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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경제 신간(新刊) 베껴읽기] <실리콘밸리로 간 노자> 박영규

'혁신의 아이콘' 실리콘밸리에서 찾는 '노자'의 흔적들

입력 2020-10-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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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애플 구글 아마존 등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기업들의 경영이념에서 공통적으로 노자(老子)의 흔적을 엿보았다고 말한다. 노자가 <도덕경>에서 말하는 ‘도(道)’의 본말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가는 글로벌 CEO 들의 리더십은 물론 혁신 의지와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최후의 혁신은 가장 작은 것, 가장 심플한 것’이라며 혁신의 종착점을 ‘무(無)’라고 본 것과도 연관이 있다는 얘기다. 저자는 노자가 “우리 삶의 패러다임을 통째로 혁신하라”고 주문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 도덕경이란? - 노자의 도덕경은 춘추전국시대 정치적 혼란이 극에 이른 상황에서 노자가 자신만의 독특한 방법론으로 정치적 이상을 설파한 책이다. 청나라의 전성기를 이루며 가장 오랫동안 왕위에 올랐던 강희제는 노자의 ‘무위지지’를 통치철학으로 삼았다. 자금성 교태전에 자신이 직접 쓴 무위(無爲)라는 현판을 걸어두고 평점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다. 

 

* ‘혁신에는 경계가 없다’ 도가도비상도(道可道非常道)’ - 도라고 말 할 수 있는 것은 항구적인 도가 아니다. 이름 붙일 수 있는 것도 항구적인 이름이 아니다. 명가명비상명(名可名非常名)이다.

 

* 카니발라이제이션(cannibalization) - 기업이 내놓은 후속 제품이 자사의 기존 제품 점유율을 갉아먹는 현상을 말한다. 파괴적 혁신이 일어나려면 기존 영역에서의 자기 잠식 현상이 불가피한데, 이를 회피하고 단계적 혁신에 그치게 되면서 결과적으로 또다른 파괴적 혁신 기업에 추월당한다는 것이다.

 

* ‘자신이 이루었다 해서 소유물이 아니다’ 생이불유(生而不有) - 무와 유는 같은 도에서 나왔지만 이름이 다를 뿐이다. 무와 유가 한 몸으로 이뤄지는 과정, 찰나, 경계에 도가 존재한다. 아마존은 아마존웹서비스(AWS)를 개발했지만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고 개방함으로써 생이불유, 즉 무소유의 전략을 실천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 ‘비워야 혁신을 시작할 수 있다’ 도충이용지(道沖而用之) - 도는 비어있기에 그 쓰임이 있다는 뜻이다. 도의 가장 큰 속성은 비움(沖)이며, 도는 ‘배제’가 아니라 ‘수용’이다. 그 어떤 것도 내치지 않고 무조건 다 받아들인다. 혁신의 관건도 ‘비움’이다. 레이밴으로 유명한 선글라스의 대명사 ‘바슈롬’은 콘텍트 렌즈를 빅 히트시켰다. 그런데 이 회사에 더 많은 수입을 가져다 준 것은 렌즈 세정액이었다. 바슈롬은 일회용 콘텍트렌즈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세정액 판매 수익을 놓치지 않으려고 그 기술을 제품화하지 않았다. 그 틈을 존슨앤존슨의 자회사인 비스타콘이 비집고 들어와 1위 자리를 단슴에 차지해 버렸다.

 

* ‘단순할수록 가능성은 무한하다’ 다언삭궁(多言數窮) - 말이 많으면 처지가 궁색해진다는 뜻이다. 이 역시 ‘비움’의 철학이다. 노자는 무위와 자연이 최고의 질서이자 최선의 가치라고 보았다. 구글의 경우 홈 페이지 화면에 검색창 하나만 덩그러니 있을 뿐 텅 비어 있다. 방문자들을 길게 잡아두지 않고 자유롭게 놔 둔다. 야후가 ‘유위’의 전략을 쓴 반면 구글은 ‘무위’의 전략을 펴 성공했다는 것이다.

 

* ‘혁신의 계곡은 쉼 없이 흐른다’ 곡신불사(谷神不死) - 계곡의 신은 죽지 않는다. 노자는 도를 텅빈 계곡, 자궁에 자주 비유했다. 실리콘벨리는 노자가 도덕경 6장에서 말하는 곡신불사에 가장 잘 어울리는 계곡이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 냈기 때문이다.

 

* ‘잘 나갈수록 물처럼 몸을 낮춰라’ 수선리만물이부쟁(水善利萬物而不爭) - 노자는 “가장 좋은 것은 물처럼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은 도에 가깝다고 했다.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고, 모두가 싫어하는 곳에 자신을 두기 때문이다. 애플의 주역 가운데 한 사람인 스티브 워즈니악은 이 가르침에 가장 잘 어울리는 실리콘밸리의 천재라고 저자는 평가한다. 그의 아버지는 늘 중용의 도를 지키라고 가르쳤고, 그 역시 잡스에 대항해 다투지 않으면서 늘 겸손하게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    

 

* ‘기술과 전략이 확실하면 일희일비 않는다’ 총욕약경(寵辱若驚) - 총애를 받아도 놀란 듯이 하고 욕을 당해도 놀란 듯 한다는 뜻이다.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조스는 2000년 직후 닷컴 버블이 붕괴하면서 주가가 곤두박질칠 때 큰 어려움을 겪었다. 2002년에는 이베이가 아마존의 경매 사이트를 인수하겠다고 나서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베조스는 자신의 풀랫폼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에 동요하지 않았다. 최저가 전략이라는 자신의 핵심 무기에 굳은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 ‘뚜렷한 비전을 공유했다면 믿고 맡겨라’ 태상부지유지(太上不知有之) - 최상의 도는 사람들이 그 존재조차 모르는 것이다. 그 다음은 사람들이 가까이하고 칭송하는 것이고, 그 다음은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것이며, 마지막은 사람들이 멸시하는 것이라고 했다. 노자는 무위는 사람들은 그것이 있는지 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상태라고 말했다. 구글의 조직문화가 이에 가깝다. 스스로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둔다. 이런 무위의 리더십이 혁신적인 가치를 끊임없이 만들어 내고 있다.

 

 ‘요란스럽게 자신을 드러내지 말라’ 자긍자부장(自矜者不長) - 스스로 으스대는 사람은 공이 오래가지 못한다는 뜻이다. 스스로 내세우는 사람은 돋보이지 않는다(자시자불창 自是者不彰), 노자는 자연처럼 서두르지 않고 자신에게 맞는 적당한 자세와 보폭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행복한 삶이라고 말한다. 잡스 사후에 애플을 이끌고 있는 팀 쿡이 소리 없이 강한 행보로 회사를 최고의 기업으로 성장시킨 것이 좋은 예다. 노자는 스스로 드러내고 으스대고 칭찬하는 것은 여식췌행(餘食贅行) 즉, 먹다 남은 밥이나 군더더기 행동과 같다고 했다.

 

‘잘 걷는 사람은 자취를 남기지 않는다’는 선행무철적(善行無轍迹)의 정신을 잘 실천하라는 말과도 맞닿는다.

 

* 습명(襲明) -  노자는 자연스러운 깨달음, 직관적으로 사물의 본질을 깨우치는 것을 ‘습명’이라고 불렀다.  습은 ‘엄습할 습’자로 어떤 깨달음이 부지불식간에 훅하고 다가온다는 뜻이다. 모든 깨달음은 본질적으로 습명이다. 폴 앨런이 우연히 하버드대 광장 가판대에서 한 전문잡지에 실린 알테어 컴퓨터 광고를 보고 빌 게이츠에게 “유레카”라고 외치며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을 추진한 것이 좋은 예다,

 

* ‘모든 것을 얻고자 하면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다’ 위자패지(爲者敗之) 집자실지(執者失之) - 천하는 신령한 그릇이니 함부로 취할 수 없다. 하고자 하면 실패하고 잡고자 하면 잃는다. 권력이나 부, 명성도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빌 게이츠는 모든 것을 얻었다 싶을 때 자신의 재산과 명성을 모두 내려놓고 인류를 위해 봉사하는 ‘빌 앤드 멀린다 재단’을 만들었다.  

 

* ‘패자에게도 예의를 갖춰라’ 승이불미(勝而不美) - 승리하더라도 이를 미회하지 말라는 뜻이다. 도덕경 30장과 31장에 따르면 노자는 평화주이자다. 살상용 무기를 손에서 내려놓고 전쟁에서 패한 사람에게도 최소한의 인도주의적 예를 갖추라고 가르쳤다. 죽은 사람을 위해 정중하게 장례를 치르고 마음 속으로 슬퍼하면서 눈물을 흘리라고 말했다. 

 

* ‘과거 명성에 집착하지 말라’ 명역기유(名亦旣有) 부역장지지(不亦將知止) - 이름을 이미 얻은 후에는 멈출 줄 알아야 한다는 의미다. 촉망받던 여성 CEO 머리사 메이어는 구글에서 야후로 옮긴 후 “내가 누군 줄 아느냐”는 위압적인 자세로 직원들을 대했다. 대화와 타협, 설득이 없었다. 결국 그가 재직한 5년 동안 엔지니어의 절반이 회사를 떠났고 야후는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다.   

 

* ‘부드러운 리더십’ 유약승강강(柔弱勝剛强) - 부드럽고 약한 것이 굳세고 강한 것을 이긴다는 뜻이다. 수전 워치츠키는 하버드대에서 문화와 역사를 전공했다. 그는 구글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이게이 브린에게 임대료도 안받고 창고를 내어 준 인연으로 구글의 정식 직원으로 채용되었고 이후 늘 CEO의 곁에서 조용히 보좌했다. 페이스북에 맞설 SNS 플랫폼 개발에 실패한 후 회사가 유튜브 인수를 망설일때 그녀는 조용히 창업자들을 설득해 유튜브 신화를 만들어 냈다. 그는 구글에서 ‘구글의 엄마’로 불린다.

 

* ‘너무 강한 리더십은 수명을 다하지 못한다’ 강량자부득기사(强梁者不得其死) - 강한 대들보는 제 수명을 다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지나치게 강하면 중도에 부러지는 것처럼, 강력한 법과 물리적 강제력으로는 온전하게 리더십을 유지할 수 없다는 의미다. 유연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애플에서 독선적인 경영을 하다 쫒겨난 스티브 잡스가 복귀 후 “앞으로는 나를 CLO(Chief Listening Officer,최고경청임원)으로 불러달라”고 했던 것이 유연 리더십의 성공 사례다.

 

* ‘부드러움이 강한 것을 이긴다’ 천하지지유 치빙처하지지견(天下之至柔 馳騁天下之至堅) - 천하의 부드러운 것이 천하의 지극히 견고한 것을 뚫고 들어간다는 뜻이다. 치빙(馳騁)이란 말을 타고 이리저리 내달리는 모양으로, 여기서는 뚫고 들어간다는 의미로 쓰인다. 지유치빙지견은 도덕경 36장의 ‘유약승강강(柔弱勝剛强)’과 같은 뜻이다. 구글의 에릭 슈미트는 개성이 강하고 고집이 센 두 창업자와 대립하지 않고, 그들의 천재성을 십분 신뢰하고 수용하고 경청하는 리더십으로 그들과 호흡을 맞춰 구글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올려놓았다.

 

* ‘천리길도 한걸음부터’ 천리지행 시어족하(千里之行 始於足下) -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 시작한다. 제프 베조스가 우주개발을 위해 만든 블루 오리진의 슬로건은 ‘그라디팀 페로키테르(Graditim Ferociter)다. 라틴어로 ’한 걸음 씩 용감하게‘라는 뜻이다. 이 회사의 설립목적을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온다. ‘우리는 끈기있게 한 걸음 한 걸음씩 전진한다. 작은 걸음이라도 더 자주 내딛다 보면 우주는 조금씩 조금씩 더 가까워질 것이다.’  

 

* ‘알지 못하는 것을 깨닫는것이 가장 잘 아는 것이다’ 지부지상 부지지병(知不知上 不知知病) - 알지 못하는 것을 아는 것이 가장 훌륭하다. 알지 못하면서 안다고 하는 것은 병이라는 뜻이다. 논어 위정편에도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 그것이 곧 아는 것’이라고 했다. 실리콘밸리는 모르는 것을 안다고 하면 퇴출되는 사회다. 그래서 실리콘밸리의 혁신기술은 도(道)라고 저자는 말한다.

 

* ‘겨루지 않고 잘 이기는 것이 리더의 지혜’ 천지도 부쟁이선승 불언이선응(天之道 不爭而善勝 不言而善應) - 하늘의 도는 겨루지 않고도 잘 이기는 것이고, 말하지 않고도 잘 응대하는 것이라고 노자는 강조했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을 부쟁지덕(不爭之德)이라고 했다. 나의 무공을 자랑하지 않고 경솔하게 나서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 ‘리더가 매사에 앞장서면 구성원들이 고달프다’ 민지난치 이기상지유위(民之難治 以其上之有爲) - 백성을 다스리기 어려운 것은 윗사람이 뭔가를 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스티브잡스가 애플에서 내쳐질 때 가장 큰 원인은 그의 타협없는 완벽주의였다. 현실을 왜곡하면서까지 완벽을 추구했던 그의 리더십을 구성원들은 도저히 따라갈 수 없었다.

 

 

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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