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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톤 체홉 원작, 이윤택 연출, 김지숙 예술감독, 기주봉의 조금은 다른 '바냐 아저씨', 16일부터 앵콜공연

입력 2016-02-0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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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택 연출, 김지숙 예술감독 및 출연, 기주봉, 곽동철, 고인배, 이용녀, 이재희, 이봉규, 김미수 등이 참여한 안톤 체홉의 연극 ‘바냐아저씨’가 16일부터 앵콜공연에 돌입한다.(사진제공=중견연극인창작집단)

 

예술 검열 논란에 휘말렸던 이윤택이 연출을 맡았고 김지숙이 예술감독과 배우로 참여한다. 더불어 기주봉, 곽동철, 고인배, 이용녀, 이재희, 이봉규. 그 이름만으로도 신뢰가 느껴지는 배우들이 무대 위에 발을 딛고 섰다. 여기에 신예 김미수, 신재일이 힘을 보탠다.

러시아 사실주의 연극의 대가 안톤 체홉의 ‘바냐 아저씨’가 6일 초연을 마무리하고 16일부터 앵콜 공연에 돌입한다. 중견 연극인의 현장 되찾기, 상업화로 물든 대학로의 소극장 문화 활성화를 목표로 출범한 중견연극인창작집단의 두 번째 작품이다. 중견연극인창작집단은 김지숙 대표를 비롯해 최민식, 송강호, 설경구, 조성하 등 100여명의 배우가 속한 모임이다.

어둡고 사실적이며 풍자와 해학으로 충만한 작품세계를 가진 안톤 체홉의 작품이다. 평생을 농부로, 노동자로 살아온 바냐(기주봉)의 고단한 일상과 그 끝에서 만난 허탈감, 하지만 다시 늘 같은 일상으로 돌아오는 과정을 담고있는 블랙코미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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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징거리듯 짜증으로 일관하며 관객마저 불편하게 하던 캐릭터 바냐는 기주봉을 만나면서 안쓰럽고 이해할만한 인물로 재탄생했다.(사진제공=중견연극인창작집단)

바냐는 노모(이용녀), 조카 소냐(김미수)와 죽은 여동생의 것이었지만 현재는 그녀의 남편인 세레브라꼬프(고인배) 교수 소유의 땅을 돌보며 젊은 시절을 보냈다.

 

기꺼이 자신의 소유권을 포기했고 결혼도, 연애도 잊은 채 오롯이 땅을 돌보며 매부의 명성이 곧 자신의 낙이라 여기며 살아왔다.

세레브라꼬프가 은퇴 후 아름답고 현명한 새 아내 엘라나(김지숙)와 영지를 방문하면서 늘 그날이 그날이던 바냐의 일상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사실 바냐 뿐 아니라 평화롭다 못해 지루하기 짝이 없던 마을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자신의 일생을 거부당한 채 짜증 혹은 한탄으로 일관하는 바냐, 지극히 이기적이고 속물적이며 예민한 세레브라꼬프 교수, 그런 교수 사위의 일이라면 뭐든 지지하고 나서는 노모, 술을 사랑하는 의사 아스트로프(곽동철), 그런 아스트로프에 대한 연정을 숨기고 있는 조카 소냐 등은 2016년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그리고 이들에게 파문을 던지는 문제적 여인 엘레나는 바냐를 매혹시키고 스스로는 아스트로프에 빠져든다. 혼란스러운 일상과 엇갈리기만 하는 사랑, 폭풍전야와도 같던 일상은 땅을 팔아 노후자금을 마련하겠다는 세레브라꼬프의 선언에 갈등은 극단적으로 치닫는다.

징징거리듯 짜증으로 일관하며 관객마저 불편하게 하던 캐릭터 바냐는 기주봉을 만나면서 안쓰럽고 이해할만한 인물로 재탄생했다. 소냐 역의 김민주는 쟁쟁한 선배들 사이에서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며 존재감을 발휘한다.

이봉규가 연기하는 지주 찔레긴은 존재만으로도 편안하며 흥을 돋운다. 그가 극 내내 튕겨대는 익살스럽고 경쾌한 통기타 선율은 극심해지는 극중 인물들의 비극과 혼란의 대척점에 서며 한탄과 절실함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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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멸렬한 고난이 끊이지 않고 일생을 건 사랑이 끝났어도 결국 일상으로 돌아온다 말하는 ‘바냐아저씨’.(사진제공=중견연극인창작집단)

 

이윤택 연출은 공연을 준비하면서 “배우들에게 하체에 힘을 유지하라고 끊임없이 요구했다”고 전했다. 엄청난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무대에서 몇몇 배우들의 움직임과 대사 발성은 다소 불안했다. 이에 무대 위에 힘 있게 발을 붙이고 서 있기를 바랐던 이윤택 연출의 요구는 절반의 성공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연출과 배우들의 이름값으로도 느껴지는 원숙함은 분명 존재한다. 젊은 연극인들의 재기발랄한 해석이나 에너지 넘치는 무대에서는 볼 수 없는 색다른 ‘바냐 아저씨’는 말한다. 끊이지 않는 지리멸렬한 고난, 일생을 건 사랑의 상실에도 결국 일상은 계속되고 있음을. 16일부터 3월 10일까지 SH아트홀에서 앵콜 공연된다(문의 02-765-9523).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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