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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세 기름떡볶이 할머니…간판도 없이 40년째 한자리

적선시장 때부터 시장 지켜와
1500만원 모아 사회 기탁하기도

입력 2014-10-19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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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떡볶이집

 

 

“얼마나 줘?”

“떡볶이 주세요”라는 말에 무뚝뚝한 대답이 들려온다. 1인분 2000원이라는 말에 달라고 하니 ‘슥슥’ 떡을 볶던 주걱으로 경계를 그린다. 그만큼 먹으면 된다는 말이다.

지금은 ‘세종마을 음식문화거리’라 불리는 금천교 시장에는 아는 사람은 아는 명물 할머니가 있다. ‘적선시장’이라 불리던 시절부터 시장 초입에서 기름떡볶이를 팔고 있는 김정연(98) 할머니다. 간판도 없다. 친절하지도 않다. 자신의 사진을 찍는 이들에게 손사래를 치는 얼굴에도 웃음기라고는 없다.

그 집을 찾는 이들은 적선시장 시절 그 부근 동네에서 성장한 이들이거나 오다가다 용케 찾아와 떡볶이를 먹은 후 종종 찾는 단골손님이다. 그렇게 단골손님이 된 이들 중에는 가수 서수남도 있다.

시장이 떠들썩한 축제 중에도 오도카니 자리를 지키고 앉아 떡볶이를 볶는 할머니가 그 자리를 지킨 지 벌써 40년을 훌쩍 넘어섰다. 개성의 부잣집 딸로 태어나 결혼해 세 자녀를 두었지만 6.25 전쟁으로 가족과 헤어져 혈혈단신으로 살았다. 몇해 전 전세금 800만원과 저축으로 모은 1500만원을 사회복지공동모음회에 기탁해 한동안 이슈가 되기도 했지만 대부분 혼자서 시간을 보내는 할머니는 여전히 그 자리에서 떡볶이를 팔고 있다.

무쇠솥뚜껑에 할머니가 방앗간에서 뽑은 쌀떡, 고춧가루와 간장, 깨로 맛을 낸다. 매콤달콤한 국물도 없는 떡볶이는 담백하고 투박하다. 이쑤시개로 콕콕 찍어 먹다 보면 희한하게도 고소하다. 돌아와 며칠이 흐르면 불현듯 생각나 또다시 먹고 싶어지는 맛이다.

방앗간에서 뽑은 쌀떡이 떨어지면 시간과 상관없이 문을 닫고 할머니의 몸이 안좋은 날이 휴무니 할머니를 만나는 것만으로도 행운이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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