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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칼럼] 유난히 피곤하다고 느껴지는데 '간'에 이상이 생긴 걸까?

입력 2018-02-20 07:00 | 신문게재 2018-02-2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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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장은선 교수
장은선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유명 축구선수가 불러 한 번쯤 흥얼거려본 노래가 있다. “간 때문이야, 간 때문이야, 피로는 간 때문이야~” 그래서인지 간 질환 진료실에는 피곤해서 왔다는 환자를 자주 만나게 된다. 


정말 피로는 ‘간’ 때문일까? 우리의 간에 생기는 병은 크게 급성 간염, 만성 간염, 간경변증, 간암으로 나뉜다. ‘급성 간염’은 간 건강에 별 문제가 없었는데 며칠에서 몇 주 사이 간수치가 급격히 상승하는 병이다. 대개 간염바이러스에 감염됐거나 과음한 경우, 양약, 한약, 건강식품 등을 복용하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다. 급성 간염에 걸렸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 바로 심한 피로, 소화불량, 구역질, 구토, 황달 등이다. 때문에 평소와 달리 피곤한 경우에는 급성 간염이 아닌지 혈액검사를 해봐야 한다.

‘만성 간염’은 최소 6개월 이상 간에 염증이 남아 있는 상태를 말한다. 급성 B형 바이러스 간염이나 C형 바이러스 간염에 걸린 환자 중 일부에서는 바이러스가 사라지지 않고 몸속에 남아 만성 간염으로 진행할 수 있다. 알코올성 간염을 앓은 후에도 음주를 지속하면 만성 간염으로 진행한다. 이밖에도 비알코올성 지방간, 자가면역간질환 등 만성 간염을 일으킬 수 있는 여러 원인들이 있다.

또한 만성 간염은 본인도 모르는 사이 서서히 간경변증으로 진행할 수 있는 위험한 상태이기도 하다. 하지만 피곤하거나 소화가 안 되는 등 증상을 느끼는 환자는 많지 않다. 만성 간염이 진행하면 간이 딱딱해지는 간경화, 즉 간경변증이 생길 수 있다. 간경변증이 심해지면 황달, 복수, 출혈 등이 생기지만, 경미할 때에는 증상이 전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심지어 간암이 생겨도 종양의 위치가 간 표면에 가깝거나 아주 큰 경우가 아니면 아무런 증상이 없을 수 있다.

만성 간염이나 간경변증, 간암은 혈액검사에서도 간수치가 정상인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실제 간 조직을 살펴보면 염증의 흔적이 있고, 이것을 확인하는 기본적인 검사가 ‘복부 초음파’ 검사다. 건강보험공단에서는 만성 간염이나 간경변증 환자를 대상으로, 증상 없이 나타날 수 있는 간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도록 매년 2회의 복부초음파와 혈액 검사를 지원하고 있다. 피곤하지 않고 컨디션이 좋다고 방심하지 말고, ‘간암 검진’을 꼭 챙겨 받는 것이 좋다.

한편, 유난히 피곤해 간 검사를 했는데 이상이 없었다면, 빈혈, 갑상선질환은 아닌지 확인해봐야 한다. 코골이나 불면증으로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피로를 느낄 수 있다. 필자가 평소 진료실에서 느끼는 안타까운 점은, 검사결과에 이상이 없다고 말하는 순간, 피곤하다고 병원에 온 모든 사람들이 다시 무리한 업무, 불규칙한 생활로 돌아갈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피로는 우리 몸이 스스로에게 보내는 적신호임에 틀림없다. 때문에 피로가 느껴지면 과감하게 휴식을 취해야 더 큰 병이 생기기 전에 건강을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장은선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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