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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먹은 다음날 ‘메밀’ … 위·장 기능 살리고 숙취 줄이고

메밀 속 루틴, 혈관건강에 좋아 … 과거엔 제분기술 부족해 메밀가루 거뭇

입력 2016-05-04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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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에는 단백질, 탄수화물, 칼슘, 엽산, 마그네슘, 섬유질 등이 풍부한데 이 중 단백질 속 필수아미노산은 기존 곡류보다 다량 함유돼 있다.

소설가 이효석이 지은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이 되는 강원도 평창군 봉평읍은 국내 최대 메밀 주산지로 유명하다. 마디풀과의 한해살이풀인 메밀은 초가을에 꽃을 피운다. 메밀꽃은 흰색밖에 없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분홍색, 빨간색 등 다양한 색을 갖고 있다. 꽃에는 꿀이 많아 메밀밭 주변은 양봉하는 데 최적의 조건이 된다. 메밀은 모밀로도 불리지만 메밀이 표준말이다. 모밀은 황해도, 경기도, 강원도 등 지역의 방언이다.


과거에는 메밀의 원산지가 중국 북부지역으로 알려졌지만 1992년 야생 조상종이 중국 남부지역에서 발견되면서 중국 남부 유래설이 유력해졌다. 중국에선 5세기 무렵부터 재배되기 시작했으며 국내서도 비슷한 시기부터 키운 것으로 추정된다. 히말라야 고원, 중국 티베트·사천·운남 등이 세계적인 메밀 재배지역으로 꼽힌다. 특히 운남의 고산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영양공급원으로 메밀을 애용한다.


메밀은 서늘하고 습한 기후에서 잘 자라 국내에선 산간지방에서 주로 재배한다. 메마른 땅에도 잘 적응하고 병충해에 강한 게 장점이다. 생장이 빨라 씨를 뿌린 지 10~12주면 열매가 익는다. 농부들은 먼저 재배한 작물이 흉작이면 비상작물로 메밀을 심는 경우가 많다. 6~7월 하순에 씨를 뿌리면 8~9월에 꽃을 피우고 가을이 되면 수확할 수 있다. 열매는 사람이 취하며 줄기는 가축의 먹이로 쓴다.


메밀의 열매는 세모 모양으로 완전히 여문 것은 검은 갈색을 띤다. 씨에는 약 70%의 녹말이 함유돼 있다. 메밀은 잎(파란색), 꽃(흰색), 줄기(붉은색), 열매(검은색), 뿌리(노란색) 등의 색이 모두 다른 ‘오방지영물(五方之靈物)’로 대접받았다. 메밀은 밥으로도 이용할 수 있지만 주로 가루를 내 묵, 메밀국수, 냉면, 전병 등을 만드는 데 쓰인다.


메밀전병은 메밀가루를 묽게 반죽해 무, 배추, 고기 등으로 만든 소를 넣고 말아 지진 것이다. 강원도 특산물로 알려져 있지만 다른 지역에서도 예부터 먹어왔다. 지역마다 들어가는 소의 종류가 다르다. 강원도에서는 김치와 돼지고기를 넣는다. 충북에서는 볶은 당근채, 쇠고기채, 우엉채, 황백지단채, 부추 등을 소로 이용한다. 경북에서는 파, 마늘, 참기름, 깨소금, 소금 등으로 볶은 무채와 표고버섯 등을 사용한다. 제주도에서는 삶은 무를 넣기도 한다. 이름도 지역마다 약간씩 다르다. 강원도는 메밀총떡, 경북은 총떡·메밀전, 제주도는 빙떡 등으로 부른다.


메밀국수는 평양냉면이나 막국수에 들어간다. 메밀면은 대체로 하얀색 또는 담황색이지만 과거엔 제분기술이 발전하지 못한 탓에 메밀껍질이 완전히 제거되지 못해 거뭇거뭇했다. 이같은 이유로 메밀면은 거뭇하다는 고정관념이 생겼고 최근에는 색을 내려고 일부러 메밀가루를 한 번 볶아 면을 뽑는다. 국내 관련 식품법 상 메밀껍질은 이물질로 규정돼 있다.


메밀가루는 밀가루에 비해 찰기가 덜해 국수로 제조하기 어렵다. 대부분 업체에서는 일정량의 밀가루를 섞어 찰기가 생긴 반죽으로 면을 뽑는다. 메밀면으로 막국수나 냉면을 만드는데 전자는 조면기술이 떨어져 식감이 거칠고, 후자는 조면기술이 세련돼 식감이 부드러운 게 차이날 뿐 원료는 같다고 볼 수 있다.


일본인들은 냉메밀요리를 즐긴다. 수백년째 냉메밀만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가게가 있을 정도다. 메밀면을 만들 줄 모르던 옛날에는 주로 메밀죽을 먹었다. 관서지역보다 관동지역에서 메밀요리를 선호한다.


메밀차는 건강 영양차로 가정에서 수시로 마시면 좋다. 메밀가루에 물을 조금 부어 질척하게 갠 뒤 꿀을 섞고 끓는 물을 천천히 부어 만든다. 집에서 만들기 어렵다면 시중에서 판매하는 메밀차를 구입해도 좋다. 식후에 메밀차를 꾸준히 마시면 당뇨병, 고혈압, 동맥경화증을 예방하는 데 좋다. 메밀은 대소변을 원활히 하는 효과가 있어 볶은 통메밀에 뜨거운 물을 부어 우린 차는 변비치료에 도움이 된다.


강원도에서는 지역에 따라 메밀묵을 기제사 등에 제물로 이용한다. 여름엔 김치국물에 메밀묵을 굵게 썰어 담은 묵사발로 먹으며, 겨울에는 뜨거운 장국에 말아 먹는다.


메밀가루에는 단백질, 탄수화물, 칼슘, 엽산, 마그네슘, 섬유질 등이 함유돼 있다. 특히 단백질이 약 12.5% 차지하는데 라이신, 시스틴, 트립토판 등 다른 곡물에 부족한 필수아미노산이 상대적으로 많이 들어 있다. 비타민B군도 풍부해 쌀이나 보리보다 영양가가 높다.


특히 메밀에는 플라보노이드 배당체로 혈관 건강에 좋은 루틴(rutin)이 풍부하다. 혈관을 튼튼하게 해 고혈압 환자에게 좋다. 예부터 머리에 열이 몰린 경우 메밀베게를 베고 자면 머리가 맑아지고 어지러움을 예방할 수 있다고 믿어 베갯 속에 메밀을 넣었다.


김달래 한의원 원장(전 경희대 한의대 교수)은 “메밀은 장과 위를 튼튼하게 해주는 작용을 하므로 속이 울렁거리는 증상이 있을 때 먹으면 도움이 된다”며 “술독을 풀어주고 식은땀을 줄이는 효과가 있어 전날 과음을 했다면 메밀음식을 추천한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성질이 서늘하고 열량이 낮아 일부 태음인 체질의 사람은 메밀을 먹고 속이 좋지 않을 수 있다”며 “과거 서적에는 메밀을 많이 먹으면 풍을 일으키고 어지러워진다고 경고했다”고 설명했다.



정종우 기자 jjwtoo@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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