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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방송으로 첫만남, 대학로 복학생과 새내기? 록뮤지컬 ‘더데빌’ X-블랙&화이트로 만나다! 장승조·고훈정

[Pair Paly 인터뷰] 록뮤지컬 ‘더데빌’ X-블랙&화이트로 만나다! 장승조·고훈정

입력 2017-01-31 17:23 | 신문게재 2017-02-01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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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더데빌’의 X-화이트&블랙 고훈정(왼쪽)과 장승조.(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저는 방송으로 처음 봤어요. ‘팬텀싱어’에서 ‘방금 공연을 마치고 돌아온…’ 하면서 노래를 하는데 멋졌어요.”

장승조가 고훈정을 처음 만난(?) 건 크로스오버 남성 4중창팀을 선발하는 경연 프로그램인 JTBC ‘팬텀싱어’였다. 뮤지컬 ‘사의 찬미’ 중 ‘저 바다에 쓴다’를 불러 예선부터 눈길을 끌던 고훈정은 설 연휴 첫날인 1월 27일 생방송으로 진행된 결승 2차전에서 소속팀 포르테 디 콰트로(고훈정·김현수·손태진·이벼리, 이하 가나다 순)의 우승으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장승조가 보자마자 “어! 저 친구 뭐지? 강렬하게 생겼는데…”하며 계속 지켜봤다는 고훈정은 장승조를 풍문으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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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더데빌’의 X-화이트 고훈정(왼쪽)과 X-블랙 장승조.(사진제공=알앤디웍스)

 

“저도 방송 드라마에서 처음 뵀죠. 제가 대학로에서 막 시작할 때 형은 방송으로 가셨어요. 입학했는데 군대 가서 못 만나는 선배처럼…최성원, 서경수 등 주변 친구들이랑 얘기하면서 워낙 많이 접해서 익숙했어요. 실제로 처음 만났을 때도 아 저 분이 승조 형이구나 했죠. 너무 당연하게.”

3년만에 무대로 돌아온 복학생(?) 장승조와 당시 늦깎이 대학로 새내기 고훈정이 록뮤지컬 ‘더데빌’(2월 14~4월 30일 드림아트센터 1관)로 첫 호흡을 맞춘다. ‘더데빌’은 ‘도리안 그레이’ ‘곤투모로우’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이하 지크수), ‘마마 돈 크라이’(이하 마돈크) 등의 이지나 연출작으로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파우스트’를 뉴욕 증권가로 옮긴 작품이다.

2014년 초연 당시 한 사람이 연기하던 X(엑스)가 재연에서는 선악을 상징하는 화이트와 블랙으로 나뉘었다. 재연에서 고훈정과 장승조는 월 스트리트의 주식브로커 존 파우스트(송용진·정욱진)의 선악을 상징하는 X-화이트(고훈정·조형균·임병근)와 블랙(장승조·박영수·이충주)을 연기한다.

“‘팬텀싱어’에서 계속 지켜보던 친구랑 같이 작품을 한다길래 반가웠죠.”


◇그 누구에게도 쉽지 않은 선악의 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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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더데빌’의 X-화이트 고훈정.(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제가 이렇게 못돼 처먹게 생겼지만 심성은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나쁜 사람이 아니에요. 착한 사람이고….”

고훈정은 뮤지컬 ‘더 맨 인더홀’의 늑대, 연극 ‘큐’(Q)의 검사 등 최근 주로 어둡고 악한 기운의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눈길을 끌었던 배우다. X-화이트와 블랙이 바뀐 것 아니냐는 농담 반 진담 반의 물음에 장난스러운 항변이 돌아온다.  

 

“저도 만만치 않습니다.” 

 

2016년 상반기 내내 ‘내 사위의 여자’에서 스스로의 표현처럼 '말도 안되는 악역' 최재영을 연기했던 장승조가 장난스럽게 맞받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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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더데빌’ 포스터.(사진제공=알앤디웍스)

“선이라고는 하지만 X-화이트도 결코 착한 양반이 아니에요. 관조만 하는 무책임한 양반이죠. 말이 단편적이어서 착한 건데 X는 블랙이든 화이트든 사실 같은 존재예요. 관념에 따라 좋은 쪽으로 발현되면 화이트, 나쁜 쪽이 발현되면 블랙이어서 선악으로 표현하지만 어느 순간 X-화이트도 ‘쟤는 왜 저러는 거야’ 할 때까지 치달아야 하죠.”


X-화이트가 경건하기만 한 선이 아니라고 설명한 고훈정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나이트’에 비유했다.

“크리스토퍼 놀란이 주는 철학의 첫 번째가 선택이에요. 누구나 인간은 선택할 수 있어요. 하지만 그 선택의 선악을 구분할 수 있는지, 그건 인간의 몫이 아니라는 게 ‘더데빌’이랑 비슷하죠.”  

 

‘더데빌’은 그렇게 경계가 모호한 X-화이트&블랙, 파우스트 그리고 그의 아내 그레첸(리사·이예은·이하나)이 유기적으로 작용하며 인간의 내면을 입체적이고도 밀도있게 그려낸다.

“저도 욕심은 X-블랙이 마냥 나쁘기만 한 게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블랙이 해코지를 하면서도 연민 같은 게 보여지면 어떨까 하는데 그게 어떻게 비춰질지는 모르겠어요. 그걸 잘 만들어 가야죠. 훈정이랑.”

장승조가 말한 것처럼 두 사람의 고민은 선과 악이라는 관념으로 존재하는 X-화이트&블랙이 이미지적인 연기 안에서 어떻게 다양한 감정으로 표현되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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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더데빌’의 X-블랙 장승조.(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보시는 분들로 하여금 저게 과연 선일까, 악일까 고민을 던져주고 그에 대해 스스로 선택하게 만드는 게 ‘더데빌’의 지향점이 돼야하지 않나 싶어요.”


고훈정의 말처럼 선악은 분명한 경계를 가지고 있지만 또 모호한 정서기도 하다. 선악은 본인의 가치관이며 타인이 저마다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가치관이기 때문이다. 

 

“연출님 이하 공연팀이 모두 고민하는 부분인 것 같아요. 그 지점을 똑같이 바라보고 가야죠. 장면들을 연습하면서 한곳을 바라볼 수 있게 정리하는 게 ‘더데빌’의 포인트 같아요.”

보여지는 것과 본인이 생각하는 선악의 격차는 때에 따라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이에 대해 장승조는 유시민 작가의 말을 인용했다. 

 

“무슨 행동을 하든, 남이 나쁘게 보건 착하게 보건 자신의 삶을 사는 게 중요하다고 하셨어요. 저희(X)가 블랙과 화이트로 나뉘면서 관객들이 보시기에 편하면서도 좀더 입체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꺼리를 던져줬으면 좋겠어요. 훈정이가 말한 ‘더데빌’의 지향점을 구현하는 게 저희 배우들의 몫이죠. 저희가 나눠짐으로서 의문의 물음표가 하나 더 생기는 게 아니라 느낌표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그 느낌표 안에서 다시 물음표가 발생할 수 있는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게 모두의 바람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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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더데빌’의 X-화이트&블랙 고훈정(왼쪽)과 장승조.(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X-블랙&화이트가 다른 성향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파우스트라는 한 인간의 내면에 공존하는 것처럼 상반됐지만 동시에 하나라는 느낌을 살려야 하는 게 두 사람의 고민거리이자 숙제기도 하다.

“서로 다른 작용을 하고 있지만 쟤네가 하나였지 하는 지점이 중요한 것 같아요. 같은 노래를 리프라이즈(앞의 노래를 변주하거나 재해석해 다시 연주하거나 부르는 곡)하는 등의 장치가 필요하죠.”


고훈정의 설명에 장승조는 “반대로 같이 커피를 마시면서 이 친구(고훈정)는 다르게 표현하고 저 역시 다르게 표현한다”고 부연하며 “다르게 보이지만 같은 인물이라는 지점이 다양하게 표현된다”고 덧붙였다.


◇원작 ‘파우스트’의 여러 갈래 중 하나 ‘더데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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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더데빌’의 X-화이트 고훈정.(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원작 얘기를 하자면 3박 4일인데…너무 대서사극인데다가 잘 알려진 작품이지만 보기에 따라 관점이 달라지거든요. 해석에 따른 결론의 갈래가 너무 많아서 ‘이렇게 흘러왔다’지 ‘이거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할까 싶어요. 절대 그럴 수 없는 작품이고 그게 ‘파우스트’의 매력이기도 하거든요.”


고훈정이 예로 든 프랑크 베데킨트의 연극 ‘스프링 어웨이크닝’, 2008년 초연된 뮤지컬 ‘사춘기’ 등처럼 뮤지컬 ‘더데빌’ 역시 ‘파우스트’의 여러 갈래 중 하나일 뿐이다.

 

파우스트와 메피스토펠레스의 계약, 내용과 흐름 등을 차용하기 보다는 ‘파우스트’라는 작품에서 생각할 수 있는 존재들과 그에 깃든 다양한 관념들을 모티프로 재해석된 작품이다.

 

“최근에 원작에 다시 손을 대고 있는데 볼 때마다 달라요. 훈정이 말대로 그걸 모티프로 또 다른 이야기를 저희가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파우스트’ 속 장면과 지점들을 꺼내서 응축해 보여준 게 ‘더데빌’ 초연이었죠. 그것이 너무 직접적이어서 관객들에게 불편함으로 다가갔다면 좀더 유연하고 부드럽게 다시 한번 재해석한 게 이번 ‘더데빌’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장승조의 부연에 고훈정은 “X가 주체적으로 반응하기 보다는 파우스트의 선택으로 인해 화이트가 부각되기도, 블랙이 부각되기도 한다”며 “그래서 파우스트를 잘 관찰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순서를 잘 정해야할 것 같아요. 선과 악으로 존재하며 파우스트를 조정할 건지, 파우스트의 선택으로 인해 선과 악이 발현되는 걸 표현할지 여전히 고민 중이에요. 순서에 따라 극의 결이 또 달라지거든요.”

고훈정은 뮤지컬 ‘살리에르’에서 독립된 주체로 질투를 불렀던 젤라스와 한몸으로 서로의 영향을 받았던 ‘더맨인더홀’의 늑대 사이에서 고민 중이라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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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더데빌’의 X-블랙 장승조.(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처음 ‘더데빌’ 대본을 읽고는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어요. 블랙과 화이트가 왜 게임을 시작하는지 혼자 파고 들었는데 물음표만 계속 생겼죠.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지금은 방향성이 달라졌어요. 흘러가는 이야기 속에서 (이지나)연출님의 말을 빌자면 ‘상징성을 보여주자’ 했어요. 그 안에서 블랙과 화이트로 나눠졌지만 목표점은 ‘같은 존재’인 것 같아요.”

이렇게 말한 장승조가 “그레첸의 입장도 많이 달라졌다”고 귀띔하자 고훈정이 “아예 달라졌다”고 재차 강조한다.

“저의 목표는 X가 무대에서는 한 인물로 보여졌으면 좋겠어요. 저희를 통해, 존을 통해 혹은 그레첸을 통해 선택을 하고 갈등을 하고 고민을 하죠. 그렇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유기적으로 같이 작용하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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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더데빌’의 X-화이트&블랙 고훈정(왼쪽)과 장승조.(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장승조의 설명에 고훈정이 “인간 내면의 갈등, 고통, 선택에 대한 책임이 X를 비롯한 ‘더데빌’의 캐릭터들 같다”고 덧붙인다. 참으로 어려운 캐릭터가 아닐 수 없다. 온전히 독립적이어도 전혀 달라도 안된다. 게다가 마냥 선인 것도 오롯이 악도 아니다. 명확한 감정연기도 아닌 이미지적으로 존재하는 유기체의 한 요소와도 같은 캐릭터에 ‘더데빌’ 팀의 고민은 마냥 깊어만 간다.

“그 쉽지 않은 것들을 뮤지컬이라는 장르로 어떻게 구현할지…고민이 너무 많아요. 대본을 처음 봤을 때는 브릿지 싸움이라고 생각했어요. 브릿지가 없으면 요소와 요소가 연결될 수가 없었거든요. 음향이든 조명이든 하나의 동선이나 대사든 브릿지를 만드는 게 엄청 중요하다고 생각했죠. 제가 뮤지컬을 좋아하는 이유가 예술의 모든 게 들어가 있기 때문이에요. 과학, 예술, 음향, 무대 연기, 연출, 빛, 사운드 등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십분 활용해서 그 브릿지를 찾아야죠.”


◇일분일초도 허투루 쓸 수 없는 X-블랙&화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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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더데빌’의 X-화이트 고훈정.(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그래서 X는 일분일초도 버릴 게 없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더맨인더홀’ 늑대는 걸음 수까지 맞췄어요. 그러지 않으면 캐릭터를 살릴 수가 없었거든요. 게다가 한쪽 눈엔 서클렌즈를 껴서 원근감도 떨어지고…애꾸 같았거든요.”

고훈정의 말에 장승조는 “그림 같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손짓 하나 대사 하나 제스처 하나까지 ‘더데빌’의 스토리라인 안에서 잘 전달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그림은 딱 봐도 뭔가 이야기가 있잖아요. 저희는 무대 위에서 꾸준히 뭔가를 계속 할 거예요. 그게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저게 뭘 의미하는 걸까’, ‘무슨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상상하고 궁금하게 했으면 좋겠어요.”

 

고훈정은 이를 ‘책임’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책임감을 가지고 일분일초도 허투루 보내지 않고 깨알같이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이 ‘더데빌’의 생명”이라고 설명했다.

“은유적이고 상징적인 장면이라도 우리 안에서는 정확한 의미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보시는 분들은 여러 갈래로 해석할 수 있지만 저희는 명확해야죠. 유기적이지만 제각각은 또 저마다 뭔가를 하고 있어야 하는 굉장히 어려운 극이에요. 그래서 제 화두는 (임)병근이 형이랑 형균이랑 저랑 합치점을 찾는 거예요. 디테일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흔들리지 않는 큰 결을 정리해야죠.”

고훈정의 책임이자 큰 결을 장승조는 ‘깔때기’라고 표현했다. 팀 모두가 공유하고 한데 모여야할 하나의 콘셉트, 하지만 같은 넘버를 불러도 전혀 다르게 표현되는 4명의 등장인물, ‘컨저링’에서처럼 기괴한 소리를 찾는 등 구체적인 것들을 다듬어 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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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더데빌’의 X-블랙 장승조.(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블랙이랑 화이트가 같이 부르는 ‘제안’이라는 넘버가 있어요. 화이트가 먼저 부르고 제(블랙)가 리프라이즈 하는데 어떻게 다르게 갈지 고민 중이에요. 한번 고민할 거 2번하고 2번 할 건 4번하면서 찾아가고 있죠.”

재연이라고는 하지만 거의 창작에 가까운 ‘더데빌’의 준비 과정은 끊임없이 고민이 깊어지는 날들이었다.

“전부 다 이해가 안됐어요.”

장승조와 고훈정은 처음 대본을 받아들었을 때의 감정을 “큰일”이었다고 한목소리를 내면서도 “믿고 있다”고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말 많은 초연이 재연을 하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믿었어요. 저 역시 많은 물음표를 들고 연습에 참여했지만 이지나 연출님을 비롯해 ‘더데빌’ 팀 모두가 이 작품에만 집중하고 있어요. 문제가 되는 부분은 누군가 찾아낼 거고 다 같이 끄집어 내 해결하려고 노력할 거라고 믿어요. 그래서 ‘더데빌’이 하고 싶었고 그 믿음대로 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확 달라진 콘셉트와 넘버들의 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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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더데빌’의 X-화이트 고훈정.(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전반전이 블랙이라면 후반전은 화이트예요. 처음에 같이 시작했다가 같은 넘버를 다르게 부르기도 해요.”

장승조의 설명처럼 수가 많진 않지만 하나하나 생명력 넘치는 넘버들로 표현된 X-블랙&화이트는 미장센처럼 무대 위에 공존한다.

“넘버가 진짜 어마무시한 게 웬만한 장르는 다 들어가 있어요. ‘더데빌’의 주된 장르인 록부터 낭만주의 시대의 아리아도 있고 바로크 헨델시절의 고전음악 라인으로 가는 노래도 있죠. ‘더 송 오브 송즈’(The Song of Songs) 같은 건 1800~1900년대 초반 아리아의 느낌이에요. 그 공존하는 장르의 음악들을 해내는 게 저희 숙제예요. 저한테는 음악 백화점같은 작품이죠.”

‘더데빌’의 음악은 어쩌면 고훈정의 행보를 닮았다. 프레디 머큐리에 빠지면서 록을 좋아했던 소년이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하다 ‘스프링 어웨이크닝’으로 뮤지컬에 빠져 데뷔하게 된 배우 고훈정이 ‘더데빌’의 음악 안에 고스란히 녹아 들었단다.

“거꾸로 아리아로 가다가 록으로 넘어가는 넘버도 있어요. 대표적인 게 ‘그 이름’인데 같은 결로 가는 게 나을지 성악 발성을 쓰다가 록으로 넘어가는 게 맞는지 고민 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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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더데빌’의 X-블랙 장승조.(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더데빌’ 넘버의 무한한 가능성에 대해 장승조는 ‘가사가 주는 임팩트’라고 털어놓았다.

“가사들이 은유적이면서 직접적으로 잘 표현됐어요. 갈등, 연민 등 인간의 여러 감정들이 복합적으로 들어 있죠. 그레첸이 부르는 ‘매드 그레첸’이라는 넘버에는 사람이 변해가는 과정이 다 들어있어요. 그걸 또 그레첸(의 배우)들이 엄청 잘해요. ‘너 원래 그런 사람인 것 같아’ 할 정도로 누구나가 가진 악의 본성을 잘 표현하고 있죠. 내장 안에 있는 걸 다 끄집어내서 토해내는 듯한 표현들로 노래해요.”

두 사람은 “확실하게 말씀 드릴 수 있는 건 초연과는 많이 다를 것이고 초연 때의 비판도 달라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배우 고훈정으로서, 뮤지컬을 너무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절대 그렇게 되도록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서로 합심해 좋은 작품을 만들어 그 데빌이 이 데빌이야 할 정도로 보시는 분들이 만족감을 가지고 돌아가실 수 있게 만들고 싶어요.”


◇3년만에 돌아온 장승조, ‘열일’ 중인 고훈정, 바빠질 2017년의 출발 ‘더데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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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더데빌’의 X-블랙 장승조.(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저도 궁금해요.”

2014년 2인 뮤지컬 ‘구텐버그’ 이후 3년만에 무대로 돌아온 장승조는 스스로도 ‘더데빌’ 무대에 선 자신의 모습이 궁금하다고 했다.

“어떻게 바뀌어 있을까, 어떤 부족함들이 채워졌을까 궁금하고 기대돼요. 오랜만에 하니까 연습하면서는 너무 좋거든요. 설레고 재밌고…쉬는 날이면 나오고 싶어서 몸이 근질근질할 정도죠. 이 감정 그대로 무대까지 잘 연결되면 좋겠어요.”

1월 27일 김현수·손태진·이벼리와 함께 ‘팬텀싱어’로 최종 낙점된 고훈정은 “너무 많은 응원을 받았다. 앞으로 더 좋은 무대 만들 수 있도록 더 공부하고 노력하겠다”고 우승소감을 전했다. 팬텀싱어 활동으로 무대를 소홀히 하거나 떠나는 건 아닐까 팬들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무대는 제가 너무 사랑하는 곳이고 지금도 열정을 다해 임하고 있어요. 앞으로 경험하고 참여하고 싶은 공연도 많죠. 계속 정진하겠습니다.”

팬들의 걱정에 답한 고훈정은 공연계의 ‘열일’(열심히 일하는) 배우다. 2016년 출연한 극수만 7개, 리딩공연, 쇼케이스, 뮤지컬 콘서트 등까지 따지면 18개에 이른다는 고훈정은 쉼 없이 달려왔고 여전히 열일 중이며 앞으로도 그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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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더데빌’의 X-화이트 고훈정.(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저를 불러주시고 거기서 제몫을 할 수 있다는 건 너무 고마운 일이죠. 바쁘고 힘들었지만 달릴 수 있는 자양분이 됐어요. 2015년까지 노래에 집중했다면 2016년은 좋은 작품에서 좋은 분들과 연기에 대해 고민하며 더 깊이 다가갈 수 있는 한해였어요. 그 자양분들을 토대로 발전해야죠. 이제.”

이를 증명이라도 하는 듯 현재 공연 중인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3월 5일까지 DCF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을 비롯해 ‘더데빌’, ‘비스티’(2월 24일~5월 7일 DCF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까지 2월부터는 3개의 극에서 그를 만날 수 있다.

“저는 어려서부터 종합예술인이 꿈이었어요. 이제 그 길이 조금씩 보이는 것 같아 재밌어요. 녹음실(루카스튜디오)도 갖고 싶고 제가 프로듀싱해서 제 음반도 내고 남의 음반을 내주고도 싶어요. 제 인생에서 이제 음악은 빠질 수가 없어요. 프로듀서를 하든 공연을 하든 평론을 하든 음악 안에만 있으면 뭘 해도 상관없어요. 음악이 너무 좋으니까.”

고훈정의 무게 중심이 음악이라면 장승조의 꿈은 ‘연기’다. 오래 재밌게 연기하는 게 그의 오랜 꿈이다.

“연기가 너무 좋아요. 장르를 떠나서 오래 연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뭔가 다르게 해석하고 좀 삐딱하게 다양한 시도를 하는 걸 좋아하죠. 단번에 맞아 떨어지는 극도 있고 그 해석이 달라 초반에 욕을 많이 먹기도 하고…지금도 고민은 같아요. 그 고민이 어렵지만 너무 즐거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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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더데빌’의 X-화이트&블랙 고훈정(왼쪽)과 장승조.(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지난해 촬영을 마친 드라마 ‘더 패키지’ 방송을 기다리고 있는 장승조는 “스스로 2018년에 잘 될 거라고 정했기 때문에 2017년을 잘 준비해야 한다”고 2017년 계획을 전하기도 했다.

 

“무대에서 반가운 배우면 좋겠어요. 언젠가는 ‘맨 오브 더 라만차’를 꼭 해보고 싶어요. 극 자체의 메시지가 꿈이잖아요. 그 메시지가 사랑스러운 작품이잖아요. 몇번을 봤는지 몰라요.”

고훈정은 ‘더데빌’ ‘어쩌면 해피엔딩’ ‘비스티’를 비롯해 ‘팬레터’ ‘큐’ 등 초연을 함께 했거나 사랑해 마지않는 ‘사춘기’ 등이 다시 공연되는 데다 ‘팬텀싱어’ 활동까지 더해져 더욱 바빠질 전망이다. 우란문화재단에서 개발한 작품의 내부 리딩이 3월부터 시작돼 6월 쇼케이스까지 잡혀 있기도 하다.

“‘지크수’의 유다를 꼭 해보고 싶어요. 아레나 공연을 봤는데 너무 좋더라고요. 수백번은 돌려 봤죠.”

이후로도 오랫 동안 ‘헤드윅’ ‘마마 돈 크라이’ ‘지킬 앤 하이드’ ‘빌리 앨리어트’ 등 꼭 해보고 싶고 봐야할 극들이 호명됐다. 열정이 넘치는 고훈정과 수줍은 듯 장난기 어린 눈빛을 가진 장승조, 전혀 다르지만 욕심 많은 두 배우의 2017년은 그렇게 시작됐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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