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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발달장애인도 이해하기 쉽게, 어려운 용어 안써요"

[맘 with 베이비] 백정연 소소한소통 대표
“‘쉬운 정보’로 발달장애인 삶에 긍정적 변화를 드리길 소망합니다”

입력 2024-01-30 07:00 | 신문게재 2024-01-3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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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정연 소소한소통 대표.(사진제공=소소한소통)

발달장애인의 일상에 관심을 두고, 이들이 일상에서 접하는 정보를 쉽게 소개해 주는 사회적기업이 있어 주목을 끈다. 발달장애인을 비롯해 정보 접근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쉬운 정보’를 만들어 제공해 주는 ‘소소한소통’이다. ‘쉬운 정보’가 아직은 온전한 권리로 보장받고 못하고, 회사도 간신히 적자를 면할 정도지만, 발달장애인 등의 정보 접근과 활용도를 높여 그들의 삶을 보다 긍정적으로 이끌 수 있다는 자긍심으로 똘똘 뭉친 곳이다. 우리나라 ‘쉬운 정보’ 분야를 선도한다고 자부하는 백정연 대표를 만나 ‘쉬운 정보’의 의미와 장애인 정책 방향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 간단한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발달장애인을 위한 쉬운 정보를 만드는 사회적기업 ‘소소한소통’ 대표 백정연입니다.”


- 소소한소통은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소개해 주십시오. 사명의 뜻도 궁금합니다.

“소소한소통은 발달장애인이 일상에서 마주하는 정보를 이해하기 쉽게 바꾸는 일을 합니다. ‘소소한 소통’이라는 사명은, 발달장애인이 일상의 작은 순간에도 소통의 어려움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지은 이름입니다.”


- 사회복지학을 공부한 뒤 사회복지사로 일하셨는데요. 이 일을 선택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저는 대학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한 이후 장애인복지 현장, 특히 발달장애인과 관련된 기관에서 주로 일했습니다. 마지막 직장이 장애 관련 공공기관이었습니다. 발달장애인법 시행 준비를 위해 보건복지부에서 파견 근무를 했어요. 이와 관련해 해외의 ‘easy read’ 사례를 찾아보며, 우리나라에도 이런 시스템이 빠르게 도입되고 확산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했었지요. 마지막 직장 재직 중에는 휠체어 사용자인 남편과 결혼하면서 장애인 가족으로서 관점의 변화도 생겼습니다. 마지막 직장 퇴사 후 이직할 곳을 알아보다 ‘한국사회적기업 육성사업’이라는 창업지원정보를 보게 됐습니다. easy read 기관이 번개 치듯 떠오르며, 도전해 보자는 생각 하나로 시작해 지금까지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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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정연 소소한소통 대표가 ‘쉬운 정보’ 배달앱 사용법을 안내하고 있다.(사진제공=소소한소통)

 

- 소소한소통에서는 ‘쉬운 정보’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발달장애인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쉽게 이를 접하고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쉬운 정보’에 관해 소개해 주시지요.

“쉬운 정보란 한자어, 전문용어, 외래어 등 어려운 표현을 최대한 지양한, 짧고 쉬운 글을 뜻합니다. 필요한 경우에 글의 이해를 돕는 보조적 이미지로 삽화나 사진 등을 사용합니다. 말씀 주신 것처럼, 발달장애인뿐 아니라 어린이와 어르신, 외국인 등 상대적으로 낮은 문해력을 갖고 있거나 특정 정보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부재한 사람 모두에게 유용한 정보입니다.”


- 소소한소통에서 나오는 콘텐츠가 매우 다양합니다. 이모티콘도 출시했고, <누워서 편하게 보는 복지 용어> 같은 책도 있습니다. 콘텐츠를 제작할 때 어떤 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실제 발달장애인의 삶에 필요한 것인지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합니다. 발달장애인이 정보로 인해 차별을 받고 있거나, 일상 안에서 어려움을 겪지 않는 지를 염두에 둡니다. 콘텐츠 기획 단계에서 발달장애인과 인터뷰를 하는 등 발달장애인의 삶에 투영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 얼마 전에는 국립중앙박물관과 협업해 ‘쉬운 해설 전시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했다고 들었습니다.

“처음 만나는 발달장애인의 소통 방식, 특히 비언어적 메시지를 활용한 소통 방식을 충분히 파악 후 활동하는 것이 서로에게 도움이 됩니다. 그럴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투어 해설을 했던 직원들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또한 우리의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참여한 분의 참여 수준을 동일하게 정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만큼 즐길 수 있도록 유연한 운영을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 사실 장애인뿐 아니라 정보 약자들이 사회 곳곳에 많습니다. 이들까지 아우르는 좋은 콘텐츠와 정보를 제공하려면 제작자들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요.

“‘관심’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소소한소통이 만든 쉬운 정보가 결과적으로는 많은 분에게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 콘텐츠가 됩니다만, 기획 출발선은 발달장애인이 중심이 됩니다. 우리가 발달장애인과의 접점이 많고 그들의 니즈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기 때문입니다. 쉽다는 것만으로 어르신, 어린이, 경계선지능인 전체를 아우를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부부사진
백정연 대표 부부.(사진제공=소소한소통)

 

- 사회적기업을 운영하고 계십니다. 사회적기업은 사회적, 경제적 가치 모두 창출해야 해 쉽지 않은데 특히 소소한소통의 저작물은 크게 수익을 내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정말 어렵습니다. 운영을 이어가는 정도의 매출이 발생해 사실상 수익은 제로(0)에 가깝습니다. 열심히 벌어서 직원들 급여 주고 나면 남는 게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것만으로도 잘하고 있다고 봅니다. 콘텐츠 제작 비용에 대한 기준이 낮게 형성돼 있고, 저작권 개념도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지 않거든요. 늘 불안해 하면서도 매년 버틸 만큼의 매출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 기술의 발달에 따라 이를 활용하게 될 장애인을 위해 소소한소통에서는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기술의 힘을 빌려 많은 사람이 쉬운 정보를 조금 더 자신의 일에 도입할 수 있길 바랍니다. 또한 발달장애인도 어려운 것을 편하게 묻고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생길 수 있도록 계획 중입니다.”


- 소소한소통의 앞으로의 계획을 들려주십시오.

“저나 소소한소통 종사자들은 모두 우리나라의 쉬운 정보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그만큼 책임감을 느끼며 일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쉬운 정보가 온전한 권리로서 보장받고 있지 못합니다. 발달장애인에게 당연한 권리로 주어질 수 있도록 정책 개선 등의 노력에도 집중하면서, 동시에 소소한소통 이름처럼 일상의 작은 순간에 정보 접근과 활용에 어려움이 없도록 발달장애인의 삶을 변화하는 데에도 힘을 기울이겠습니다. ”

이금재 맘스커리어 대표 겸 브릿지경제 객원기자 ceo@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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