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비바100 > Leisure(여가) > 더불어 문화

[비바100] 포스트 코로나, 그 희망을 꿈꾸며 ‘올림픽 이펙트’

[문화공작소] 국립현대미술관 '올림픽 이펙트' 展

입력 2021-02-22 18:00 | 신문게재 2021-02-23 11면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전시전경 05
올림픽 이펙트 전경(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류는 유래 없는 시대를 맞았다. 속수무책으로 죽어가는 사람들 앞에서 무기력함을 느껴야 했고 ‘지구촌’이라는 단어가 무색하게 국경은 폐쇄됐다. 문제 해결보다는 “별 것 아니다”라는 현실도피로 일관하는 지도자가 등장하는가 하면 바이러스 대책 수립 보다는 저마다의 탓을 하느라 힘을 낭비하기도 한다. 

대부분이 유래 없는 위기를 맞았지만 긍정적인 영향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기술의 급격한 발전을 이뤘고 새로운 기준들이 생겨났으며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캠페인 ‘흑인의 삶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도 다시 각광받았다. 

전시전경 04
올림픽 이펙트 전경(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현장성을 핵심 경쟁력으로 하던 분야는 ‘비대면’에 대해 고민하며 온라인 유통, 새로운 형식에 대한 탐구 등에 돌입하며 외연 확장에 나서기도 했다. 그렇게 코로나19라는 대위기는 이분법적 문제의식을 넘어 다양한 진화와 다가올 시대에 대한 희망을 가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한창 진행 중인 ‘올림픽 이펙트: 한국 건축과 디자인 8090’展(이하 올림픽 이펙트, 4월 11일까지)은 대한민국 발전의 결정적 계기가 됐던 88서울올림픽 전후 효과를 건축과 디자인적인 측면에서 바라본다. 성공과 실패, 발전과 퇴보 등 이분법적 평가 일변도 보다는 그 성공과 발전 뒤에 가려진 과정들, 노력들, 현장들에 주목한다.

올림픽 이펙트
진달래&박우혁, 마스터플랜 화합과 전진, 2020, 12채널 영상, 사운드, 그래픽, 설치, 가변크기, 협력(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88서울올림픽을 기점으로 한국사회는 획기적인 변화를 맞았다. 테헤란로, 을지로 2가, 잠실 일대 등 올림픽 가시권에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을 비롯해 고층건물들이 들어섰고 대규모 아파트단지, 도시 전기사업, 대규모 공공문화시설 등이 조성됐다. 그렇게 올림픽은 도심 전체 풍경이 바뀌는 사건이었다. 현재의 일상적인 풍경은 그 대대적인 스포츠 이벤트의 잔상이기도 하다. 

 

전시에서는 그 사건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도면, 청사진, 스케치, 영상, 사진 등 다양한 매체의 아카이브와 그 기록, 잔상 등을 재맥락화한 진달래&박우혁의 ‘마스터플랜: 화합과 전진’, 게리 허스트윗 ‘올림픽 시티’, 선우훈 ‘모듈러라이즈드’, 구본창 ‘긴 오후의 미행’과 ‘시선 1980’ 시리즈 서울과학사 ‘디오라마 서울’, 최용준 ‘37°33‘52.9N 126°59’15.9E’ 등 작품 300여점을 만날 수 있다. 

올림픽 이펙트
게리 허스트윗, 올림픽 시티, 서울, 20152020, 아카이벌 잉크젯 프린트, 42.1×62cm(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전시는 ‘올림픽 이펙트’ ‘디자이너, 조직, 프로세스’ ‘시선과 입면’ ‘도구와 기술’ 4개부와 전시 맥락, 내용 등을 재구성한 다이아거날 써츠(Diagonal Thoughts)의 영상작업 ‘2 0 2 0 1 9 8 1 : 장면의 뒤편’이 에필로그로 마무리된다. 

 

1부 ‘올림픽 이펙트’에서는 계획과 잔상에 집중한다. 1988년 서울올림픽 및 패럴림픽 미술감독 이만익의 스케치와 도면 등 아카이브가 처음으로 공개된다. 스펙타클한 장면만으로 기억되는 올림핌을 해체해 준비하던 사람들의 과정에 집중한다. 이 공간에서는 게리 허스트윗 ‘올림픽 시티’도 만날 수 있다.

올림픽 이펙트
선우훈, 모듈러라이즈드 1988 부분, 2020, 디지털 드로잉, 가변크기(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2부는 올림픽 이후 전환을 맞은 디자이너의 위상을 재조명한다. 정국현 등 12명의 건축가, 디자이너들의 인터뷰와 이를 토대로 한 아카이브, 선우훈의 픽셀 애니메이션 ‘모듈러라이즈드’, 대규모 아파트단지 개발을 위한 도시설계 및 디자인 그리고 백남준의 대표작 ‘다다익선’ 탄생의 과정도 펼쳐진다. 

‘시선과 입면’은 올림픽으로 구축된 새로운 유형의 건축물과 도시 풍경을 사진과 디오라마로 조망한다. 최용준의 ‘37°33‘52.9N 126°59’15.9E’ 서울과학사의 ‘디오라마 서울’, 모형제작사 기흥성의 건축 모형 등이 오늘날에 스며든 올림픽의 유산을 보여준다면 구본창의 ‘긴 오후의 미행’ ‘시선 1980’ 시리즈는 거대 국가 프로젝트 중에도 영위되는 일상과 틈새 그리고 간극에 카메라를 들이댄다. 

올림픽 이펙트
서울과학사, 디오라마 서울, 2020, 3D 프린터 출력모형, 스틸 케이스, 가변크기(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4부 ‘도구와 기술’은 도시풍경을 변하게 한 당대의 조건들을 재조명한다. 대형 빌딩들은 업무방식 및 방식의 변화를 이끌었고 컴퍼스, 자 등 대신 컴퓨터와 CAD프로그램이 도입됐으며 사무자동화를 이끌었다. 

급격한 발전을 이끌었던 88서울올림픽 ‘이펙트’를 보고 있노라면 지금의 ‘일상’이 돼버린 당시의 흔적들을 인식하게 된다. 더불어 ‘전세계가 동시에 맞은 코로나19가 불러올 희망은 있을까’라는 생각이 꼬리를 문다. 코로나19가 바꿀 미래의 ‘일상’, 지금의 ‘잔상들을 떠올리며 ’희망‘을 가늠하게 된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