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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지천명' 류승룡, 영화와 안방을 다시금 사로잡다

[人더컬처] 영화 '극한직업' 류승룡
23일 개봉한 영화 '극한직업'고반장 역할로 코민 본능 뽐내
넷플릭스 '킹덤'으로 권력자의 민낯 선보이며 극과 극 매력 선보여

입력 2019-01-29 07:00 | 신문게재 2019-01-29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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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룡
영화 ‘극한직업’의 류승룡이 특유의 코믹본능을 뽐낸다.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살아보니 인생은 약불에 서서히 달여야 하더라고요.”

 

필모그래피에 1000만 영화만  무려 세편이다. ‘광해, 왕이 된 남자’부터 ‘7번방의 선물’ ‘명량’ 이후 류승룡 스스로의 표현을 빌리자면 “최근작 네편을 말아먹었다.” 하지만 “언제나 가진 것 이상의 작품들이 들어와 감사한 마음”이란다.

 

지난 23일 개봉한 ‘극한직업’의 흥행세가 예사롭지 않다. 범인을 잡기 위해 낮에는 치킨을 튀기고 밤에는 잠복근무에 나서는 주인공을 내세운 코믹영화 ‘극한직업’은 개봉 첫주말에만 300만명에 육박하는 관객이 다녀갔다. 개봉 전 만난 류승룡은 “마약반, 조폭, 형사라는 소재가 너무 익숙한데 의외로 합쳐보니까 생소한 느낌이들더라”며 시나리오의 첫 느낌을 회상했다. 그가 연기하는 고 반장은 승진에서 후배들에 밀리고 오합지졸 팀원들을 이끄는 마약반 형사다. 아내와 딸에게 당당한 가장이고 싶지만 현실의 벽은 바가지와 용돈강탈 사이에서 위험한(?) 줄타기를 하는 인물이다.

 

극한직업
촬영 현장에서 독수리 오형제로 불리며 친목을 다진 동료 배우들. 극중 실적제로인 마약반으로 낮에는 치킨 장사를 밤에는 범인잡기에 나서는 경찰의 고난을 코믹하게 풀어냈다.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그야말로 낄낄거리며 시나리오를 덮고 나니 하는 사람도 재미있는 영화를 찍고 싶더라고요. 촬영현장에서 그냥 ‘놀았다’는 표현이 맞게끔 배우들끼리 웃으면서 찍었어요. 우리끼리는 협동조합코미디라고 불렀죠. 뭔가 욕심내서 ‘나처럼 웃겨봐’가 아니라 설계에 충실하려는 모범생 같은 배우들이랄까요. 화합이 유독 좋았던 현장이었어요.”

그가 독수리 오형제로 이름 붙인 진선규, 이동휘, 이하늬, 공명 외에도 악의 축을 담당하고 있는 오정세와 신하균까지 ‘극한직업’ 배우들의 시너지는 적재적소에서 그야말로 빵빵 터진다. 선배인 그는 평소 즐겨마시는 보이차를 현장에서 계속 우려내며 ‘룡다방’을 열어 동료애를 다졌다. 술을 거의 마시지 않는 배우들과 더불어 피곤에 지친 스태프까지 류승룡의 다도에 합세하며 친목을 이어나간 것. 얼마전 시사회 뒤풀이에서도 알코올 한잔 없는 건전한 분위기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류승룡
평소 나무를 다듬으며 가구와 소품을 만드는 취미를 즐긴다는 류승룡.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닭을 계속 튀겨야 하는 상황인데 ‘염력’때 찌운 12kg을 빼야해서 단 한 조각도 먹지 않았어요. 스스로 장하다고 상주고 싶을 정도죠. 대신 차를 마시며 식욕을 달랬어요. (웃음)극중 고 반장과 저는 많이 닮았어요. 여러모로 열심히 하는데 마음같이 안되는 심정을 저는 너무 잘 알거든요. 그럼에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게 배우같아요.”


류승룡은 그간 취미로 즐겨온 목공에 시간을 더 할애해 공을 들이고 있다. 집에서도 항상 가구를 만지며 손때 묻는 작업을 즐겨해 왔던 그에게 목공예로 이어진 취미는 어쩌면 당연해 보였다.

“배우들은 상상을 많이 하잖아요. 목공을 할 때 ‘이 나무가 어디에 서 있었을까’부터 어떻게 나한테 왔는지를 생각하면 참 즐거워요. 무엇보다 나무가 주는 어마어마한 매력이 있어요. 직업이 불규칙해서 꾸준히 하지는 못했지만 소품부터 찻상까지 뭔가를 자주 만드는 편이죠. 요즘 인스타그램을 시작해서 소소한 것들을 올리고 있는데 저인 줄 모르고 사고싶다는 문의가 아주 많아요.(웃음)”

류승룡의 매력은 지난 25일부터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킹덤’에서 정점을 찍는다. 이미 2부작 사전 시사회를 통해 조선의 좀비물에 대한 찬사가 쏟아진 작품이다. 극중 류승룡이 보여주는 조선 최고의 권력자는 배우가 지닌 극과 극의 연기가 무엇인지를 가늠하게 만든다. 사실 류승룡에게는 그만의 향기가 있다. 그가 등장할 때마다 풍기는 향취는 알싸하지만 겉돌지 않고 흔하지 않은 잔향이 매력적이다. 향수 이름을 물으니 ‘파렌하이트’(Fahrenheit)라는 답이 돌아온다. 모든 향수가 뿌리는 사람의 체취에 섞여 다른 냄새를 풍기지만 그만의 ‘온도’를 고수하는 류승룡다운 선택이다.

 

류승룡
류승룡은 ‘극한직업’에 대해 “웃기지 않으려고 노력한 영화”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이제 막 50대에 들어서니 한층 유연해지고 여유로워졌어요. 여태까지 아등바등이란 표현이 무색하리만치 살아왔는데 서서히 약불로 달구는 게 인생임을 깨달았달까요. 나이를 먹는다고 열정이 식는 건 아니잖아요. 가정에서나 직업적으로 제 역할을 다 하면서도 이타적인 삶을 살아야겠다는 사명감이 들어요.”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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