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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네 차례 경력단절 경험… 후배 워킹맘 고충 잘 알죠"

[맘 with 베이비] 양현정 일성솔루션 대표

입력 2024-02-06 07:00 | 신문게재 2024-02-06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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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정 일성솔루션 대표.(사진제공=일성솔루션)

한국에서 출산과 육아, 그리고 일을 동시에 할 수 있을까? 여성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지난해 여성 고용률이 54.1%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을 때, 30대 여성의 고용률은 68%였다. 동시에 출생아 수는 감소했다. 그만큼 결혼과 출산 대신 일하는 여성이 늘어난 것이다. 일과 육아를 동시에 하기 어려우니 아이를 포기했다는 이야기도 된다. 어떻게 하면 다시 귀여운 아이의 모습을 볼 수 있을까. 네 아이를 키우며 기업 대표로 일하고 있는 양현정 일성솔루션 대표를 만나 일과 육아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간단한 본인 소개 부탁 드립니다.

“네 자녀를 둔 엄마이자 사업장에선 대표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양현정입니다. 평범한 가정주부로 살다가 피할 수 없는 상황에 부딪혀 워킹맘이 됐습니다.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 일성솔루션은 어떤 회사인가요.

“일성솔루션은 복합기, 사무기기, 네트워크 시공설치 및 유지보수 전문업을 하는 기업입니다. 경기도 의왕시에 본사를 두고 있고, 여성 기업 인증을 받기도 했습니다. 기업과 관공서 등에 사무기기 임대를 한 후 매월 방문해 사용에 어려움이 없도록 유지보수 업무를 합니다. 대한민국 전역에 서비스망을 확보해 업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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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정 대표와 네 자녀들.(사진제공=일성솔루션)

 

- 네 남매의 엄마이자 기업 대표로 일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여자가 일하면서 엄마로 산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특히나 혼자서 하면요. 이런 일은 남의 얘기인 줄만 알았습니다. 큰 아들은 23살인데요, 작년 12월에 군에서 제대를 했습니다. 둘째 아들은 요리사의 꿈을 품고 조리전문고교에서 배우는 중입니다. 셋째 딸은 중학생인데 네일아트를 하고 싶다네요. 막내아들은 축구선수의 꿈을 품고 열심히 훈련하고 있어요.

새벽에 일어나 아이들 식사며 학교 갈 채비를 마치면, 저는 회사로 가서 하루일과를 준비합니다. 회사 일을 하다 보면 하루가 훌쩍 저물어요. 워킹맘으로 바쁘고 분주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경력단절의 시간도, 힘들었던 순간도 있었습니다. 나를 일으켜 세우는 아이들이 있었고, 또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 놓였을 때 일할 수 있는 일터가 있었기에 오늘의 제가 있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 임신과 출산 이야기도 들려주십시오.

“아이를 좋아해서 네 남매를 낳았는데 정말 잘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힘이 안 들었다 하면 거짓말이겠지요. (웃음) 지금까지 각자의 역할을 하면서 잘 자라준 아이들에게 고맙기만 합니다. 결혼해 아이를 낳아 키우다 보니 정신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하나 낳고 또 하나를 키우고 혼자 네 아이를 돌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저도 엄마는 처음이다 보니 실수가 얼마나 많았겠습니까. 혼자 많이 울었습니다. 아이들이 아파하면 모든 것이 제 잘못인 것만 같아 마음이 찢어지게 아팠거든요.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했고요.”


- 네 아이를 낳아 키우느라 경력단절이 됐다고 들었습니다.

“올해 큰아들은 23살, 둘째 아들은 19살, 셋째 고명딸은 15살, 막둥이 넷째는 12살로 아이들이 나이 터울로 큽니다. 경력단절과 업무 복귀를 여러 차례 반복하다가 셋째딸이 생기면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게 됐습니다. 남편 사업을 돕기도 했지만 넷째가 태어나며 자연스럽게 또 경력 단절이 되었어요. 하지만 네 아이를 키우려다 보니 경제적인 문제도 컸습니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해 보자 싶어서 복합기임대 유지보수 사업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 혹시 회사에도 워킹맘 직원이 있는 지 궁금합니다.

“물론입니다. 저를 제외하고도 여직원 세 분이 모두 육아를 하고 있습니다. 절실하게 경험해 본 일이기에 직원들에게는 일보다는 육아와 가정이 먼저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업무가 부족하다면 집에서라도 잘 처리해 달라고 말하죠. 필요할 경우 재택근무도 진행합니다. 먼저 가정과 자녀가 평안해야 일도 집중이 되고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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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정 일성솔루션 대표.(사진제공=일성솔루션)

 

- 요즘 워킹맘을 위해 여러 정책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뉴스를 볼 때마다 예전 생각이 나서 마음이 아픕니다. 보여주기 정책을 떠나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에게 피부에 와 닿는 정책이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제 생각입니다만, 우리나라가 저출산을 극복하려면 출산 예정자에게 출산 및 양육을 돕는 제도와 시설을 확대하고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는 정책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육아휴직 제도 강화나 양육비 지원 정책 같은 것이지요. 또 정부나 기관에서 아이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시스템을 만들어 지속적으로 관리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 다둥이 육아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에서 어떤 지원을 해 주면 좋을런지요.

“다둥이를 키우며 출산하고 다시 복직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육아휴직 자체도 대기업이나 공무원이 아닌 중소기업에선 쉽지 않거든요. 출산 후 마음 놓고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시설이 확대됐으면 좋겠습니다. 마음 놓고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아이를 맡길 수 있도록 인프라 조성도 필요합니다. 아이 데리고 외출하기 어려운 다둥이 가정을 위해 교통비를 지원해 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 저출산 극복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왜 결혼하기 싫을까?’, ‘왜 아이를 낳지 않을까?’에서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일까요? 아이를 출산해 양육할 때 들어가는 비용, 그 전엔 결혼하려면 필요한 주택문제 등이 있겠지요. 정부가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문제에 접근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출산 문제를 관리하는 기관의 부서장은 정치인이 아닌 실질적 육아를 담당해온 전문가를 배치하고 현재 육아맘들을 운영위원들로 구성해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하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 엄마도 당연히 일할 수 있는 세상이 오기를 바랍니다. 선배 엄마로서 경력보유 여성들이 힘낼 수 있도록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내일, 내일 하다 보면 시간은 절대로 우리를 기다려 주지를 않습니다. 어쩔 수 없고 피할 수 없는 환경에 직면했을 때 현실을 피하지 마세요. 핑계와 변명거리를 만들지 마시고 당당하게 맞서 달라고 부탁드립니다.”

이금재 맘스커리어 대표 겸 브릿지경제 객원기자 ceo@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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