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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내 나이 쉰셋, 바리스타로 써내려간 인생 제2막 들어볼래요?”

[열정으로 사는 사람들] 스타벅스 최고령 바리스타 배연주 파트너

입력 2018-03-05 07:00 | 신문게재 2018-03-05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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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27] 스타벅스 사진자료3_배연주 바리스타
배연주 파트너는 바리스타로 근무하면서 직업에 대한 자부심은 물론, 가정에도 충실한 엄마가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사진제공=스타벅스커피코리아)

향긋한 원두향으로 가득한 스타벅스 하남미사점엔 특별한 바리스타가 있다. 깔끔한 유니폼을 입은 젊은 바리스타 사이에서 연륜이 묻어나는 인자한 미소가 유독 눈에 띄는 배연주(53) 파트너가 그 주인공. 

 

스물다섯 살이 된 딸과 스물두 살짜리 아들을 둔 한 가정의 엄마이자, 스타벅스 최고령 바리스타인 그는 14년의 세월 동안 자신의 자리에서 향기로운 커피를 담아내는데 열중하고 있다.

 

“서른아홉 적지 않은 나이, ‘나도 할 수 있을까’하는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지원했었는데, 벌써 제 나이 쉰세 살이 되었네요. 이젠 바리스타로 정년퇴직하는 게 꿈입니다.” 


입사 전만 해도 배 파트너는 스타벅스를 애용하는 평범한 고객 중 한 명이었다. 자녀들의 통학길에 스타벅스 매장에 자주 들렀고 매장에서 아이들을 기다리는 일이 많았다. 자연스럽게 단골 고객이 됐고 바리스타라는 직업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주부도 가능하다’는 스타벅스의 열린 채용 공고를 보고 용기를 얻은 그는 2005년 39세 나이로 당당히 스타벅스에 입사했다. 결혼 후 출산과 육아에만 충실했던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배 파트너에겐 새로운 인생의 시작이자 도전이었다.

“입사 초반엔 적잖은 나이 차이때문에 다른 파트너들과의 잘 지낼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죠.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자, 한 발짝이라도 더 움직이고 하나라도 더 보고 배우려고 노력했습니다.”

막상 일을 시작해보니 걱정은 기우였다. 어린 파트너들이 자신에게 많은 의지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어색함은 순식간에 사그라졌다. 오히려 언니·엄마 같은 마음으로 파트너들과 깊은 대화를 할 수 있었다.

“제가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처럼 나이 들고 싶다고 말하는 동료 파트너들이 성장해 나가는 보면 늘 마음 한 켠이 뿌듯하죠. 저 역시도 매장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할 수 있었죠. 이러한 것들이 저에겐 소중한 추억이자 살아가는데 필요한 용기와 자양분이 됐습니다.”

 

6년 전 유모차를 끌고 오던 단골 고객은 물론, 함께 근무했었던 옛 동료들도 아이 엄마가 돼서도 배 파트너를 찾아온다. 바리스타는 단순히 커피 한 잔을 만드는 직업이 아니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커피를 마시는 사람마다 다양한 사연과 스토리가 있고, 커피 한 잔이 서로에게 연결 고리가 되면서 위안과 격려가 되곤 합니다. 한 번은 백혈병에 걸린 갓 돌 지난 아이의 엄마 고객을 위로한 적이 있었는데, 1년 후 그 고객이 다시 찾아와 완치됐다는 말을 전하더군요. 너무 기쁘고 감사해서 함께 울었던 경험이 인생 최고의 기억입니다.”

 

[20180227] 스타벅스 사진자료1_배연주 바리스타
스타벅스 최고령 바리스타인 배연주(53·여) 파트너(사진제공=스타벅스커피코리아)

 

바리스타는 그에게 삶 그 자체다.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딸이 어느 덧 훌쩍 자라 대학 졸업을 앞뒀고, 아들은 늠름한 군인이 됐을 정도로 그 세월의 깊이가 커피향처럼 짙다.

“처음에는 걱정이 많았던 가족들도 이제는 사명감을 갖고 즐겁게 일하는 저의 모습을 적극 지지해주고 있습니다. 가족의 격려와 믿음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배 파트너가 입사 후 여러 번의 승진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바리스타 직책으로만 계속 근무하는 이유도 가족에 대한 사랑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근무시간이 짧은 바리스타 직급(5시간)은 일과 가정을 병행하면서 다양한 여가를 위한 시간 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집을 벗어나면 14년차 바리스타다운 프로페셔널한 모습으로 돌아온다. 현재 배 파트너는 스타벅스 사내 커피 전문가 자격증인 ‘커피마스터’를 보유하고, 주기적으로 사내 제품 평가 패널단 활동을 하는 등 바리스타의 자격으로 회사 운영에 전반적인 도움을 주는 다양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경력이 단절된 여성 및 취업 취약계층을 위한 일자리 창출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까지 100여명이 넘는 리턴맘 바리스타가 매장에서 근무 중이다.

특히 지난 2013년부터 출산이나 육아 등으로 퇴직한 스타벅스 전직 점장 및 부점장 출신 여성 관리자를 대상으로 재취업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여성가족부와 ‘리턴맘 재고용 프로그램 협약’을 맺었다.

한 가정의 충실한 엄마이자, 자신의 꿈도 키워나가는 50대 워킹맘인 배 파트너는 오랜 경력 단절 탓에 재취업을 망설이는 여성들을 위한 따뜻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늦은 나이에 입사한 직장 생활을 통해 활기를 찾았고 고객들과의 교감을 통해 보람을 얻었습니다. 커피에 관심이 있고 다양한 사람을 접하는 서비스에 관심이 있다면 이곳에서 분명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엄마로서의 인생이 아닌 나를 위한 제2의 인생을 찾는다면 꼭 도전해보세요.”

박준호 기자 jun@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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