탄이(사진제공=나무의마음)

 

“사회 문제에 대해서는 정말 하나도 쓰지 않았어요. 그저 병원에서 이야기를 해달라고 해서 방문했는데 ‘간호법’에 대한 내용이 포스트잇에 붙어 있었어요. 몇몇 분들이 ‘간호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 ‘어떻게 시위를 하면 좋겠냐’고 물어서 ‘잘 모른다. 하지만 내 팔에 주사를 놓는 분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어느 쪽이든 힘들지 않으시면 좋겠다’고 답한, 아주 짧게 웃으면서 한 이야기를 그대로 적은 거예요. 그렇게 사회적, 정치적 문제를 이야기 하지 않음으로서 그에 대해 이야기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내 말이 그 말이에요’는 그가 꿈꾸는 어른이 하는 말이기도 하다. 김제동은 “뒤에 오는 세대들을 편들어 주는 그런 세대가 되고 싶다”며 “어떤 것이든 간에 그들에게 ‘맞다, 그럴 수 있겠다’는 의미로 해주는 말”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저희 경험으로 지금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돼요. 우리 세대의 경험은 우리 세대에만 적용돼야지 다른 세대에 적용되면 안되는 일이니까요.” 

 

역사공부에 재미를 들여 경복궁 강담사로도 활약하고 있는 그가 역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재밌어서”다. 그는 “역사라기보다는 사람이야기여서 재밌었다”며 “40대 후반에 갱년기가 왔는데 그걸 극복하는데 큰 도움이 됐던 분이 이순신 장군님”이라고 털어놓았다.

김제동
8년만에 공감에세이 ‘내 말이 그 말이에요’를 출간한 김제동(사진=허미선 기자)

“만 48세에 전쟁을 시작하셨더라고요. 마지막 전투까지 딱 제 나이를 관통했죠. ‘노야’라고 불릴만큼 대단한 분이 말에서 내려 사람들과 악수하고 길가의 나뭇가지를 꺾어 방석을 만들어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을 봤는데 너무 재밌었어요. 고려의 활발했던 연애 문화 등까지 저에게는 역사라기보다 사람이야기였죠. 세종대왕이 자식을 잃었을 때의 슬픔, 말에서 떨어져 창피해 하며 (왕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하는) 사관이 봤는지를 살피는 그런 인간적인 모습이 재밌어서 좋았어요.”


그런 그에게 추천사를 쓴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자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의 작가는 “아이돌, 우상”이다. 일면식도 없는 그의 책에 추천사를 정성스럽게도 쓴 유 청장을 김제동은 “저에겐 (디즈니플러스 ‘무빙’ 중) 두식이, 하늘을 나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기억에 남는 추천사를 써주셔서 ‘부끄럽지 않게 살겠습니다’라고 문자를 드렸는데 ‘지금처럼 살면 돼요’라고 답장이 왔어요. 그 말이 저는 너무 안심되고 좋더라고요.”

이전에 출간했던 책들의 누적판매량만도 90만부, 그는 “책이 너무 좋아서 책을 계속 쓴다”고 전했다. 그는 “책을 통해 오해들도 조금씩 풀리면서 좀더 친해지는 느낌을 받는다”며 “원고 교정에만 두달 넘게 씨름을 했다.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지만 묘한 매력이 또 있어서 계속 책을 쓰고 있는 것 같다”고 부연했다.

“작업실이 광화문 근처라 교보문고에 거의 매일 가거든요. 거기 가면 냄새, 책들이 꽂힌 그 풍경이 너무 좋아요. 또 교보문고, 동네 책방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서는 위협감이나 위압감이 안느껴져요.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되게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죠. 약속하지 않고도 언제든 만날 수 있는 600년 전, 400년 전, 200년 전 그리고 지금 사람들을 만나 말을 거는 느낌이기도 해요. 집에 혼자 있거나 외로울 때는 책이 쌓인 데 기대 앉아 있어요. 그런 사람들하고 앉아 있는 느낌이 들거든요. 저에겐 그 어떤 매체도 뛰어넘지 못할 책의 매력이죠.”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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