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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이제 진기주만 보일껄? 영화 '미드나이트'로 보여준 존재감!

[人더컬처] 영화 '미드나이트' 진기주
쫓고 쫓기는 추격전 사이,청각장애인 역할 맡아
"고생이 보이는 시나리오,정이 가는 캐릭터라 안 할 수 없었다"
"촬영 전 고민을 A4 한 장 분량으로 준비,영화 촬영 후 상대방 입술 읽는 버릇 여전"

입력 2021-07-05 18:00 | 신문게재 2021-07-06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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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티빙/CJENM)

 

“드디어 내가 ‘배우’라고 느끼기 시작했어요.”

지난달 30일 극장과 OTT를 통해 공개된 영화 ‘미드나이트’의 진기주의 첫 마디다. 그간 진기주는 대기업을 박차고 나와 기자로 이직한 뒤 뜬금없이 슈퍼모델로 연예계에 입문한 ‘엄친딸’로 더 유명했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오!삼광빌라’를 통해 국민딸로 각인되기 전까지 대중과의 거리감은 상당했다.

그의 첫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제작비 대비 엄청난 성공을 거두며 ‘일본영화의 리메이크의 좋은 예’로 남았지만 스포트라이트는 김태리에게 쏠린 게 사실이다. 주인공 친구 역할이니 그러려니 할 수 있지만 역할에 겉돌지 않는 친숙함으로 무장한 진기주의 발견이었다. 두 번째 영화 ‘미드나이트’로 주연을 꿰찬 건 많은 영화인들이 진기주의 가능성을 눈여겨 봤다는 뜻일터.

영화의 스토리는 다소 평범하지만 그 울림은 상당하다. 약한 존재를 노리는 사이코패스의 추격은 흔한 설정이지만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 한밤중 살인을 목격한 청각장애인 경미가 그가 맡은 캐릭터로 두 얼굴을 가진 연쇄살인마 도식(위하준)의 새로운 타겟이 되면서 사투를 벌이는 극강의 음소거 추격 스릴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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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 대한 연기적 믿음이 50~60%에 그쳤다는 진기주.이번 영화를 통해 자신감을 얻은 사실을 가장 큰 수확으로 꼽았다.(사진제공=티빙/CJ ENM)

 

“흡사 한글을 처음 배우는 것처럼 성대의 울림과 강약, 입술에서 나오는 호흡 양까지 배워야했습니다. 시나리오의 첫 느낌? 많이 힘들겠다는 게 눈에 쏙쏙 박히는 느낌이었죠. 하지만 배우들끼리 똘똘 뭉치는 과정이 남다른 작품이었어요. 그동안 제가 겪어온 작품들도 모두 분위기가 좋았지만 이 영화는 유독 더 식구 같은 느낌이 있었죠.”

경미는 회사 동료들과 허물 없이 어울리며 씩씩하게 살아가는 인물이다. 한복 삯바느질로 자신을 키운 엄마(길혜연)의 기대에 부응하며 사회에 겉돌지 않고 씩씩하게 적응해 나간다. 엄마와 여행 갈 꿈을 꾸며 자신과 같은 청각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고객센터에서 상담업무를 하고 있다. 극중 갑질을 일삼는 거래처의 회식을 자처하는 것도 경미의 구김살 없는 성격을 보여준다. 성희롱과 막말이 오가는 상황을 입모양으로 읽고 알기에 동료들 누구도 안가는 이유를 알지만 꿋꿋이 회사의 일원으로 제 몫을 해낸다. 진기주는 “유튜브에서 요즘 많이 사용하는 수어를 찾아보고 적어놓은 것을 참고해 연기했다”며 특유의 호탕한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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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드나이트’로 첫 주연을 맡은 진기주가 화상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제공=티빙/CJENM)

 

흔히 쓰는 은어의 한 표현으로 실제로 수어로 쓰는 욕인데 일반인들은 전혀 알 수 없는 귀여움이 포인트다. 거래처 사람들이 귀가 들리지 않는 경미를 무시하며 내뱉는 온갖 쓰레기 같은 말에 “너의 눈알을 빼서 씻어버리겠다”는 반격이 웃음을 자아낸다. 실제로 그 장면을 촬영하면서 상대배우들이 뜻을 물어봤지만 진기주는 “영화를 직접 보시고 확인하시라”며 쿨하게 대응했다고.

“한 번은 살인마에게 벗어나기 위해 골목을 뛰는데 여러 각도를 찍어야 해서 원래 설정대로 양말만 신는 걸로 발 부분을 촬영했어요. 바로 1분 뒤에 상체 컷을 찍어야 해서 운동화를 신고 똑같이 달렸는데 밑창에 압정이 박혀 있더라고요. 그 오싹함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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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수어를 모두 외웠다는 그는 “수어가 말처럼 감정과 성격이 묻어나길 원했다”고 특유의 근성을 내비쳤다.(사진제공=티빙/CJ ENM)

 

실제로 달리기를 잘 못한다는 진기주는 무릎연골을 갈아가며(?) 현장에 녹아 들었다. 경미가 2층에서 떨어지며 머리채를 잡히는 장면도 대역 없이 스스로 소화했을 정도다. 진기주는 당시를 떠올리며 “솔직히 갈비뼈에는 온통 멍이 들었지만 와이어가 체질이란 말을 들으니 아픔이 사라지더라”고 말했다. 그간 ‘미스티’의 얄미운 후배부터 ‘리틀 포레스트’의 발랄함이 모두 자신의 성격에서 기인했다는 그는 출연이유를 “정이 가는 캐릭터”라고 대답했다.

“뭐랄까. 지금 생각해보면 신인인데도 저는 ‘이 작품 할래요’보다 ‘이 캐릭터 하고 싶어요’라는 답을 했던 적이 많았어요. 제가 좋아하고 정이 붙는 캐릭터를 진심을 다해 하고 싶은 마음이 원동력인 것 같아요. ‘내가 좋아하는 이 아이를 잘 만들어내고 싶다.’ 그 마음인 것 같습니다. 사실 인간 진기주는 영화 속에서처럼 누군가 컴컴한 골목에서 희미한 소리로 구두를 던지며 도와달라고 하면 무서워서 다가가지 못할테지만 경미는 그런 사람이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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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티빙/CJENM)

 

‘미드나이트’는 진기주를 변화시킨 운명적인 작품이기도 하다. 여러 편견과 불편함 속에서 심지를 지키는 인물을 맡으며 끊임없이 공부했다. ‘타고난 공부 체질’이냐는 짓궂은 질문에는 “나 역시 엄칠딸과 비교 당하며 자라온 사람”이라며 “나를 엄친딸로 여기는 대중들에게 ‘맨인블랙’의 기억 리셋 광선을 쏘고 싶다”고 부끄러워했다.

“지금의 진기주를 한 문장으로 정의하면 ‘뭐든 하고 싶다’예요. ‘니키타’ 같은 액션과 기회가 된다면 멜로도 찍고 싶고 뮤지컬 장르도 욕심이 나요. 수어 배우듯 춤과 노래를 익혀야하겠지만요. 제가 디즈니 덕후라 요즘 애니메이션 ‘신데렐라’를 다시금 무한반복하고 있는데 제 기억과 달리 ‘할말 하는 캐릭터’더라고요. 실사로 만들어진다면 주인공을 하고 싶어요. 사실 ‘모아나’가 제 마음의 1순위지만.”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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