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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더컬처] 영화 '모가디슈'의 허준호,"볼 때마다 눈물난다"

극중 소말리아 북한 대사 림용수 역할 맡아
"강하고 센 캐릭터인줄 알았는데,나이 많은 환자였다"폭소
"영화에 미친 류승완 감독이 불러준다면 언제든지 출연"

입력 2021-08-09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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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모가디슈’의 허준호.(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데뷔 후 한동안은 ‘연기파 배우 허장강의 아들’이란 꼬리표가 붙어다녔다. 뮤지컬 ‘캣츠’의 한국 초연 당시에는 지금은 너무도 당연한 TV와 무대를 겸헙하는 창시자기도 했다.지난 2010년 영화 ‘이끼’를 마지막으로 연기를 쉬기까지 허준호의 필모그라피는 촘촘하기 그지없다. 드라마 ‘올인’, ‘사랑과 야망’, ‘주몽’등 화제작에 출연,영화 ‘실미도’,‘중천’,‘신기전’등 충무로를 대표하는 감독들의 러브콜을 한 몸에 받았다.

‘뷰티풀 마인드’로 안방에 복귀하기 전까지 그의 직업은 선교사였다.목회자가 되기위해 미국으로 건너가 노래로 복음을 전했다.이후 넷플릭스의 ‘킹덤’속 정의로운 개국공신,영화 ‘국가부도의 날’의 평범한 가장,‘결백’의 야심찬 시장까지 겹치는 캐릭터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류승완 감독과는 식사자리에서 만났죠.북한대사라는 이야길 듣고 큰 끌림은 솔직히 못 느꼈습니다.시나리오도 안 나온 상태였고요.(웃음) 간만에 만난 자리라 즐겁게 밥만 먹고 헤어지려고 했습니다.하지만 감독이 ‘모가디슈’에 대해 설명하는 눈빛을 보고는 바로 ‘하겠다’고 했어요.길게 끌면 뭐하겠어요.”

지난 3일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 중 최고 흥행 기록을 세운 ‘모가디슈’에서 허준호는 0순위의 캐스팅 대상이었다.해외에서 올로케이션이 진행되는 탓에 배우들의 스케줄 확보가 관건이었고,가장 바빴던 그가 중심을 잡자 일사천리로 다른 배우진들도 진용을 갖췄다.

김윤석과 조인성,구교환등이 미리 촬영을 하고 있는 모로코에 2진으로 합류하기로 되어있던 그는 시차적응과 분위기 파악을 위해 일부러 10일정도 먼저 도착해 현장의 분위기를 살폈다.허준호는 “우리나라 1960년대의 모습을 보는 듯한 곳”이라면서 “카사블랑카 공항에 내려 비포장 도로를 6시간 달려 도착했더니 마차가 다니더라.순박하고 아름다운 동제미나 다시 가라면 못 갈것같다”며 손사레를 쳤다.‘모가디슈’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북한대사 림용수.한국보다 20년 먼저 불모지나 다름없는 검은대륙을 우방국가로 만들기 위해 힘써온 실력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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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위해 결코 도움을 요청하지 말아야 하는 곳에 손을 내미는 림용수 대사를 연기한 허준호.그는 “북한 대사관 식구들로 나오는 배우들이 정말 잘해줬다.최고의 배우들”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막연히 북한대사라고 하면 생각나는 크고 강한 이미지를 생각했는데,완성된 시나리오를 보니 나이든 환자더라고요.(웃음)바로 무너졌죠.준비는 사실 쉽지 않았어요.아파보여야 하니 얼굴살을 우선적으로 빼야했고, 북한 사투리도 허투루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죠.”

허준호가 생각하는 북한 대사는 아이들에게는 할아버지같은 인자함을,부하직원에게는 충성도를 가장한 감시를 받는 외로운 인물이었다.당시 북한이 펼친 사상교육은 부부끼리도 서로를 의심해야 하는 긴장의 연속임을 그는 간과하지 않았다.

“엔딩에 대해서는 오롯이 관객들의 몫으로 남겨두고 싶습니다.남북관계의프레임을 덧씌우기보다 아이들에게는 꼭 알려줘야 할 역사란 점은 말하고 싶어요.개인적 만족도요?철저히 류승완 감독의 디렉션을 따른거지만 저라면 살짝 한번쯤은 뒤돌아봤겠죠.연기하는 입장에서 림용수는 북한에서 숙청당할걸 알거란 느낌을 베이스로 깔고 연기했어요. 촬영하는 내내 울컥한 마음 금할 길 없었습니다.”

한국영화의 르네상스라 불린 1990년대와 2000년대 초 해외 로케이션을 경험해본 입장에서 ‘모가디슈’의 현장은 배우로서 기립박수가 절로 나오는 순간이었다. 과거 ‘하얀전쟁’을 찍을 당시 베트남에서 죽을 고생을 했던 기억이 까마득해질 정도로 매 순간이 철저하고 완벽하게 진행됐다.

“개인적으로 사진을 잘 안 찍는데 이번에는 세트 배경으로 정말 많은 추억을 남겼어요.그 정도로 기록을 남기고 싶은 마음이 생기더라고요.프로덕션 자체도 훌륭했지만 내가 못하면 미안할 정도의 준비가 되어있는 엄청난 현장이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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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러주는 곳이 많아 자가격리만 3번 째라는 허준호가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지난 3일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 중 최고 흥행 기록을 세우고 있는 ‘모가디슈’는 배우가 아닌 팬으로서도 뿌듯한 필모그라피다.평소 김윤석의 모든 작품을 다 챙겨봤다는 그는 수줍게 “누가 캐스팅됐는지 모르고 모로코에 갔는데 좋아하는 (조)인성이와 김윤석이 있다는걸 알았다”면서 촬영이 없는 날에도 커피를 타서 그들의 연기를 지켜봤노라고 했다.‘모가디슈’에서 “살 사람은 살아야겠죠”라는 대사를 가장 좋아한다는 허준호.아마도 배우가 아니었다면 심심한 아저씨에 불과할거라며 영화에 대한 마지막 당부를 이렇게 남겼다.

“세상이 많이 좋아져서 홈 시어터 시설도 훌륭하고,안방에서 편히 영화를 볼 수 있는 시대입니다.저 역시 기계 욕심이 많아 집에 다 갖춰놨지만 ‘모가디슈’는 그걸 못 따라가요.한마디로 극장에서 봐야 성이 차는 영화입니다.꼭 봐주세요!”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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