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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 단순하지만 단순하지 않은, 팬데믹 시대풍경…줄리안 오피 개인전

입력 2021-10-0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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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안 오피
영국 화가 줄리안 오피의 개인전 ‘Julian Opie’ K2 1층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직접 관찰한 사람들, 거리두기로 여행길이 막히면서 눈여겨보게 된 영국의 일상적 풍경, 팬데믹 중에도 방문했던 벨기에 크노케 사람들, 구글어스로 본 한국 인천거리, 특이 동물이 아닌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소, 닭, 사슴, 강아지, 고양이….

마치 픽토그램처럼 간결하고 단순한 선으로 표현한 ‘걷는 사람’으로 잘 알려진 영국 작가 줄리안 오피(Julian Opie)가 한국에서 7년만의 개인전 ‘Julian Opie’(11월 28일까지 국제갤러리 K2, 3)를 진행 중이다.
 

줄리안 오피
영국 화가 줄리안 오피의 개인전 ‘Julian Opie’ K2 2층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뭘 알아서 작업하는 게 아니라 알고 싶어서 작업한다.”

 

이렇게 말하는 줄리안 오피는 철저하게 경험을 바탕으로 작품을 구현하며 모델과 출처, 원천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작가다. ‘21세기적 초상화’ ‘동시대적 풍경화’ 등으로 평가받는 줄리안 오피의 작품은 세계를 구성하는 사람, 동물. 건물, 풍경 등을 간결하고 단순한, 그 특유의 조형언어로 표현된다.  

 

대상과 시대에 대한 탐구에 진지한 작가이기도 한 줄리안 오피는 이번 전시에서 팬데믹에 직접 관찰한 사람, 도시 풍경, 일상 등을 자신만의 세계관으로 표현한 31편의 신작들을 선보인다. ‘Daytime’ ‘Nighttime’처럼 대립되는 것들의 조화, 전시되는 공간까지 탐구하는 작가는 관객의 움직임까지 고려한 동선으로 작품들을 배치했다.

 

줄리안 오피
영국 화가 줄리안 오피가 코로나19로 오래 머물게 된 영국의 익숙한 건축물들과 벨기에 크노케 방문 경험을 담은 ‘Julian Opie’ K3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여전히 ‘걷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다른 시기, 다른 공간 속의 다른 사연을 가진 사람들, 도시화 및 산업화를 상징하는 각종 표지판 색을 입힌 각양각색의 동물들, 높은 철탑이 많은 영국 전통 건축물, 인천 거리에서 만난 무명의 고층빌딩 등은 간결하고 단순한 선으로 표현됐지만 결고 단순하지만은 않은 팬데믹 시대의 풍경을 담고 있다. 

 

이동이 자유롭지 못한 중에도 방문했던 벨기에 크노케(Knokke)의 사람들, 그 어느 때보다 오래 머물면서 관찰하게 된 영국의 익숙한 건축물들이 흥미로운 예술 소재로 다가와 재해석한 4미터 규모의 금속 조각 ‘City 1’ ‘City 3’ 등 K3에 자리잡은 작품들은 2020년, 2021년작이다.

 

Opie
K3에서 K2로 가는 야외에 설치된 ‘인천타워 2208’(오른쪽)과 ‘Long Hair’(사진=허미선 기자)

K3에서 K2로 가는 야외에는 구글어스를 통해 본 인천에서 발견한, 수많은 창들로 외관을 빼곡이 채운 이름을 알 수 없는 건물에서 영감 받은 ‘인천타워 2208’과 ‘Long Hair’를 만날 수 있다.


K2 1층에는 사람들, 2층에는 동물들로 대비를 이룬다. 2층에는 보라색 닭, 각기 다른 테두리 색에 노랑으로 채워진 소와 사슴, 강아지, 초록 노루 등이 전시됐다. 동물 본연의 색 아닌 도로표지판, 브랜드 로고 등에서 따온 색으로 표현된 동물들에 대해 작가는 “나한테 자신들의 색과는 상반되는 색을 원한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고 밝혔다고 전해진다.  

 

줄리안 오피
영국 화가 줄리안 오피의 개인전 ‘Julian Opie’ K2 1층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전통과 양식, 편견 등을 벗어나 자유롭게 색을 쓰는 동시에 클리셰에 가까운 도시 구성물들의 색으로 동물을 표현함으로서 현대성을 강조한 작품들이다.

K2의 1층은 전반적으로 톤다운이 된 도시 사람들로 즐비하다. 인공적인 원색들로 채색된 2층의 동물들과는 반대로 머리카락, 피부톤, 가방, 옷 등에서 딴 자연스러운 색들로 표현돼 관람객들이 그 사람들 중 하나가 되는 경험을 선사하기도 한다. 그렇게 관람객은 줄리안 오피만의 언어로 표현되고 재현된, 단순하면서도 단순하지 않고 낯설면서도 낯설지 않은 팬데믹 시대의 풍경이 된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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