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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데이터 빅뱅' 인도에서 발견한 기회

[권기철의 젊은 인도 스토리] '지오 혁명'으로 불붙은 인도 데이터 혁명

입력 2018-04-30 07:00 | 신문게재 2018-04-3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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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오(Jio) 가입을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 고객들. 지오는 불과 1년 5개월 만에 1억7000만 가입자를 확보했다(위 사진). 인도 방갈로르 위워크 갤럭시 2000석의 좌석은 몇 달전 예약을 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스타트업 기업들로 열기가 대단하다.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이코노미스트나 포춘, 포브스 등 유력 매체들이 최근 자주 다루는 주제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우리 삶과 밀접한 ‘물’, 현대 생활의 필수 불가결한 요소인 ‘석유’ 그리고 4차산업혁명의 주역인 ‘데이터’다.

이제까지 인류는 물과 석유를 차지하기 위해 무수한 전쟁을 치렀다. 하지만 최근 인류는 새로운 삶의 요소인 ‘데이터 헤게모니’를 틀어쥐기 위해 보이지 않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최근 이런 세 요소의 역할을 아주 드라마틱하게 표현한 용어가 등장했다. ‘석유가 블랙골드(Black Gold)라면 물은 블루골드 (Blue Gold)다. 그리고 데이터는 새로운 석유다(Data is the New Oil)’라는 멋진 문장이다. 물과 석유, 그리고 데이터가 ‘패권’이 되고 ‘경제력’이 된다는 의미를 잘 담아낸 표현이다.

동북부와 남부 해안 지역을 제외하곤 연 1000㎜ 미만의 강수량을 가진 건조 지역 인도는 만성적인 물 부족 국가다. 최근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물 부족 문제는 더욱 심각한 지경이다. 덥고 비가 많이 내리는 인도라는 일반적 인식과는 달리, 인도의 물부족은 심각한 상황이다. 절대적인 강수량 부족이지만 해결책은 요원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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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IT 수도 방갈로르에 세워질 정보통신산업진흥원 K-ICT 부트캠프 전경.(사진=권기철 기자)


인도는 그래서 전세계 3위 석유 소비국이다. 급격한 경제 성장으로 인해 매년 두 자리수가 넘는 원유 수입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82%의 석유는 해외로부터 건너온다.

 

석유와 물 문제에 있어선 해결이 답답한 인도지만, 데이터 문제는 반대다. 최근 들어 ‘주가드’라는 인도식 문제 해결 방식을 통해 혁신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과거 데이터는 비용과 제작의 문제로 인해 책과 같이 선별·요약된 일부의 데이터만 관리되고 보관되어 왔다. 하지만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을 통해 거의 모든 데이터가 무제한으로 보관될 수 있게 되면서, 이제 데이터는 인공지능(AI) 등 새로운 산업을 만드는 도구로 재탄생하게 되었다.

최근 이런 혜택을 크게 누리는 회사 중 하나가 ‘아마존’이다. 아마존은 우리에게 전자상거래업체로만 알려져 있지만 인도에서 아마존은 데이터 중심의 강력한 선순환 비즈니스 에코시스템을 만들어가고 있다. ‘아마존 클라우드 데이터 서비스’(AWS)라는 인프라 위에 알렉사(Alexa)라는 ‘인공지능’을 갖춰 놓고 다양한 비즈니스를 펼쳐 나가며 시장 지배력을 높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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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갈로르 국제공항 택시 승강장, 택시 서비스는 앱 서비스가 상식이되어버렸다. (사진=권기철 기자)

AWS에 쌓인 데이터, 인공지능 알렉사는 흩어진 데이터를 끌어 모아 아마존닷컴이라는 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 강력한 쇼핑 연동 기능을 발휘해 인공지능 생태계를 더욱 활성화 시키고 있다.

AI와 IoT가 결합된 아마존 무인 판매점 ‘아마존 고(Go)’에 이어 최근엔 ‘아마존 프라임’을 통해 콘텐츠 유통사업에도 진출했다. 이 분야의 강자 넷플릭스 마저 아마존과 사활을 건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54%의 가정이 유료 서비스 ‘아마존 프라임’에 가입되어 있다.

아마존 CEO 제프 베조스는 최근 투자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쇼핑몰 ‘아마존 인디아’와 ‘아마존 프라임(영상)’ 그리고 ‘아마존 프라임 뮤직’(음악) 서비스 등이 인도에서 보여준 괄목할 만한 성장에 무척 고무되어 있다”고 흥분된 어조로 큰 만족감 표한 바 있다. 아마존 인도 앱은 2017년 아마존 글로벌 사업장 중 가장 많은 다운로드 숫자를 기록했다.

이렇게 아마존 사업 성장에 가장 큰 공헌을 한 것은 데이터 사용 확대다. 고비용과 느린 속도로 유명했던 인도의 데이터 문제는 2016년 9월 혜성처럼 시장에 등장한 통신사 ‘지오(Jio)“를 통해 한 방에 해결되었다.

 

지오 기입자 행렬
지오(Jio) 가입을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 고객들. 지오는 인도 시장에 서비스된지 불과 1년 5개월 만에 1억 7000만 가입자를 확보했다. (사진=권기철 기자)

 

시장전문가들은 인도 데이터 통신 혁명의 역사를 ‘지오 출현 전’과 ‘후’로 나눈다. 지오 출현 전 2016년 인도 모바일 데이터 가입자당 사용량 순위는 전세계 155위였지만, 출현 후인 2017년에는 전세계 1위로 1년 만에 엄청난 반전을 이뤄냈다. 

2014년 인도 모바일 가입자당 월 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62MB였는데 2017년은 1.6GB로 무려 25배나 증가했다. 특히 젊은 층 사용자가 많은 지오 주력 사업인 4G서비스 사용자들의 월 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10GB를 넘나들고 있다. 

에어텔과 보다폰 그리고 아이디어 등 3개 주요 통신사와 기타 7개 통신사가 각축을 벌였던 2015년만 해도 4G 통신 서비스에 7GB 데이터 요금은 우리 돈으로 3만 200원 정도였지만, 현재는 월 4800원 정도만 내면 28GB 데이터를 무료 통화와 함께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이런 급격한 환경 변화는 앱 다운로드 증가와 콘텐츠 진공 상태 혹은 콘텐츠 블랙홀을 만들어 놓고 있다. 지난 해 전세계 앱 다운로드 수는 1750억 건으로, 2016년 대비 60% 증가했다. 하지만 인도는 같은 기간 무려 215%나 증가한 580억 건이 다운로드 되었다.

 

인도 방갈로르 위워크 갤럭시 2천석의 좌석은 몇
인도 방갈로르 위워크 갤럭시 2천석의 좌석은 몇 달전 예약을 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스타트업 기업들로 열기가 대단하다.(사진=권기철)

 

인도에 진출한 정보통신진흥원의 김효근 센터장은 이 같은 현상을 ‘지오 혁명’이라고 설명했다. 높은 비용과 느린 속도로 데이터 사용에 제약을 받아왔던 인도에서 이제 그런 걸림돌이 사라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반사 이익을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이나 대기업들만 누리고 있다는 게 문제다. 이런 기업들이 공급하는 막대한 콘텐츠는 그럼에도 아직 인도인들의 콘텐츠에 대한 갈증을 채워주고 있지 못하다.

최근 인도 진출을 준비 중인 한국 스타트업 ‘굿윌헌팅’의 박석용 대표는 “한 직원의 실수로 구글 앱스토어 서비스 제공 국가에 인도를 포함시켰는데, 한글 서비스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많은 다운로드 숫자가 나와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실수 덕분에 오히려 인도의 가능성과 기회를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디”며 “숫자가 만들어내는 엄청난 기회를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두렵지만 인도 진출을 결심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최근 인도에서 불고 있는 ‘지오 혁명’, 우리만 뒤쳐져 있다 ‘방관자’가 되기엔 너무 아까운 기회 아닐까?

글·사진=권기철 국제전문기자 speck007@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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