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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경제 신간(新刊) 베껴읽기] <그 일이 일어난 방> 존 볼턴

싱가포르-하노이-판문점 협상의 '진실' 그러나 '허상'

입력 2020-10-17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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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토사구팽’ 당한 사람이다. 남북한에도 모두 ‘찍힌’ 인물이다. 트럼프는 물론 문재인, 김정은 세 정상에게 극도로 비판적일 수 밖에 없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도 가장 강경 보수파였다. 트럼프를 ‘괴짜’, ‘변덕쟁이’로 깎아내렸다. 북핵 협상을 공사 구분없이 치렀다며 혹독하게 비판했다. 북미 핵 협상을 ‘트럼프-김정은의 브로맨스’라고 까지 묘사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혹평 일색이다. 북한의 뻔한 거짓말에 놀아나고, 국내 눈치 보느라 늘 비현실적인 종전선언만 되풀이하는 철부지 정치인 정도로 치부했다. 이 책은 싱가포르와 하노이 북미회담, 판문점 3자 정상 만남 등의 뒷 얘기가 매우 구체적이고 역동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중국 이란 문제 등 너무 방대한 분량이라 이번에는 북한 관련한 부분을 주심으로 발췌해 소개한다.   

 

 

 

* ‘예스맨’들에 둘러싸인 트럼프 -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첫 15개월 동안 뭘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른 채 ‘원로들의 연합(axis of adults)’에 꽉 붙잡혀 있었다. 전혀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당선되는 바람에 곧바로 지인들 간에 영역다툼이 일어났다. 시간이 지나 트럼프의 자신감이 커지자 원로들은 하나 둘 떠났고 모든 것이 무너졌다. 그리고 트럼프는 ‘예스맨’ 들에게 둘러싸이게 된다. 이른바 딥 스테이트(deep state, 민주주의 제도 밖의 숨은 권력집단)이다. 트럼프의 많은 고문들은 과거 행정부에서 고급관료로 일한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들이었다. 대부분 정부의 운영 매뉴얼도 들춰보지 않은 사람들이다.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는 수시로 바뀌는 등 일관성이 없었다. 여성관료를 임명할 때는 오로지 트럼프에 대한 충성심만 보았다고 저자는 비판한다.

 

*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불신 - 평창 동계 올림픽 때 문재인 대통령은 국내에서 정치적 지지를 받으려 북한 고위급 인사들을 초청하는 데 전력을 다했다고 저자는 전한다. 나중에 북한 팀의 올림픽 참여 비용을 한국이 모두 지불했다는 정보가 흘러나왔다며 탐탁치 않은 반응을 보였다. 그는 “한국 좌파는 햇볕정책을 숭배하는데, 이는 기본적으로 북한에 잘해주면 한반도에 평화가 찾아올 것이란 정책”이라면서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그런 행동은 북한의 독재자를 원조하는데 그칠 뿐”이라고 혹평한다. 미국은 누구건 핵, 화학, 생물학 대형 살상무기를 쓰는 것이 미국의 국익에 반하기에 반대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따라서 북한에 대해선 최대한의 압박과 압도적인 군사력의 위협이 필요하다고 줄기차게 촉구한다.

 

* ‘트럼프의 실수’ 미북 정상회담 - 김정은이 더 이상의 핵과 탄도 미사일 실험을 않겠다고 선언하자 트럼프는 “큰 진전”이라며 반겼다. 하지만 저자는 “내 눈에는 그저 북한의 또 다른 선전 수법으로 보였다”고 회고한다. 문 대통령이 “김정은과 판문점에서 만나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했다”고 전화하자 트럼프는 기뻐 어쩔 줄을 몰라했지만 저자는 “김정일이 영변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했던 것처럼 또 다른 가짜 양보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핵무기를 포함시키기 위한 그 어떤 전략적 결정도 고려하지 않은 채 덜컥 김정은에게 정상회담의 기회를 준 것이라며 비판했다. 아무런 대가도 받지 않고, 북한에게 가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큰 선전이 될 선물을 준 셈이라고 혹평했다. 

 

* “북한은 핵 프로그램 폐기 안한다”- 저자는 트럼프와 김정은 회담에 대해 알면 알수록 점점 더 낙담하고 비관적으로 되어 갔다고 술회한다. 특히 북한 핵무기 프로그램 폐기 협상에 대단히 회의적이었다고 말한다. “핵 확산을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해 언제나 잘도 속아 넘어가는 미국을 회유해 다시 협상 테이블로 불러냈다”고 미국 측을 비판했다. 그는 김정은을 ‘북한 포로수용소의 사령관’이라고 칭했다. 아무 대가 없이 트럼프를 만나게 해줌으로써 그의 지위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우를 범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가 김정은에게 ‘매료되었다’”고 표현하면서 “정권이 시작되었을 때부터였기에 어쩔 도리가 없었다”고 안타까와 했다. 

 

* “미북 정상회담은 한국이 제안한 ‘외교적 댄스’” - 저자는 김정은에게 트럼프를 초대해 보라는 제안을 한 사람이 정의용 안보실장이었다고 전한다. 본인도 인정했다고 적었다. 저자는 이를 한국이 제안한 ‘외교적 댄스’라며 “내 생애 그 댄스는 아무 실체도 없는 위험한 연출이었다”고 비판했다. 심지어는 김정은이 평양이나 판문점에서 만나길 원한 후 장소 문제로 설왕설래할 때 “이러다 모든 일이 엎어지길 바랬다”고 적었다. 하지만 트럼프는 결국 “난 가고 싶어요. 아주 대단한 공연이 될 거예요”라며 싱가포르로 향했다.   

 

* 김정은에 매료된 트럼프 - 싱가포회담을 취소한 지 12시간도 못돼 북한 외무성의 호의적인 성명서가 나오자마자 트럼프는 6월 12일 회담을 예정대로 진행하라고 지시했다. 트럼프는 “편지가 얼마나 따뜻하냐”며 “이건 대단한 승리야. 우리가 협정을 맺으면 그건 역사상 가장 위대한 협정 중 하나가 될 거야. 나는 김정은과 북한이 크게 성공하게 만들고 싶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 회담 직후 올린 트위터에도 “이제 더 이상 북핵 위협은 없다. 김정은과의 만남은 흥미롭고 아주 긍정적인 경험이었다. 북한은 미래의 성장 잠재력이 아주 큰 국가다”라고 극찬했다. 

 

* 애초부터 ‘문재인 배제’를 생각하다 - 문 대통령은 판문점에서 김정은과 두 시간 만난 자리에서 처음에는 미국이 ‘행동 대 행동’ 전략을 수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그후 입장을 바꿔 북한이 미국의 비핵화 개념에 대해 실질적인 진전을 보이면 미국의 정치적 보상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암시했다고 저자는 전한다. 이 때 저자는 이 문제를 협상하는 자리에서 문재인을 제외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적었다. 동시에 국무부 실무자들이 과거에 실패한 6자회담 방식으로 돌아갈 것 같아 걱정이 커졌다고 회고했다. 트럼프는 일찌감치 한국의 통일 의제와 자신들의 비핵화 목표가 다르다는 점을 확실히 인식했다. 2019년 하노이 회담 직전에 문 대통령이 트럼프에게 한국 측의 의제를 끈질기게 주장했지만 트럼프는 “김정은과 핵 협상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나 뿐”이라며 일축했다. 문 대통령이 계속 3자 만남을 요청할 때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이 근처에 다가오는 것조차 질색했다고 한다.  

 

* 트럼프와 북한도 ‘문재인 배제’에 동의 -  북한 김영철은 모든 문제들에 대해 완강하게 나왔지만 저자 입장에서 유일하게 좋은 소식은 그가 문재인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3자 회담에 대해 아무 관심이 없다는 것이었다고 전한다. 트럼프는 문 대통령이 자신과는 다른 의제를 가지고 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문에게 이는 비핵화보다 남북 관계를 강조하는 것을 뜻한다고 저자는 적었다. 그러나 미국에게 비핵화가 최우선이었다. 저자는 북한이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의 완전한 기준에 대한 선언을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하기 전까지는 그 어떤 진지한 협상도 시작해선 안되는 입장을 부단히 개진했다.

 

* 트럼프-김정은의 ‘브로맨스’ - 트럼프는 북한 김영철이 백악관을 예방했을 때 소규모로 미팅을 하고 싶다며 펜스 부통령마저 참석 멤버에서 뺐다. 오직 트럼프와 폼페이오, 그리고 통역사만 들어갈 수 있었다. 나중에 김정은이 트럼프에게 보낸 편지를 보고 저자는 “순전히 과장된 칭찬으로 도배되었다”고 혹평했지만, 트럼프는 대단히 흡족해 했다. 저자는 “이때부터 트럼프와 김정은의 브로맨스가 시작되었다”고 적었다. 저자는 1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법적 구속력이 있는 조약은 절대 안되며, 그 어떤 재앙이 될 만한 문서가 나와도 그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결심했지만 결국 그걸 막을 수 없었다고 술회한다.  

 

* 햇볕정책은 판타지? - 저자는 “많은 사람들이 보기에 한국의 정치 좌파가 미국이라는 존재 덕분에 ‘햇볕정책’이라는 판타지에 몰두할 수 있었다”고 적었다. 만약 미국이 한국을 떠난다면, 사실상 자신들끼리만 남아 자신의 어리석음에 대한 여파를 느끼게 될 것이며, 그들도 그런 상황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믿는다고 적었다.

 

* 종전선언은 ‘공짜 점심’ - 저자는 제재완화나 종전 선언은 완전하고 입증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가 완결될 때까지는 나오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을 거듭 피력했다. 결코 공짜로 내줘선 안된다며, 종전선언의 대가로 북한으로부터 무엇을 받아낼 지를 고민하다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기준이 되는 선언을 포함시켜야 할 것이라고 믿었다. 북한의 동의가 의문이었으나 적어도 한국전쟁을 ‘끝냈다’는 미국의 쓸데없는 양보를 막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회고했다. 

 

* 북한에 끌려간 미국측 실무진 - 미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은 싱가포르 선언문의 초안을 작성하는 미국의 처리방식을 거부했다. 북한이 거부하자 국무부는 타협을 원했고 계속 북한의 의견에 맞추려 했다. 그러는 내내 국무부 실무자들은 북한인들의 웃는 얼굴을 보기 위해 자신들끼리 협상하고 있었다고 저자는 비판했다. 다행히 폼페이오가 “더 이상 새로운 초안을 만들지 말고 북한이 미국 초안에 반응할 때까지 기다리자”며 자신의 의견에 동의했다고 전한다.

 

* 싱가포르에 꼭 합류하고 싶었던 문재인 - 문 대통령은 계속 싱가포르 회담에 참석하고자 하는 바람을 갖고 있었다. 트럼프가 문 대통령과 통화했을 때도 재차 그런 의사를 피력했다. 하지만 그쯤 되면 3자 회담은 이뤄지지 않을 거라는 점을 누가 봐도 알 수 있었을 터 였다고 저자는 비꼬았다. 

 

* 무슨 서류든 서명하고 싶었던 트럼프 - 북한은 회담 직전까지도 완전하고 입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에 동의하길 거부했다. 그들은 그저 그 매직워드(주심에게 내뱉었다가 퇴장당할 말)만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이 서류의 전체 콘셉트 자체를 거부하고 있었다. 트럼프는 “회담이 여의치 않을 경우 우리가 먼저 협상장을 박차고 나오자”고 미리 얘기까지 되었으나 내심 무슨 서류든 서명하고 싶어했다. 

 

* 트럼프를 전임자들과 비교하며 띄워준 김정은 - 김정은은 트럼프를 전임 대통령 3명과 비교했다. 그들은 북한과 정상회담을 열 만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을 것이라고 추켜 세웠다. 그러면서 트럼프에게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트럼프는 “정말 머리가 좋고 상당히 비밀스럽고 아주 사람이 좋은데다 진실되고 광장히 개선이 강한 사람으로 봤다”고 답했다. 김정은이 “더 이상 핵실험이 없을 것이며, 그들의 핵 프로그램은 되돌릴 수 없는 방식으로 해체될 것”이라고 말하자 트럼프는 “북한과 맺은 그 어떤 핵 협정이건 상원의 승인을 받아보겠다”고 말했다. 

 

* 한미 군사훈련 중단 시사 - 김정은은 국내 정치에서 자신도 쉽게 극복할 수 없는 장애물들이 있다며 “북한에도 강경파들이 있다”고 고백했다. 이어 한국과 미국의 합동군사훈련 때문에 사람들이 불안해 한다는 이야기를 지루하게 늘어놓았다. 저자가 보기엔 ‘함정’이었다. 트럼프는 그러나 저자가 우려했던 말을 꺼내고 말았다. “그 훈련은 도발적이고 시간과 돈 낭비”라며 “미국과 북한이 선의를 가지고 협상하는 동안에는 그 어떤 군사 훈련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아주 환한 얼굴로 “당신이 미국의 돈을 아주 많이 절약해 줬다”고 말했다.  

 

* 미국의 미북 회담 평가 - 싱가포르 회담 이후 장관급 회의를 소집해 논의한 결과, 결론은 만장일치로 “별 일 없었다”였다. 폼페이오 역시 “북한이 비핵화를 위해 취한 의미 있는 조치가 하나도 없으며, 성공 가능성은 제로”라고 단언했다. 그리고 북한을 외교적 경제적 군사적인 다양한 방법으로 제재를 강화하자는 데 의견 일치를 보았다. 

 

* 첫 회담 후 트럼프, 문재인에 불평을 털어놓다 - 통화에서 트럼프는 “내가 싱가포르에서 끝내주는 만남을 가졌고 김정은과 좋은 우정을 맺었는데 아무 협정도 나오지 않았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불평했다. 문 대통령은 여전히 햇볕타령 끝에 “김정은이 미국과의 관계를 향상시키고 비핵화하는데 전적으로 전념하고 있다”며 김정은과 다시 만날 것을 제안했다. 저자는 문 대통령이 여전히 국내 정치적 목적 때문에 9월 중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밀어붙이고 있었다고 회고한다. 

 

* 김정은의 8월의 첫 번째 러브레터 - 김정은은 싱가포르 회담이 별 성과가 없었음을 비판하면서 곧 다시 만날 것을 제안했다. 트럼프는 실무진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도 김정은을 백악관으로 초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11월 의회 선거가 있으니 9월에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에서 만날 것을 저자가 제안했으나 듣지 않았다. 트럼프는 그날 오후 김정은에게 보낼 편지를 썼다. 하지만 폼페이오가 북한 입국 일정을 잡고 있을 때 북한은 “이번에 김정은을 만날 수 없을 것이며, 종전선언을 포함해 완전히 새로운 제안을 가져오기 전에는 수고롭게 올 것이 없다”고 못박았다. 비핵화 의지가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트럼프도 이번에는 “당신이 만들 수 있는 최대한 강력한 제재 방안을 만들어 보라”고 지시했다. 

 

* 김정은의 9월의 두번째 러브레터 - 트럼프는 이 편지에 “이거 정말 좋은 편지야”라고 흡족해 했다. 볼턴은 예의 “그 편지는 쥐똥같은 작은 나라의 독재자가 쓴 것”이라며 김정은이 폼페이오와 만나기 전까지는 트럼프와 만날 자격이 없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선거가 끝난 후 바로 다음 주에 그 회담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폼페이오도 이번에는 트럼프에 좌절한 것처럼 보였다. 

 

* 시진핑이 김정은에게 보낸 볼턴의 가상의 편지 - 볼턴은 자신의 추측만으로 시진핑이 김정은에게 보낼 법한 한 장 짜리 문서를 트럼프에게 건넸다. 미몽에서 깨어나길 바라는 마음에서 였다고 한다. “자네(김정은)가 해야 할 일은 핵무기와 미사일들 생산 시설들을 계속 감추는 거야. 이란에 있는 우리 친구들이 지난 20년처럼 자네의 미사일들을 계속해서 실험할 걸세. … 미국인들을 속이기 위해 미군 유해를 계속 보내게. 그들은 그런 일에 아주 감정적이거든. … 지금 나는 트럼프와 무역전쟁 중인데, 난 그들의 소중한 대두와 기술 일부를 사는데 동의할거야. 그 다음에 그걸 훔쳐서 그들의 소비자들에게 더 싸게 팔아치울 계획일세. … 자네는 핵무기를 포기할 필요가 없어. 조만간 자네 무릎에 아주 잘 익은 과실처럼 한국이 떨어지게 될 걸세. … 멀리 보고 사고를 하게. 역사의 승자의 편에 서고 싶다면, 그건 바로 중국이네. 미국인들은 우리의 친구가 아니야.”        

 

* 북한 방문에서 홀대받은 폼페이오 - 북한에 가서 김영철과 두번 만나 다섯 시간을 회의했으나 결국 김정은은 만나지 못했다. 북한은 오히려 폼페이오가 돌아간 후 “유감스럽다”고 논평했다. 폼페이오는 북한이 비핵화하기 전에 먼저 자국의 안전보장을 해주길 원했으며, 그런 후에야 비핵화를 입증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이 신뢰 쌓기란 것은 개똥 같은 소리야”라며 불만을 터트렸다. 저자는 트럼프가 북한에 대한 한 말 가운데 몇 달만에 가장 똑똑한 말이었다고 회고한다. 트럼프는 나중에 “이제 우리의 얼간이 노릇을 끝낼 것”이라며 “이건 시간낭비”라고 말했다.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 전에도 트럼프는 “주도권은 내가 쥐고 있다. 서두를 필요가 없다. 언제라도 협상장을 박차고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비건 대북특사에게도 “그들에게 내가 김 위원장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말하되,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똑똑히 전달하시오”라고 지시했다.  

 

* ‘종전(終戰)선언’은 한국만 원한다? - 볼턴은 “종전 아이디어는 듣기에는 그럴싸할 뿐, 합리적 근거가 없었다”고 단언했다. 하노이 회담 직전 내부 회의에서도 종전 선언은 아무런 법적 구속력이 없음을 재확인했다. 애초부터 이 문제를 고려할 이유가 없다는 결론이었다. 북한도 “그것은 문재인이 원하는 것이지 우리는 전혀 관심이 없다”고 일찌감치 얘기했다면서, 그런데 우리가 왜 그것을 추진해야 하느냐는 분위기였다.    

 

* 2차 협상, 벌써 ‘결렬’을 예고하다 - 트럼프는 2차 협상마저 파기될 경우 세상에 전할 메시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폼페이오는 이에 “협상팀이 계속 만나면서 어느 정도 진전이 있었고, 여전히 핵실험은 없으며, 이 회담이 무산된 것과 상관없이 또 만날 것”이라는 모범답안을 제시했다. 김정은이 사전 실무회담에서 영변 핵시설 폐쇄의 대가로 국제제재 해제를 요청했다는 얘기를 듣고 트럼프도 실망감이 역력했다고 한다. 저자는 트럼프의 귀향본능, 즉 빨리 일을 끝내고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을 것이라고 적었다.

 

* 서로의 양보를 촉구한 무의미한 2차 회담 - 김정은은 영변을 양보하는 것이 북한에 얼마나 중대한 일인가를 강조했다. 트럼프는 제재의 전면해제 말고 부분 해제 요청 같은, 더 추가할 내용이 없는 지 재차 물었다. 그 자리에서 김정은이 “예스”라고 했다면 곧바로 거래가 성립되는 것이었지만 다행스럽게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트럼프는 미국을 목표로 한 장거리 미사일을 없애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했고, 볼턴 역시 군축 협상에 이 내용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거들었다. 예상대로 김정은은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북한은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 어떠한 법적 장치도 없다”고 불평했다. 트럼프가 “어떤 보장을 원하느냐”고 묻자 구체적인 답을 피하면서 “미국과 북한은 외교관계 없이 70년간 적대관계였고 이제 서로를 알게 된 지 8개월이 지났을 뿐”이라고 말했다.  

 

* 공동성명서를 원했던 김정은 - 김 위원장은 자신들의 영변 폐쇄 제안에 미국 측이 고려했다는 내용이 들어간 공동성명서를 원했다. 트럼프는 당초 개별 성명서 입장을 바꿔 공동 성명서를 작성하자며, 김영철과 폼페이오에게 초안을 만들라 지시했다. 그러나 공동성명서 작성은 실패했다. 트럼프는 그 와중에도 하노이 회담의 파기로 자신이 다른 곳에서도 이렇게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을 세상이 알았을 것이라고 허풍을 쳤다. 중국과의 무역협상을 얘기한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미 의욕을 잃은 모습이었다. 

 

* 볼턴의 미-북 협상단 평가 - 하노이 회담 후 저자는 미국이 아직도 북한 같은 나라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 지 모른다는 사실을 드러냈다고 결론 내렸다. 미국은 우리 끼리 협상하는 데 한도 끝도 없이 시간을 쓰면서 상대방이 아직 입장을 정하기도 전에 우리 입지를 먼저 좁혀놓았다며 국무부를 나무랐다. 반면 북한은 어떤 협상이든 협상만 성공하면 성공인 줄 아는 상대방을 이용해 먹는 데 도가 튼 사람들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은 더 할 나위 없는 표적이었다고 했다. 그는 “정말로 어이가 없는 일은 트럼프와 외교부 사람들이 너무나 닮았다는 사실”이라고 비판했다.  

 

* ‘조현병 환자’같은 문재인? - 볼턴은 하노이 회담 후에도 정의용이 “영변 핵시설을 철거하겠다는 김정은의 의지는 대단히 의미 있는 첫걸음으로, 북한이 비핵화를 향한 돌이킬 수 없는 단계에 들어선 증거”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는 아연실색했다고 한다. 그는 이런 한국의 생각을 ‘문재인의 조현병 환자 같은 생각’이라고 폄하했다. 저자는 문 대통령이 형식에만 매달린다고 혹평했다. 문 대통령이 “세기적 회담이 될 만한 극적인 결과가 나오려면 시간과 장소 형식 면에서 극적인 방법을 써야 한다”며 판문점이나 미 해군함정에서의 회담을 거듭 하며 6월 12일에서 7월 27일 사이라고 구체적인 희망 날짜까지 제시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제안에는 감사하지만 내가 바라는 것은 다음번 회담에서 실질적인 협정을 맺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문재인은 여전히 실질적인 내용보다 형식에 매달렸다. 그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김정은과 트럼프가 만나는 자리에 자신도 동참하고 싶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꼬집었다. 

 

* 부시 “북한은 높은 의지에 앉은 어린아이” - 저자는 북한에 대한 부시 대통령의 평가만큼 정확한 것이 없다고 말한다. 아들 부시 대통령은 과거 김정일에 대해 ‘높은 의자에 앉은 어린아이’라고 비유했다고 저자는 전한다. 아이가 계속해서 음식을 바닥에 떨어트리면,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은 언제나 그것을 주워 다시 그릇에 담아준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김정은에게도 똑같다고 비판한다.

 

* 결국 북한에 놀아난 DMZ 회담 - 트럼프는 독일 메르켈 총리와의 환담 때 김정은을 DMZ에서 만날지도 모른다고 내비쳤고 곧 트위터에 “김 위원장이 이 글을 보고 있다면, 방한 중에 DMZ에서 그와 악수하고 인사라도 나눌 수 있을 것”이라고 올렸다. 볼턴은 예의 트럼프와 김정은이 만나더라도 그저 악수하고 사진 찍는 정도에 그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결국 북한은 미국에서 얻고자 하는 것을 얻었고, 트럼프는 개인적으로 원하는 바를 이루었다. 이것이야 말로 외교에 관한 한, 트럼프의 시각이 얼마나 한쪽으로 치우쳐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라며 “한 마디로 트럼프는 공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혹평했다. 트럼프는 그러나 볼턴이 ‘DMZ 잔치’라고 비판한 그 회담에 대해 “나는 그 누구도 못한 일을 해냈다. 오바마는 열 한번이나 회담을 요청했지만 결국 답을 듣지 못했었다”고 자평했다. 

 

* 30년 동안 북핵 문제를 해결 못하는 미국 - 저자는 북한이 계속해서 미사일을 발사하고 동아시아의 두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이 서로 반목하는 가운데서도 내내 북한 김정은에만 집중했다고 비판한다.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며 세계적 공분이 들끓고 있을 때도 트럼프는 “우리가 악수했을 때는 단거리 미사일에 관한 논의도 없었다.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것 일수는 있지만…”이라며 감쌌다. 저자는 “미국은 거의 30년에 걸쳐 네 번이나 행정부를 교체하면서도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핵무기 확산 위협을 저지하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 미군 주둔비용 부담 논란 - 트럼프는 한국에 대해 방위비 분담금으로 50억 달러를 제시했다. 한국은 그 동안 연간 10억 달러에 못 미치는 부담을 해 왔다. 협정 만료일이 2018년 12월 31일이었기에 한국은 일본에 앞서 첫 번째 당사국이 되었다. 나중에 두 정상 간 통화에서 트럼프는 “미군 기지 토지를 미국이 임차하고 있는가, 공짜인가”하고 물었고 문 대통령은 “한국이 GDP의 2.4%를 국방비로 쓰고 있다”는 말로 비켜갔다고 한다. 하지만 국방부와 국무부 관점에서는 주한미군 철수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며, 따라서 그들은 일관되게 당사국 부담을 대폭 인상하는 데 반대하는 입장이었다고 저자는 전한다. 

 

* “문 대통령이 오히려 한일 관계를 이용” - 문재인 대통령이 1965년에 수립된 한일기본관계조약을 뒤집으려 한 것과 관련해 볼턴은 “과거 역사가 미래의 양국 관계가 장애가 되어선 안되지만 때때로 일본이 이슈를 만드는 것이 문제라고 문재인이 말하지만, 역사 문제를 꺼내는 쪽은 일본이 아니라 그것을 자신의 목적에 이용하려는 문재인”이라고 비판했다. 자신이 보기에 문 대통령은 국내 문제가 어려움에 봉착할 때마다 한일관계 이슈를 꺼내 들어 그 어려움을 피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한편 트럼프가 북한과 전쟁이 일어났을 때 일본의 참전을 수락하겠느냐고 묻자 문 대통령은 “자위대가 한국땅을 밟는 일만 없으면 한국은 일본과 함께 전투할 수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 국제 무역시스템을 악용하는 중국 - 저자는 자신이 자유무역주의자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많은 국제협정들이 진정한 자유무역이 아니라 관리무역을 반영하고 있으며 이는 특히 미국에 전혀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중국이 이 국제 무역시스템을 이용해 먹고 있다는 인식에서 두 사람은 같다. 저자는 중국이 미국의 지적 재산권을 훔치고 수십년에 걸쳐 미국에게서 막대한 자원과 무역을 강탈하는 강제 기술이전 행위들을 실시해 왔다고 비판한다.

 

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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