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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메이드 인 루프탑'으로 김조광수 감독이 보여주는 깨발랄!

[人더컬처] 오는 23일 영화 '메이드 인 루프탑'개봉
"게이의 삶, 1년 내내 울고 있진 않아"
"감독으로서 10편 남기는 것이 꿈"

입력 2021-06-14 18:00 | 신문게재 2021-06-15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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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인 루프탑_김조광수 감독(제공=(주)엣나인필름)

 

“곧 퀴어판 ‘미생’이 나옵니다. 기대해주세요.”

특유의 입담과 당당함은 여전했다. 영화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2012), ‘친구 사이?’(2009), ‘소년, 소년을 만나다’(2008) 등의 김조광수 감독이 8년만에 직접 메가폰을 잡았다. 

배우로도 활동 중인 염문경 ‘자이언트 펭TV’ 메인 작가와 호흡을 맞춘 영화 ‘메인드 인 루프탑’으로 오랜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김조광수 감독은 10일 진행된 화상 인터뷰에서 “이성애자 이야기를 담은 작품을 준비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라며 “영화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을 재밌게 본 8, 90년대생 관객들이 밝은 퀴어 영화를 원하더라. 여전히 성소수자를 다룬 작품이 많지는 않아서 ‘나라도 꾸준히 하자’는 마음도 있는 것 같다”고 운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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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인 루프탑_김조광수 감독(제공=(주)엣나인필름)

 

‘메이드 인 루프탑’은 갑작스럽게 연인과 이별한 하늘(이홍내), 썸남과 연애에 돌입한 봉식(정휘)이 별다를 것 없지만 별난 각자의 방식대로 밀당 연애를 시작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그렇다고 서로가 사귀는 사이는 아니다. 연상의 회사원을 사귀는 하늘이 연상의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이태원 옥탑방에 사는 봉식을 찾아오며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수위는 세지 않지만 대사의 맛은 최고다. ‘서지 않는 남자친구는 필요없다’는 대사는 애교 수준. 자신들끼리는 ‘루프탑’이라고 부르는 옥탑방에 시도 때도 없이 들이닥치는 아랫집 순자(이정은)의 반전은 또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작품은 실제 김조광수 감독이 20대때 자신의 아랫집에 살았던 오지랖 아줌마에서 출발했다. 그는 “당시만 해도 커밍아웃을 하지 않았는데 ‘난 다 알아’라며 빈대떡이며 각종 친절을 베풀어주셨다”면서 “심지어 ‘군대간 내 아들과 눈매가 똑같아’라고 말했던 걸 대사로 썼을 정도다. 한창 바빴던 학교후배 이정은씨가 흔쾌히 출연해줘서 감사할 따름”이라고 미소지었다. 대학시절 김조광수 감독이 배우로 출연한 작품의 연출자였던 이정은은 ‘메이드 인 루프탑’이 독립영화인 걸 알고 먼저 노개런티로 출연하겠다고 했을 정도로 막역한 사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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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인 루프탑_김조광수 감독(제공=(주)엣나인필름)

 

“시대가 바뀐 사실을 이 영화를 찍으며 느꼈어요. 공원에서 민호(곽민규)와 봉식이 입 맞추는 신을 촬영하는데 산책 나온 가족들이 ‘남자끼리 뽀뽀하는 거 보니 영화찍나 보다’라며 지나가는 거예요. 어린아이들은 재미있어하고요. 예전이라면 간단한 포옹신만 찍어도 남자배우 둘이 껴안는다고 신고가 들어와 경찰이 출동하고 난리였거든요.”

요즘 청춘들의 하이텐션 서머 로맨스를 다룬 만큼 ‘메이드 인 루프탑’은 발랄함으로 가득차 있다. 버는 돈 모두를 명품 사는 데 소비하며 욜로족을 외치거나 이런 저런 훈수를 두는 꼰대들에게 바치는 노래는 재미를 넘어 통쾌함마저 안긴다. 그가 가장 염려했던 것도 ‘꼰대가 만든 청춘영화’라는 부분이었다. 지나치게 어떤 길을 제시하려고 하거나 ‘내가 다 알아’ 이런 경향을 보일까 걱정했다. 하지만 지난해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SIPFF)의 폐막작으로 선정돼 영화를 먼저 접한 관객들의 평가에서 일단 안심을 한 상태다. 영화제에서 ‘어쭙잖은 위로 따위 없어서 좋았다’는 리뷰가 그에게 큰 기쁨을 안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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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인 루프탑_김조광수 감독(제공=(주)엣나인필름)

 

커밍아웃 후 연인과 공개 결혼식을 치른 동성 결혼 1호 부부이기도 한 그는 영화 속 인물 중 자신과 닮은 캐릭터로 직진남 민규를 꼽으며 “나이차이가 많이 나서 그런지 쉴 틈 없이 직진했다. 연애하면서 헤어진 적은 없었다”며 수줍게 웃었다. 이어 그는 “여전히 차별이 심하고 퀴어들이 살아가기 어려운 세상이다. 하지만 우리가 1년 내내 울고 있진 않다. 밝고 명랑하게 사는 것도 현실이라 밝은 면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김조광수 감독은 한국영화계에서 제작자로도 활발히 활동해 온 인물이다. ‘해피엔드’ ‘와니와 준하’ ‘질투는 나의 힘’ ‘분홍신’ ‘조선명탐정’ 시리즈와 최근 ‘악질경찰’까지 장르적 변주와 더불어 신인 감독과 배우들을 발굴해 냈다.

“지금도 조승우, 유아인, 박해일 등 당시엔 신인이었지만 남달랐던 스타들을 보면 뿌듯해요. 감독으로서는10편의 영화를 남기는 것이 꿈이에요. 감독으로서 제 능력이 퀴어 안에서는 로맨스, 멜로 정도여서 아쉬울 따름이죠. 그래서 이번엔 비정규직으로 취업해 정규직이 되려하는 드라마를 다뤄 보려고요. 퀴어판 ‘미생’이 빨리 나올 수 있게 ‘메이드 인 루프탑’ 많이 봐주세요.”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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