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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더컬처] 정진영 감독에게 '사라진 시간'은 1분 1초도 없었다!

영화 '사라진 시간'으로 감독 데뷔
"굳이 설명하고, 관객 속이는 영화 만들지 않고자 노력했다"

입력 2020-06-24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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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영은 “안전한 시스템에서 가장의 업무를 내려 놓고서야 내 꿈을 찾았다”고 첫 연출작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사진제공=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해석은 오롯이 관객의 몫이죠.그저 슬픈 연대감을 보여주고 싶을 뿐이였습니다.”

아이가 대학에 들어가고 가장으로서의 삶이 끝난 2017년. 배우 정진영은 홀린 듯이 시나리오를 써내려갔다. 첫 이야기는 관습적인 내용에 스토리조차 헐거웠다. 그는 “내가 그 정도로 뭔가에 익숙해져 있던 사람인가 싶었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자세를 고쳐 앉아 다시 자판을 두드렸다. 가제는 ‘클로즈 투유(Close to you)’로 카펜터즈의 동명 노래를 들으며 썼기에 갖다 붙였다. 그 초고는 몇 군데 고치지도 않고 당시 가장 바쁜 조진웅에게 갔고, ‘범죄도시’,‘악인전’의 제작사인 BA엔터테인먼트가 “이런 색다른 시나리오를 꼭 하고 싶었다”고 나서면서 점차 판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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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개봉한 영화 ‘사라진 시간’이 탄생하기까지의 배경이다. 충청도의 한 시골 마을, 갑자기 난 화재를 수사하러 온 형사는 비밀에 쌓인 마을에 의구심을 품고, 갑자기 모든게 뒤바뀐 현실에 마주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시쳇말로 ‘형 하는데 한번 도와줘’란 말은 하고 싶지 않았어요.시나리오도 비밀로 쓰고, 제작도 사비로 하려고 했지요. 50년 된 엘리베이터도 없는 아파트에 책상 하나 두고 사무실을 꾸렸으니 말 다했죠. 주인공 역할로 떠올리며 썼기에, 캐스팅 1순위였던 (조)진웅이가 고맙게도 하루만에 연락이 왔어요.그곳으로 불렀더니 정말 놀라더군요. 감독은 주연 배우의 의견을 묻고 어느 정도는 고치기 마련이라 대화를 하니 출연 조건이 ‘지금 시나리오에서 내 부분은 토씨하나도 바꾸지 말아달라’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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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시간’의 동료이자 가족, 가장 큰 지원자였던 배우 조진웅과 감독 정진영이 의견을 맞춰보고 있다.(사진제공=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당시 조진웅은 ‘대장 김창수’를 촬영 중이었다.행여나 스태프들에게 소문날까봐 비밀로 하고 있던 그 찰나, 회식날 주연배우는 술김에 대형사고를 쳤다. “배우 정진영이 감독으로 데뷔한다”고 외쳐버린 것.

‘지방의 소도시에서 촬영 하되,밤이 낮보다 길어야 하는’촬영 조건에 너도나도 하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다. “거의가 노개런티에 차비 정도만 받고 영화에 출연했다”는게 감독 정진영이 밝히는 남다른 고마움이다.

“개인적으로는 뭔가 설명을 하고, 관객을 속이는 영화로 가기가 싫었어요. ‘반 발짝 떨어진 영화’를 만들고 싶었죠. 내가 테크니션도 아니거니와 화려한 카메라 워킹이 가능하지도 않았고요.다만 배우이기에 현장에서 어떻게 해야 베스트가 나오는지는 아는 감독이긴 했죠. 그마저도 별거 없어요. 그냥 믿으면 되는거지.”

‘사라진 시간’은 분명 호불호가 갈리는 작품으로 남을 것이다. 죽었던 사람이 되살아나고, 평범했던 경찰(조진웅)의 인생은 갑자기 직업이 선생님으로 바뀐 채 그야말로 ‘버려진다’. 오프닝과 엔딩은 똑같지만 뭔가 다르다. “관객에게 그 부분을 맡기고 싶다”는 게 거짓이 아닐 정도로 미묘한 엔딩이다. 인생 스승이나 다름없는 이창동 감독은 이에 대해 “아주 신비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다. 배우 정진영이 이렇게 놀라운 이야기꾼인 줄 처음 알았다”라고 호평했다.

“감독님은 그런 멘트조차 친분을 떠나 확신하지 않으면 하지 않는 분이라, 인생 최고의 칭찬을 받은 기분이었습니다. 연출부로서의 경험은 ‘초록물고기’가 한편, 나머진 계속 연기만 해왔잖아요.아들이 고3이 되고 안전한 시스템을 추구해온 가장으로서 정신이 번쩍 들더군요. ‘내 꿈은 그래서 뭐였지?’(웃음)감독으로서 하고 싶은 모든 것이 다 들어있는 작품이예요. 차기작이요? 아마 두 번째부터는 ‘가치’를 따지고,욕심이 생기지않을까요.”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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