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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은퇴 후 재취업 하려면 ‘4050 건강’이 담보돼야

은퇴자 재취업의 변수 '건강'

입력 2016-12-22 07:00 | 신문게재 2016-12-22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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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고양시 킨텍스서 중장년과 노인들의 고용 확대를 위한 '2016 중장년 & 시니어 일자리 박람회'에서 중장년들이 면접 관련 정보 게시판을 보고 있는 모습.(연합)

 

요즘 60대는 예전의 50대와 같다는 말을 자주 한다. 고령화가 진전되면서 상대적으로 나이에 비해 ‘건강연령’이 나아지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50대, 60대가 되어도 일하는 데 전혀 신체적 어려움이 없다는 얘기도 된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나이가 들어 직업을 구하고 싶은 이들에게 사회는 더욱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 ‘은퇴자의 보루’ 택시기사에 요구되는 새 건강 기준

현재 만 65세 이상 고령의 버스 운전기사는 주기적으로 ‘자격유지검사’를 받는다. 주의력, 순발력, 다중작업능력 등 7가지 항목이다. 건강이나 사물 인지력 저하로 사고가 날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그 범위를 국토부가 곧 고령 택시기사로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작년말 현재 국내 택시 기사는 28만 명에 약간 못 미친다. 이 중 고령 운전자가 20% 정도인 것으로 파악된다. 2011년 11% 전후에서 4년 새 2배나 증가한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4년 후인 2020년에는 개인택시 기사의 경우 절반이 고령자로 채워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토부의 새 조치는 ‘사고율’ 때문이다. 교통사고 가운데 고령 운전자 관련 사고의 비율이 개인택시가 30.3%, 법인택시가 13.7%에 달해 버스(5.6%)나 화물차(7.2%)보다 월등히 높다. 교통사고 당사자 중 한 명이 고령 택시기사인 경우는 작년에 모두 4138건이다. 4년만에 72.12%(1734건)나 증가한 것이다. ‘주행거리 대비 사고 건수’도 고령자가 비고령자보다 높고 ‘주행거리 대비 교통사고 사망자’도 마찬가지다.

공공의 안전을 위해선 ‘최소한의 건강’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게 국토부의 입장이지만 퇴직 혹은 실직 후 40대나 50대에 뒤늦게 운전대를 잡는 시니어들에게는 예사롭게 지나칠 일이 아니다. 특히 모 중견기업이 경력자를 채용할 때 상당한 수준의 건강 확인서를 요청했다는 얘기도 돌고 있어, 앞으로 건강이 장·노년 재취업의 최대 변수가 될 수 있다.


◇ 한국 노인 취업률 32%… OECD 평균 13%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말 현재 60세 이상 맞벌이 가구가 총 99만 9000가구에 이른다. 전체 유배우 가구 중 30.1%에 해당한다. 2012년 6월 말의 82만 3000가구(28.9%)에 비하면 엄청나게 가파른 증가세다. 고령화 추세를 단적으로 반영한 것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면 그 만큼 ‘건강’이 뒷받침되기에 가능한 일이다.

내년이면 우리나라도 생산가능인구가 줄기 시작한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유소년 인구(0~14세)를 앞지르게 된다. 내년이면 60세 이상이 1000만명, 65세 이상은 7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그런데 60세 이상 가운데 일자리를 원하는 사람이 절반인 5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2014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노인의 ‘취업을 통한 경제적 활동’은 32%에 이른다. OECD 평균은 13% 대에 그친다. 우리 ‘뉴 시니어’들이 정말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사회는 나이 때문에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생산성도 젊은이들에 비해 현격히 떨어진다는 편견과 부정적 인식이 심하다. 당연히 노년 일자리 구하기가 쉽지 않다.

자신의 경험을 십분 발휘하면서 적절한 보수를 받을 수 있는 일자리는 뉴 시니어들의 꿈이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은 그런 점에서 관심을 가져볼 만 한 기관이다. 풍부한 경험을 갖춘 베이비부머의 노인세대 진입 등에 대비해 적절한 보수를 받으며 일할 수 있는 민간 일자리 개발에 사업의 역점을 두고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기업 맞춤형 직업소양교육 과정을 통해 재취업의 길을 모색해 준다. 노인취업교육센터를 전국적으로 10개소로 확대 운용 중이다.


◇ 이제 ‘베테랑’이 필요한 시대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 2002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 60세 이상 근로자의 평균 생산성은 40대 근로자의 70.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60대 이후 지불되는 임금 수준을 고려하면 젊은이들과 비교해도 상당히 ‘경쟁적’이라고 할 만하다.

고령화가 진전되면서 ‘고령층 취업자’들도 크게 늘고 있다. 2005년 46.7%이던 고령층 취업률이 올해는 52.4%로 뛰었다. 고령층(55∼79세) 취업자 수가 올해 32만4000명이나 증가했다. 55∼59세에서 12만8000명, 60∼64세에서 12만1000명, 65∼79세에서 7만5000명 늘었다.

그런데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우리 노년층 근로자의 30% 가량은 법정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노년층 근로자 10명 중 3명은 올해 최저임금 기준으로 월 126만원도 벌지 못한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이니 노년층 가구의 빈곤율은 갈수록 심각해진다. 60세 이상 고령층이 가구주인 2인 이하 가구의 상대적 빈곤율이 지난해 거의 50%에 육박했다. 노인 1인 가구의 상대적 빈곤율은 67%에 달했다.

우리 사회에선 현장에 ‘베테랑’이 필요하다. 독일 메이저 자동차 회사들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그래서 크다. 이곳에서는 ‘킹 마이스터’가 있다. 이들은 모두 나이가 70대, 80대다. 직접 작업도 하지만 후배들을 코칭하는 게 주 임무다. 현장의 젊은 기술자들은 이들에게서 자신의 미래를 꿈꾼다. 은퇴 후 10년, 20년이 지나도 현장에서 존경을 받으며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다는 그런 꿈.

일본 도요타는 자사의 베테랑 기술자들을 은퇴 후 협력사 등으로 적극 내보내고 있다. 퇴직자의 절반 가까이가 현장 재취업자라는 통계도 있다. 이런 시스템이 독일과 일본의 자동차 회사들을 세계 일류로 만든 힘이다. 노인인력개발원의 최성재 원장은 “기업은 물론 우리 사회 전체가 이제 고령 근로자를 ‘고비용’ 대상이 아닌 ‘자산’의 차원으로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재취업 장·노년들이 지금 당장 할 일은

노년에 건강을 해치면 재취업은 고사하고 그나마 모아두었던 재산도 단번에 날리게 된다. 젊었을 때부터 일상생활에서 건강을 잘 챙겨야겠지만, 시기를 놓쳤다면 웰니스(Wellness) 제품들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체성분 측정 손목밴드, 신장·체중 등을 기록해 당뇨환자 혈당을 관리하는 스마트폰 앱 등이 최근 보편화된 웰니스 제품들이다. 아날로그적 마인드를 디지털로 변환시키는 노력이 건강 분야에서도 시급하다는 것이다.

장년·노년 건강과 관련해 새로운 질환에 대한 대비도 사급하다. 전통적인 노인질환인 심혈관 계통의 질병, 흡연으로 인한 질환 등에 못지않게 최근 주의해야 할 것이 바로 ‘초미세먼지로 인한 혈관 내 염증’이다. 머리카락 10분의 1 크기의 미세먼지가 폐를 통과해 혈관까지 침투함으로써, 인체 염증반응과 혈관 손상 등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지자체의 건강 특화 프로그램도 눈여겨 볼 만 하다. 경상남도는 항노화산업과 관련한 관광서비스를 맡는 전담 법인인 ‘㈜경남항노화웰니스’를 설립해 눈길을 끈다. 산청 한방약초, 함양 산양삼, 거창 온천, 합천 휴체험 등의 항노화 인프라를 활용해 휴양·건강·힐링이 융합된 체류형 항노화 웰니스 관광산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내년 3월 쯤이면 사업의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박규석·신태현 기자 seok@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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