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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전 세계가 무지개로 물들다… 동성애 합법화 바람

입력 2015-06-30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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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레이드

27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퍼레이드 (AFP=연합)

 

 

브릿지경제 문은주 기자 =“러브 윈스(Love Wins, 사랑이 이겼다)”

 

지난달 말 페이스북, 트위터 등 각종 SNS에는 이 말과 함께 무지개가 떠올랐다. 6월 26일(현지시간) 미국 대법원이 동성 결혼의 합법화를 공식 선언한 직후다. 

 

주 정부에 따라 자체적으로 인정해주던 동성애가 ‘법’으로 인정 받는 순간 세상은 동성애의 상징인 무지개처럼 밝은 모습으로 환호했다. 

 

미국발 무지개가 얼마나 빨리 전 세계로 퍼질지 사람들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백악관
27일(현지시간) 무지개 빛 조명이 켜진 백악관 앞에 모인 사람들. (AP=연합)

 

◇ 지구, 무지개로 물들다

영국 일간 가디언이 6월 27일(현지시간)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현재 동성애를 법망 안에서 보호하고 있는 국가는 23개국이다.

지난 2001년 네덜란드를 시작으로 2003년(벨기에), 2005년(스페인, 캐나다), 2006년(남아프리카), 2009년(노르웨이, 스웨덴), 2010년(포르투갈, 아이슬란드, 아르헨티나), 2012년(덴마크), 2013년(우르과이, 뉴질랜드, 프랑스, 브라질, 잉글랜드, 웨일스), 2014년(룩셈부르크, 스코틀랜드), 2015년(핀란드, 아일랜드, 그린란드, 미국)까지 대륙별로 다양한 분포를 보인다. 15년 만에 20배 넘게 늘었다.

6월 28일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열린 ‘게이 프라이드 퍼레이드’는 동성 결혼의 권리를 보장하는 미국의 역사적 판결 덕분에 한층 더 고조됐다.

웨딩 드레스와 무지개색 스커트 등 화려한 의상을 입은 행렬을 구경하려는 인파가 몰려 인산인해를 이뤘다. 곳곳에서 동성애자·양성애자·트랜스젠더(LGBT)의 인권을 상징하는 6색(빨주노초파보) 무지개 깃발이 휘날렸다. 매년
열리는 행사지만 올해만큼은 더욱 떠들썩했다.


퍼레이드
27일(현지시간) 아일랜드 더블린의 주요 거리에서 열린 동성애 퍼레이드에서 행진하는 사람들 (AP=연합)


◇ ‘정상’의 범주를 넘어서

미국 대법원의 판결은 단지 미국 내에서만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세계의 경제·문화를 이끌고 있는 미국의 위치를 가늠해보면 이번 결정이 동성 결혼의 합법화를 전 세계에 확산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기 때문이다.

AP 통신은 필리핀, 인도, 호주 등 동성 결혼이 불법인 나라에서는 미국 대법원의 결정이 전 세계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예외 없는 평등’이라는 관점에서 다양성을 공식 인정했다는 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이번 판결이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선을 긋고 이성애만을 정상으로 규정했던 시대에서 벗어나 새로운 형태의 사
회 관계 구축에까지 이해의 폭을 넓혔다는 면에서 그렇다.

그동안 이성애는 정상의 범주로 꼽혀 왔지만 이성애야말로 사실상 고루한 성 역할이 고착되는 데 한 몫 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이성 간 연애와 결혼으로 인해 여성은 육아와 출산에, 남성은 가족의 입을 책임져야 한다는 무게감에 사로잡혀 살아 왔다.

하지만 시대는 변하고 있다. 비혼족과 1인 가구를 넘어 동성 결혼이라는 ‘결혼 신풍속도’가 더해지면 관련 산업(입양·반려동물 산업 등)도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어쩌면 지금이 타의적 비정상의 변두리에 있던 동성애가 정상의 범주로 인정 받을 수 있는 절호의 시점일 수도 있다.

 

퍼레이드
27일(현지시간) 페루 리마에서 수천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동성애 지지 행사 (EPA=연합)


◇ 고비 많지만… 일단은 ‘긍정적’

동성애에 대한 시선은 많이 너
그러워졌지만 아직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종교적·문화적 관점에서 반대하는 시각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게이 프라이드 퍼레이드가 열리던 날 터키 이스탄불에서는 경찰이 최루탄과 물대포 등을 이용해 행진 참가자들을 강제로 해산시켰다. 라마단(이슬람 단식 기간)과 이번 행사가 겹쳐 터키 당국이 집회 허가를 내주지 않은 상황에서 주최 측이 행사를 강행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같은 날 미국 샌프란시스코 도심에서는 총격 사고가 발생해 60대 남성 1명이 총상을 입었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이번 총격이 동성 결혼 합법화와 관련 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샌프란시스코가 동성애자 인권운동의 중심지이자 ‘세계 게이들의 수도’로 통한다는 점에서 볼 때 동성애 지지자들이 짊어져야 할 고난을 대변하는 상징이 아니겠냐는 지적이 나온다.


퍼레이드
28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동성애 퍼레이드에서 풍선으로 ‘승리’를 만끽하는 사람들. (AP=연합)


 

◇ ‘다양성 존중’ 삶의 모습 바꿀까

우리나라에서도 동성애에 대한 인식이 점차 개선되는 것 같다. 6월 28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제16회 퀴어문화축제 퀴어퍼레이드’에 3만 여명이 몰려 축제를 즐기고 동성 문화를 지지했던 점만 봐도 그렇다. 약 15년 전 1회 행사 때만 해도 100여 명의 소규모 관계자들이 모여 소소하게 치렀던 행사와는 규모 자체가 달라졌다.


퍼레이드
28일(현지시간) 코스타리카 산호세 퍼레이드 (신화=연합)


물론 행사장 한쪽에서는 동성애 반대자들의 집회가 열려 다소 논란도 일었지만 그런 충돌이야말로 다양성 존중의 시대로 가는 데 필수 요소가 아닐까.

대표적인 종교 중심 국가였던 아일랜드는 지난달 국민투표를 통
해 동성 결혼을 법적으로 인정하겠다는 움직임이 일었다. 법제화까지는 꽤 복잡한 절차가 남았지만 다양성을 향한 사람들의 욕망이 종교의 힘을 눌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로부터 한 달 뒤에 미국에서 역사적 판결이 나왔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미국의 승리’로 표현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인종·종교·성별·성적 지향 등과 무관하게 모든 이들의 인권을 옹호한다”며 환영 입장을 밝혔다.

미국에서는 동성 결혼을 합헌으로 하는 법안이 통과됐던 6월 26일을 이른바 ‘게이의 날’로 정하자는 여론이 일고 있다고 한다. 지금은 반대 입장도 적지 않지만 15년 만에 전 세계에서 동성애에 대한 시각이 달라진 점에 비춰보면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닌 것 같다.

어쩌면 반세기 후, 아니면 또 다른 세기를 거듭하면서 동성애가 너무 당연해져 그 개념 자체가 없어지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그 시대 후손들은 2015년 6월 전 세계에 불었던 무지개 바람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할까.

어쨌든 ‘사랑은 이겼다’.
 

문은주 기자 joo0714@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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