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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美금리전망’ 비둘기 파월에게서 낯선 매의 향기를 느낄 때

[김수환의 whatsup] 첫 FOMC 회의 주재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

입력 2018-03-26 07:00 | 신문게재 2018-03-26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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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주재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파월이 기준금리 0.25%p 인상 카드를 꺼내든 후 21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 나와 정책에 대해 설명하는 데 걸린 시간은 겨우 40여 분에 불과했다. 

FOMC 결과에 대해 기대한 만큼 비둘기파적(통화 완화 선호)이지도, 우려했던 만큼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이지도 않았다는 반응이 나온다. 그만큼 파월이 ‘비둘기’와 ‘매’ 사이에서 균형잡기를 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짧은 조우에도 서늘한 ‘양날의 검’을 느끼기엔 충분했다. 트럼프발 무역전쟁의 공포로 잠시 뒤로 밀려날 수도 있는 이 검의 날카로움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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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연준 의장이 21일(현지시간) 워싱턴DC 본부의 FOMC 회의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

 

◇파월, 첫 데뷔전서 4번 기뻐하고, 41번 분노하다


“4번의 기쁨, 36번의 혐오, 41번의 분노”

파월 의장의 첫 기자회견 모습을 데이터분석업체 프래틀이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한 결과라고 한다. 얼굴인식 프로그램을 활용해 미세한 표정들을 포착, 겉으론 숨기고 있지만 무의식중에 드러낸 감정을 확인한 것이다.

미국 투자매체 마켓워치에 따르면 프래틀이 분석한 결과, 파월이 기자회견에서 ‘기쁨’을 나타낸 순간은 딱 4번뿐이었다. 반면 ‘혐오’의 감정은 36번, ‘분노’의 표정은 41번이나 나타났다. 심지어 파월은 본인이 직접 준비한 발언에서도 ‘혐오’의 감정을 드러냈다고 프래틀은 분석했다.

파월은 미국 경기에 대한 자신감을 표현할 때에는 ‘기쁨’의 감정을 나타냈다. 반면 인플레이션 목표(2%)가 ‘대칭적’(symmetric)이었는지 묻는 질문에 대해 답하면서는 경멸과 분노의 감정을 드러냈다고 한다. 이는 파월이 목표치 2%를 많이 초과하는 인플레이션 거품을 허용치 않으려 한다는 신호로 해석됐다. 현재 인플레이션이 목표치 2%를 계속 밑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과거 연준은 인플레이션 목표가 ‘대칭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물가상승률이 2%를 웃돌거나 밑돌는 상황 모두에 대해 동일한 문제의식을 느낀다는 것이 연준의 입장이었다.)

 

Financial Markets Wall Street
21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 있는 TV 스크린에 파월 연준 의장이 FOMC 회의 후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이 나오고 있다. (AP=연합)

 

그는 또한 인플레이션과 실업률을 잡아야 하는 연준의 ‘이중적 권한’에서 실업률을 논의할 때도 경멸과 분노의 표정을 드러냈다. 파월의 관심이 인플레이션에 더 쏠려 있음을 나타내는 신호일 수 있다는 해석이다.

또한 규제에 관한 이슈들과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정책이 인플레이션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해 질문을 받는 동안에는 ‘분노’를, 정치적 압력에 대한 질문에는 ‘혐오’를 나타냈다.

자산시장의 밸류에이션과 연준이 그것들을 다룰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에 대해 질문을 받을 때는 ‘분노’를 나타냈다고 한다.

파월의 기자회견 발언 내용은 전체적으로 FOMC 성명보다 더 매파적인 성향으로 평가됐다.

이번에 파월의 표정을 분석한 프래틀은 지난해 옐런의 후임으로 거론된 차기 의장 후보들 중에서 파월을 유일한 ‘비둘기파’로 분류한 바 있다. 시장에서도 그를 ‘옐런의 공화당 버전’이나 ‘옐런 2기’라고 부를 정도로 비둘기파 성향으로 보았다. 그런데 이번 기자회견을 분석한 내용은 비둘기에게서 낯선 매의 향기를 느낀 것이라고나 할까.

AI가 분석한 내용이 100% 신뢰를 담보하진 않겠지만, 이런 분석도 가능하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시장 친화적인 파월이 차기 의장에 지명됐을 때 금융시장은 대체로 안도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일각에선 1000억원대 자산을 보유한 0.1% 최고 자산가인 파월이 연준 정책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기도 했다. 실업률보단 화폐가치를 떨어뜨리는 인플레이션에 그의 관심이 치우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아니었을까.

 

 

3월 FOMC median
미국 경제전망 [표=미 연준 제공]

 

◇연준, 2% 물가목표 도입 후 최초로 목표치 초과 전망

물론 연준의 통화정책을 의장인 파월 혼자서 결정하진 않는다. 그는 FOMC를 주재하지만 통화정책 결정에는 한 표만을 행사할 뿐이다. FOMC 참석 위원 15명이 다 함께 통화정책을 논의하며, 이들 가운데 투표권이 있는 8명이 통화정책을 결정한다. 이제 파월 의장에게 쏠린 초점을 FOMC 전체로 넓혀보자.

FOMC 위원들은 연준이 지난 2012년 인플레이션 목표 2%를 도입한 뒤 ‘처음으로’ 목표치를 초과하는 물가상승률을 전망했다. 발표된 전망치 중간 값에 따르면 오는 2020년 4분기 내 예상되는 PCE(개인소비지출) 상승률은 2.1%다. 연준이 선호하는 근원 PCE 물가, 즉 변덕스러운 에너지와 식품 물가를 제외한 물가지수는 그보다 빠른 초과가 예상된다. 근원 PCE 물가는 2019년이면 2.1%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연준은 물가 상승세와 함께 낮은 실업률을 전망했다. 실업률은 현재 4.1%에서 올해 3.8%, 내년과 내후년 3.6%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는 올해 2.5%에서 2.7%로 0.2%p, 내년은 2.1%에서 2.4%로 0.3%p 올렸다. 연준은 경제 성장속도가 가속화하면 더 많은 잠재적인 노동자들이 노동시장에 진입하게 할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

기본적으로 파월 체제의 연준은 옐런 전 의장 체제의 ‘점진적인 금리인상’ 경로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며, 경제 여건에 따라 금리인상 속도는 가속화할 수 있을 것 같다.

 

Consumer Borrowing
금융권에서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자극을 받아 한국의 시중 대출금리가 오르고, 한국은행마저 기준금리를 올리면 막대한 가계부채에 직격탄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3월 FOMC에서 추가 금리인상이 결정된 직후 현지언론에는 카드빚을 가능한 빨리 정리하라는 전문가들의 조언이 등장했다. 사진은 신용카드에 표시된 마스터카드와 비자카드 로고. (AP=연합)

 

◇‘양날의 검’이 예고하는 것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제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바탕으로 금리인상으로 향하는 연준의 정책 행보는 시장에서 희소식이었다. 하지만 연준이 더욱 공격적인 금리인상 경로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은 시장에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올해 3차례 금리인상을 주장한 위원(8명)과 4차례 인상을 주장한 위원(7명)은 불과 한 끝(한 명) 차이다. 내년에는 기존 2차례보다 많은 3차례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내년부터 그 속도가 더욱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시장에는 나온다.

매파적 색채가 강해질 조짐을 보인 연준에 대한 우려감을 파월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올해 기준금리 전망치 중간 값은 변하지 않았다”며 일부 희석시켜 주었다. 하지만 대비되는 연준의 말(코멘트)과 생각(경제전망)은 연준이 다음번에는 무엇을 결정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1450조 원 규모의 가계부채 뇌관을 안고 있는 한국경제가 그 영향을 미미한 정도로 평가할 수 있는 입장은 결코 아닐 것이다.

김수환 기자 ksh@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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