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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경제 신간(新刊) 베껴읽기] <한국의 불행한 대통령들> 라종일 외

불우한 말년을 보낸 역대 대통령들, 왜 우리만 이런 '오욕의 역사'를 가져야 하나

입력 2020-11-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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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은 왜 모두 말년이 좋지 않을까. 진영이 다른 원수 같은 사이에서 정권 교체가 이루어졌든, 평화적 정권교체가 이뤄진 경우든, 여지없이 전임 대통령들은 고초를 겪어야 했다. 우리의 아픈 현실이다. 2004년에 나온 북한 소설 <아, 조국>은 ‘(남조선은) 전직 대통령을 감옥에 넣기 좋아하는 나라’라고 비꼬기까지 했다. 청와대 안보보좌관을 지냈던 라종일 가천대 석좌교수는 이런 우울한 관행이 대통령 자신은 물론 ‘주변’ 때문일 수 있다고 분석한다. 대통령이 ‘법이 정한 것 이상의 특권’을 누린다는 그릇된 오해와 이에 따른 남용이 그런 결과를 초래해 왔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6명의 정치외교 전문가들이 우리 대통령의 불행한 역사의 원인과 이를 극복할 방안을 제시한다.

 

 

 

* 대통령 측근의 4가지 유형 -  라종일 교수는 4가지 유형의 첫째로 황태자(Crown Prince)를 든다. 대통령에 버금가는 2인자로, 대통령을 대신해 큰 영향력 행사가 가능하다. 대통령의 자손일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둘째, 실세 측근들(Acolytes 또는 Cohorts)이다. 대통령의 현실적인 혹은 상상된 권한을 행사하거나 행사한다는 평판만으로도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대통령과 이념적 전망을 공유하거나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셋째, 가신 측근들(Retainers)이다. 사적으로 대통령과 오랜 인간관계 혹은 그렇다는 소문을 기반으로 큰 영향력을 가진다. 마지막은 궁정광대(Palace Fool 또는 Court Clown)다. 특별한 역할이 없는 것 같아도 권력의 중심부에서 인화의 모색 혹은 어색한 상황의 수습 등 나름의 중요할 수 있는 일정 역할을 담당한다. 

 

* 또 다른 측근 ‘친인척’ - 이들 외에 친척들이 있다. 대선 과정에서 흔히 비자금의 통로가 되기 때문에 대통령이 이들을 가볍게 대하지 못하는 경우 많다. 그래서 이들은 대통령에게 실제보다 더 큰 인기나 영향력이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고취할 수도 있다. 대통령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자신들의 현실적인 영향력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인척들이 비리에 연루되는 경우 대체로 대통령들은 이들에게 엄격하게 대하기 보다는 이해하거나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거나 적극 변호한다. 그러다 사단이 나곤 한다. 정권 교치기에 인척 보호를 위한 암묵적 합의도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형이 이명박 대통령 측근에게 “대통령 패밀리까지는 서로 건드리지 않도록 하자. 우리 쪽 패밀리에 박연차도 포함시켜 달라”고 제안했다고 김대중 대통령 자서전에 기록되어 있다.  

 

* 친한 듯 거리 둔 김대중과 노무현 - 노무현 정부 초기부터 대북 송금 문제가 특검으로 사법처리 대상이 된다. 김대중 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직접 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음에도. 민주당 지도부도 침묵했다. 특히 한화갑 대표의 방관적 태도가 논란이 되었다. 박주선 비서관도 노무현 정부에서 두 번 구속되었다가 두 번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김대중 및 호남세력 청산과정에서 걸림돌이라 여겨지는  박주선을 제거하기 위한 ‘박주선 죽이기’였다. 배후에 노 대통령이 있다고 판단한 박주선이 나중에 직접 항의하자 “미안합니다. 제가 박 의원님과 민주당을 구별해 취급하지 못했습니다”라며 검찰에 대한 청와대의 개입을 사실상 시인했다고 한다.

 

* 김대중과 노무현의 공통점 - 두 대통령 모두 현직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여전히 ‘살아있는 권력’으로 인식되었다는 점, 이런 문제를 둘 다 예견하고 한 사람은 퇴임과 함께 동교동계 해체를 선언했고, 또 한 사람은 봉하 마을로 내려간 것이라고 한다.   

 

* 실패로 끝난 ‘햇볕정책’ -  북한에 많은 공을 들인 김대중 대통령이 임기 말에 마지막 대규모 특별사절단을 북으로 보냈다.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만나주지 않았다. 임기 중 김정일의 답방도 무산됐다. 은퇴 후 “김 위원장이 초대한다면 북한에 들어가 북핵 문제 등을 중재할 뜻이 있다”고 했지만 북한은 초청장을 끝내 보내지 않았다. 오히려 북한은 나중에 소설 ‘만남’(2001년)에서 김 대통령이 “애초에 불순한 동기로 불쑥 북한을 찾아왔는데, 김 위원장의 당당한 대응에 기가 질려 굴복하고 돌아갔다”고 묘사했다. 김 대통령의 신체적 어려움도 김 위원장의 늠름한 모습에 대비된다며 비아냥거렸다. 김 대통령의 불행은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 노무현과 이명박 - 노무현의 비극적인 마지막은 이명박의 가혹한 처사 탓이라는 생각들이 여전하다. 이 대통령은 노무현 혹은 그 동조세력들이 자신을 인정하지 않고 어떻게든 전복하려 한다는 의심을 했다. 이에 대한 반격으로 전임 대통령의 자금출처 조사를 시작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 대통령이 당 공식 대선후보로 선정된 직후 갑자기 캠프의 자금이 고갈됐는데, 이를 노무현 정부의 이면 선거개입으로 보았다. 취임 후 미국 소고기 수입 둘러싼 촛불 시위를 겪으면서 이를 정권 퇴진이나 전복 기도로 받아들이고 반격했다는 것이다.   

 

* 행정부는 청와대의 하위 파트너? - 행정부의 각 부처는 장관 책임이 아니라 창와대 권력의 하위 파트너라는 표현도 있다. 그래서 청와대 5급 공무원이 참모총장을 불러 장성 인사 절차를 직접 보고받았다. 흔히 청와대 비서관이나 행정관이 부처 실무진인 과장에게 직접 정책을 지시하기도 한다. 실무진은 이런 지시가 청와대 누구 뜻인지도 모르고 자기 부처 상관 지시보다 우선순위를 두고 처리하기 일쑤다. 경제부총리까지 패싱하는 일도 있었다.    

 

* 패거리 정치 폐해 심각 - 상대를 동반자 혹은 경쟁자로 생각하기 보다는 오히려 약화시키거나 없애야 할 적에 가까운 대상으로 인식하는 경향 있다. 특히 패거리 정치가 심각한 수준이다. 공적인 일에 있어서도 자기 패거리 내부와 외부에 적용하는 규칙이 다르다. 결국 대통령은 대권을 쥔 채 점차 현실에서 멀어지고 주변은 이런 대통령에게 거슬리는 말을 하지 않게 된다. 

 

* 대통령 당선자에 대한 조언 - 첫째, 당선된 순간부터 선거 전에 있었던 일을 모두 잊어라. 당선 된 이후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서 생각하고 행동하라는 것이다. 둘째, 선출된 공직자로서 국민의 심판을 거치지 않은 관리들을 경시하거나 적대시하지 말라. 자신의 생각이나 주장이 다 옳고 상대방 주장은 다 틀렸다고 생각할 수 있고, 주위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더 부추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 대통령 회고록의 3분의 2가 ‘외교’ - 경남대 조병제 초빙 석좌교수는 “노태우~이명박까지 5명의 전임 대통령 회고록을 보면, 재임 기간 중 기억의 절반 이상이 외교 관련 내용들”이라고 말한다. 특히 노태우 김대중 이명박 세 사람은 3분의 2에 달한다. 외교는 대통령의 호승심(好勝心)을 자극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북핵’이라는 장애를 누구도 넘지 못했다. 심지어 김대중 대통령도. 그는 오히려 북한을 이란, 이라크와 함께 악의 축(axis of evil)이라고 선포한 부시 대통령 때문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 자칫 외교는 치명적 함정 - 외교가 대통령의 국정 추진에 치명적 함정이 될 수 있는데도 역대 대통령은 이를 피하지 못하고 좌절을 반복하곤 했다.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은 일방적 사랑으로 끝났고, 박근혜 대통령은 중국 전승절에 시진핑과 열병식에 참여했다가 한미관계 손상을 불러왔다. 이를 만회하려다 사드 사태로 중국에서조차 보복을 당했다. 외교가에서는 “대통령이 외교를 이해할 만 하면 임기가 끝난다”는 말도 있다. 외교에 관한 사항은 매번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5년 단임제 하에서 우리 역량이나 상대 입장에 대한 고려 없이 공약이 만들어지기 일쑤고, 결국 일관성이 부족한 외교로 갈 수 밖에 없다. 대외적으로는 국가 신뢰 약화와 자원의 낭비로 이어지게 된다.   

 

* 공염불인 ‘정상 간 친분 강화’ - 정상 차원의 친분강화라는 말을 많이 쓴다. 하지만 정상 차원에서 이뤄지는 호의적인 제스처가 결코 이익을 넘어서지는 못하는 게 현실이다. 타국 지도자와 만나 몇 시간 얘기 나눴다고 각별한 친분이 생기진 않는다. ‘형제의 정’을 나누었다는 표현들도 큰 의미가 없다고 한다. 노무현 대통령도 “국가 지도자들이 정치적 협상을 하는 자리에서는 개인의 스타일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정치적 상황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대중 대통령도 김정일 위원장을 그렇게 추켜 세웠지만, 북한으로서는 햇볕정책을 받아들이고 남북 교류를 하는 것이 세습정권을 안에서부터 붕괴시키는 길이라고 우려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실제 김 위원장은 생전에 측근들에게 “햇볕은 대포보다 무섭다”고 말했다고 한다.  

 

* ‘외교의 정치화’ 보다 ‘초당주의’를 - 외교의 정치화는 진보와 보수 모두에게 피해를 준다. 집권 했을 때를 생각하면 외교의 정치화는 무조건 손해다. 2차 세계대전 후 신생 오스트리아의 초대 총리를 지낸 레오폴드 피글은 “최선의 외교 정책은 국민의 합의”라며, 과반이 넘는 85석의 제1당임에도 76석의 사회당과 4석의 공산당까지 포함한 대연정을 구성해 고질적인 정치 파벌주의를 극복했다. 결국 10년 뒤 오스트리아는 하나의 구심점으로 외교에 나서 4개국 분할 점령 통치를 끝내고 중립국 지위를 획득한다. 외교에는 ‘초당주의(bipartisanship)’가 답이라는 좋은 사례다. 특히 일관성과 계속성이 중요하다. 전임자 업적 중 살릴 것과, 후임에게 물려주어야 할 것을 잘 살펴야 한다. 

 

* 대통령 해외순방은 효율성이 최선 - 역대 대통령 해외 출장 횟수를 보면 노태우 12회, 김영삼 14회, 김대중 24회, 노무현 28회, 이명박 49회, 박근혜 25회다. 대통령이 초청받는 다자 회의는 매년 9월에 열리는 유엔 총회, 10월과 11월에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의체(APEC), ASEAN 회담과 같이 열리는 ASEAN+3(한국 중국 일본)과 동아시아정상회의(EAS), 그리고 주로 연말에 개최되는 한중일 3국 정상회의(ASEM) 정도다. 이밖에 중국의 일대일로 정상회의, 러시아의 동방경제포럼, 다보스포럼 등이 참석 검토 대상이다. 매년 최소 2~3회의 해외출장이 불가피하다. 대통령의 시간 소모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효율적인 해외 방문 계획을 짜는 것이 중요하다.        

 

* 국방예산보다 외교예산을 더 - 로버트 게이츠 전 미국 국방장관은 부시 대통령에 의해 2006년에 임명되었는데 오바마 행정부에서도 3년을 더 일했다. 그는 2007년에 “국가 목표를 달성하는 데는 외교로 나타나는 연성국력(soft power)이 군사력(hard power) 만큼이나 중요하다”며 국방부가 아닌 국무부 예산을 늘려달라고 호소해 화제를 모았다. 마이클 멀린 미 합참의장도 2020년 2월 의회 지도부에 서한을 보내 외교와 개발원조 예산 증액을 요청했다. 외교가 잘되면 군인의 생명을 희생시킬 필요가 없다는 논리다. 우리도 보다 장기적인 시야로 범정부 차원에서 외교에 접근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우리는 외교 전략을 기획할 규모 있는 국책연구소도 하나 없다.

 

* 한국 언론과 권력간의 관계 - 2020년 4월에 프랑스 소재 ‘국경없는 기자회’가 발표한 한국의 언론 자유지수는 42위다. 아시아에서 가장 높다. 하지만 이구 전 우석대 교수는 “유독 한국에 언론자유의 한계와 사회적 책임을 규정한 법과 제도가 많다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한다. 김대중 노무현은 재임 중 언론개혁을 시도했고, 이에 언론들은 대통령 측근 비리와 정치 비자금 문제를 집중 보도하는 식으로 맞대응했다.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켰으나 대통령의 국정 운영과 리더십에는 뚜렷한 상흔을 남겼다.

 

* 김영삼 대통령과 언론 - 김영삼은 문민정부 출범과 동시에 군사독재 잔재와 악폐를 없애기 위한 개혁, 경제활성화와 국가경쟁력 강화에 매진했다. 하나회 척결, 공직자 재산공개와 공직자윤리법 개정, 부패와의 전쟁, 역사 바로세우기, 신경제 5개년 계획, 금융실명제 실시, WTO 가입과 농산물 시장 개방, 노사개혁 등 수많은 개혁을 시도했다. 5년 단임제 대통령 한 사람의 의욕만으로는 모두 이행하기 어려운 것 들이었다. 게다가 1007년 1월 ‘한보 사건’에 차남 김현철이 연루되어 구속되면서 대국민 사과를 발표하는 등 치명적 상처를 받았다. 언론의 개혁속도 조절론 등을 그는 개혁의 발목을 잡으려는 소수 특정 세력의 저항으로 간주했다. 

 

* 김대중 대통령과 언론 - 김대중은 국내 언론보다 외신 보도에 좀 더 민감했다. 그는 IMF 때의 기업정책과 노동정책으로 보수와 진보 모두에게서 원망과 지탄을 받았다. 취임 후 ‘고급 옷 로비 의혹’이라는 첫 정치스캔들은 험로의 시작에 불과했다. 본인도 자서전에서 “나는 평생 언론의 편파적 보도에 시달렸다”고 술회할 정도였다. 보수언론의 공격을 ‘김대중 죽이기’라고 판단했고, 이런 부정적 인식은 신문사에 대한 세무조사와 홍석현 중앙일보 사장 기소 등으로 이어졌다. 언론사들은 “언론 길들이기, 언론 탄압용”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가장 자신했던 햇볕정책에 대한 보수언론의 비우호적 보도에 불편해 했다. 하지만 정작 친척이면서 측근이었던 이영작 박사는 “그는 중국을 오판했고 북한에 결과적으로 속았던 것”이라고 평가했다.   

 

* 노무현 대통령과 언론 - 노무현은 국가 통치 구상으로 ‘비전 2030’을 제시하면서 한국 정치의 스펙트럼을 보수에서 중도진보로 옮기려 했다. 극단적인 이념 대립의 계급 정치보다 진보와 보수의 가치를 혼합한 중도 정치노선이 시대정신이라고 인식했다. 하지만 노사모와 같은 열정적 소수의 생각으로 다수를 설득하고 소통하려다 한계를 보였다. 본인 스스로도 “대통령이 되기 위한 준비도 부족했다”고 말했다. 진보에서도 이방인에 가까웠던 그는 한 지붕의 한겨레의 지지도 얻지 못했다. 도덕적 잣대는 보수정치보다 훨씬 엄격했기에 친인척 관리 실패에 대한 질책은 더 따가왔다. 그는 언론을 ‘견제받지 않는 위험한 권력’으로 보았다. 정치권력, 정부권력, 시장권력과의 유착을 끊는 것이 언론개혁의 핵심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이 여의치 않을 때 자신의 탓으로 생각하는 자세가 부족했다.

 

* 비판에 “내 탓이요” 할 수 있는 용기 - 대통령은 측근과 친인척에 대한 좀 더 냉정한 태도를 가져야 한다. 이들을 희생시킬 수 있는 냉혹함이 필요하다. 대통령의 자질 가운데는 언론 대처 능력 뿐만아니라 비판받을 때 실망하거나 분노하지 않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정책을 꾸준히 추진할 수 있는 여유가 있어야 한다. 언론 비판의 수용은 대통령이 국민의 반감을 피하는 방법이며, 안심하고 평온하게 살고자 하는 국민에 대한 배려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언론의 의구심은 정권의 안정과 통치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필요한 요소로 인지하고, 언론의 비판을 자유민주주의 체제 유지를 위해 반드시 치러야 하는 대가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하다. 언론을 때로는 적, 때로는 동지, 때로는 정치 게임의 파트너로 여기는 유연함을 지닌 대통령이야말로 역대 대통령의 불운한 말로를 헤쳐나가는 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 역대 대통령 실패 원인 - ‘제왕적 대통령의 종언’을 쓴 함성득 교수는 반드시 성공하려는 패러다임 집착, 박정희 대통령의 정치적 그늘에서 벗어나려는 노력, 정치적 차별화 시도, 청와대 내부 인사의 문제, 미숙한 국정 운용을 실패 원인으로 분석했다. 국가사이버안전센터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허태회 선문대 교수는 이를 보완해 역대 대통령 불행의 원인을 지도자 개인의 특성, 주변 환경 요인에 따라 정치학적 분석을 해야 한다며 특히 구조적 원인들에 관해 살펴본다. 특히 정치제도적 요인과 정치문화적 요인으로 나눠 분석한다.

 

* 정치제도적 관점의 대통령 실패 - 정치제도적 관점에서 허 교수는 우선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얘기한다. 다른 정치 주체와 상호소통하거나 협력할 정치적 기회를 경시하게 만들거나 그런 방식의 효용성을 감소시킨다고 말한다. 배타적 독점의 영역을 구축하려 하고, 소위 패거리 정치로 권력의 사유화 유혹에 빠져 결국은 국민과의 소통 부재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특히 대통령이 의회를 장악할 수 있는 단초가 제공되어 결국 명분만 삼권분립이지 대통령을 견제할 장치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다음은 5년 단임제다. 정책의 일관성과 연속성을 해치는 결정적 장애 요인이다. 관료들의 협조를 얻기도 쉽지 않다. 마지막으로 승자독식제도의 부작용도 크다. 단 한 표라도 더 얻는 후보가 당선되는 선거에서 패배한 정치 세력은 완전히 배제되고 만다. 결선투표제를 채택해 결선 2차 투표과정에서 정당 간 합종연횡으로 과반수 연합이 가능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지나치게 경쟁과 승리에만 집착케 함으로써 민주주의의 포용과 관용 정신을 무너트리고 패쇄적 배타적 경쟁구조와 정쟁 대립 구도를 고착화시켜 결국 대통령의 불행을 제도화하는 구도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 정치문화적 요인 - 국민들 간의 갈등과 대립을 부추기는 ‘지역대결주의’가 가장 주목해야 할 폐단이다. 극심한 지역분열주의는 정당 정치의 발전을 막는 중요한 장애요인이 된다. 정당 간 경쟁을, 정책으로 판단하지 않고 단순한 지역주의 정서에 근거해 투표토록 한다. 꼭 누군가는 이 지역주의를 이용한다. 때문에 지역분열주의는 진영화되는 양상을 보여준다. 적대적 진영 대결 논리로 자신들의 기반을 공고히 해 놓고 상대 실수를 유도하며 중요한 정치사건 때마다 극단적 대립과 반대를 불사한다. 한국 사회는 1988년 헌법 개정 이후 경직된 정치 제도와 비민주적인 정치 문화가 고착화되어 더 이상 정치개혁을 추진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경제발전과 함께 정치 발전도 이루었다는 ‘자만’이 정치문화의 발전을 경시하게 만들고 대통령의 비극을 초래하는 정치구조를 그대로 방치하게 만든 것이라고 강조한다.

 

* 대통령의 불행을 막기 위한 방안과 과제 - 대통령 당선인은 자신의 선거운동에 기여하고 충성을 바친 측근 보좌관들의 역량과 실제 국정 운영이 가능한 전문인력의 역량은 별개라는 사실을 인식해 내각을 조직하고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 전문성과 경륜을 갖춘 자문단이 필요하다. 미국처럼 대선 경선과 동시에 후보가 그림자 내각(shadow cabinet)을 조직해 국정 경험을 쌓는 것도 시도해 볼 만 하다. 패거리 정치에서 탈피한 초당적 내각 구성과 운영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는 얘기다. 대통령의 제왕적 전횡과 독선을 막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으로 대통령제를 3권 분립의 원칙에 근거해 서로 견제하고 감시할 수 있도록 헌법을 개정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특히 검찰이나 국가정보원 국세청 경찰 등 중요 권력기관 수장을 임명할 때는 국회 인준이 받도록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사법부 위상 강화 역시 시급하다. 탕평인사 균형인사도 협치를 통한 통합적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 중요하다. 시민사회와 야당과의 소통강화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보다 거시적이고 근본적인 정치개혁을 고민해야 하며, 대통령의 불행을 초래하는 외연을 개혁해야 한다. 

 

* 불행의 꼬리를 끊어낼 방안은 - 황인수 백봉정치문화교육연구원 사무총장과 정태용 연세대 국제학 대학원 교수는 대통령의 연이은 불행의 이유를 리더십에서 찾았다. 그리고 그 불행의 꼬리를 끊을 표상과 덕목으로 세 가지를 제시한다. 확장된 상황인식, 주변과의 소통, 그리고 문제 해결을 위한 통합 및 포용 능력이다. 확장된 상황인식이란, 대통령이 이 시대에 국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읽어내는 동시에 그 시대정신을 놓고 국민과 공감하는 것을 넘어 국민과의 민주적 상호 작용을 이끌어낼 수 있는 능력을 필수적으로 갖춰야 한다는 의미다. 소통이란, 문희상 국회의장이 “대통령이 소통하지 못하면 온 나라가 병들고, 대통령이 귀를 닫으면 민주주의도 함께 닫혀버린다”고 말한 것처럼, 일방적인 통고 방식이 아닌 쌍방향 공감을 뜻한다. 측근 세력에 의한 권력의 사유화를 막아야 민주적 소통의 부족도 해결된다는 지적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 미국 루즈벨트 대통령의 퇴임사는 “존경하는 (전임) 후버 대통령”으로 시작한다. 파괴의 정치가 아닌 통합의 정치를 열어갈 소명의식, 포용과 관용의 리더십이 미국 재도약을 이끈 발판이었다. 우리에게도 지금 필요한 덕목이 이것이다. 

 

* 무능한 리더, 유능한 리더 - 심리학자 토마스 차모르-프레무지크는 카리스마를 내뿜는 슈퍼 히어로, 반사회적인 욕망으로 똘똘 뭉친 사이코 패스, 자기중심적이고 자아도취적인 나르시시스트를 ‘무능한 리더’들의 공통된 특징이라고 말했다. 피터 드러커는 “유능한 리더는 사랑받고 칭찬받는 사람이 아니라 그를 따르는 사람들이 올바른 일을 하도록 하는 사람이다, 인기는 리더십이 아니다. 리더십은 성과다”라며 현대 사회에 필요한 바람직한 리더십을 말했다. 

 

* 불행한 대통령을 만들지 않으려면 - 저자들은 21세기가 대통령에게 요구하는 정치 문화는 대통령이 양방향 소통으로 건설적인 타협을 이끌어내는 모습이라고 말한다. 소통의 일차적 책임이 본인에게 있음을 알고, 대의 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인식과 함께 민주적 절차와 관행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기적으로 입법기관과 각 정당 지도자들과 만나는 관행을 만들어야 하며, 시민단체를 포함한 이익집단과의 관계설정도 양방향 소통의 입장에서 바라봐야 한다. 자신의 집권을 지지한 이익집단의 입장을 대변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입장과 역할을 갈등의 조정자로 한정해야 한다. 그들이 본래의 목적에 맞게 사회적 순기능을 다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적절한 역할 분담도 강조한다. 대통령이 일중독에 빠지기 보다는 전문적인 영역은 그들에게 맡기고 거시적 국정 운영의 조타수가 되는 것이 진짜 대통령의 일이라고 말한다. 부처에 확실한 자율권을 주되 책임있는 국정 운영의 효과를 내도록 독려하고, 대통령 비서실이 부처 장관까지 흔들게 두어선 안된다고 강조한다. 과도한 인사 개입이 퇴임 후 부메랑이 되는 만큼, 내 편에만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인사에도 힘써야 한다고 지적한다.

 

* 이해찬의 뒤늦은 고백 - 이해찬 전 총리는 재야 활동 기간 시기에는 박정희 대통령의 경제성과에 대해 인정하지 않았다가 노무현 정권에서 총리를 하면서 부인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국회에서 현실정치에 참여하고 서구와 제3세계 개도국들을 방문하면서 재야의 주류시각이었던 민족경제론이나 종속경제론이 현실에 잘 맞는 이론이 아님을 인정하게 되었다고 토로했다. 운동권으로 쌓아왔던 자신의 그릇된 고착된 시각을 자아비판한 셈이다. 노무현 대통령도 회고록에서 “개인적으로 준비되지 않았고, 준비된 조직적 세력이 없이 정권을 잡았고, 우리 사회가 마처 받아들일 준비가 안된 개혁을 하려고 했던 것이 무리였다”고 회고했다. 저자는 지도자는 결국 자기희생을 통해 국민들이 신뢰와 존경심 속에서 국민과 공감하고 목표를 향해 전진시켜 나가는 국민적 에너지를 만들아 내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신을 중심으로 세상을 보지 말고, ‘국민’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내건 정치공학적 인식에 치우치지 말라고 권고한다.

 

 

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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