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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83세 현역에, 77세 신입까지’…일본은 지금 '평생 현역 시대'

[채현주의 닛폰기] 저출산·고령화 극복… '평생 현역시대' 꿈꾼다

입력 2018-05-21 07:00 | 신문게재 2018-05-21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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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식품 전문 유통기업인 주식회사 기무라는 지난해 일본 독립 행정법인 고령·장해·구직자 고용 지원 기구와 후생노동성이 공동으로 개최한 ‘고령자채용개발 콘테스트’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기무라는 평생 현역이 가능한 고용제도를 도입시키고 다수의 고령자 인재를 확보해 회사를 성장시킨 기업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현재 기무라 직원의 27%가 60세 이상이다. 최고령자는 83세다.

2년 전 이 회사는 매출 증진을 위해 점포 수를 급속도로 늘려나갔지만 이를 지탱할 인력이 부족했다. 특히 고령화로 노동 인력이 부족한 일본 인력 시장에서 원하는 인재를 찾기 쉽지 않았다. 그 해결책으로 기무라는 지식·기술 등 경험이 많은 고령자들을 대거 고용하기로 결정했다. 신규 인력 채용 조건에서 나이 등을 빼고 ‘경험’ ‘의욕’ ‘연령불문’을 강조했다. 그 결과 실력 있는 고령의 인재들을 다수 채용할 수 있었다.

회사는 그러면서 ‘재고용 상한연령 65세’ 기준 등을 폐지하고 고령자들을 위한 근무 환경도 개선했다. 60세 정년 후 재채용시 현역의 50%를 지급했던 급여 제도를 없애고 현역 당시 급여를 지급해 고령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도록 했다. 또 체력이 필요한 어려운 작업 환경을 기계화로 추진하도록 개선하는 등 ‘고령자 맞춤 시스템’을 대거 도입했다. 회사 측은 “이들 고령자의 노하우 덕에 최근 2년간 2배 가까운 매출을 올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이와라이프넥스트주식회사
직원의 60%는 60대 이상인 일본 도쿄 빌딩관리회사 다이와(大和) 라이프넥스트주식회사는 평생현역 가능한 고용제도를 도입했다. (사진=다이와 홈피 캡처)

 

일본 도쿄 빌딩관리회사 다이와(大和) 라이프넥스트 주식회사도 평생현역이 가능한 고용제도를 도입했다. 다이와는 직원의 60%가 60대 이상의 고령자들이다. 현재 최고령 직원은 83세다.

이 회사는 20세부터 70세까지 서로 잘 어울리며 일할 수 있도록 나이에 대한 격을 허무는 ‘직급·호칭파괴’ 문화를 도입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사내에서 ‘사장님’ ‘부장님’ 등의 호칭 대신 상사에게 이름을 부르게 했다. 젊은 층과 고령 층의 벽을 허무는 기업 문화를 형성한 것이다.

다이와는 프런트 매니저(아파트 관리원)의 경우 65세 정년 후 희망하면 70세까지 이 일을 계속 할 수 있도록 했다. 70세 이후에도 시니어 프런트 매니저로 일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시니어 프런트 매니저는 인재개발부 교육지원과 업무로 빌딩관리자들이 매뉴얼대로 일하는지 감사하고 교육시키는 일을 주로 한다.

이처럼 일본에선 최근 평생 일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인력난을 고령자들을 통해 해소하면서, 지역경제에도 활력을 띄우겠다는 취지다.

 


◇ 나이 제한 없는 일자리 사회로의 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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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식품 전문 유통기업인 주식회사 기무라는 지난해 일본 독립 행정법인 고령·장해·구직자 고용 지원 기구와 후생노동성이 공동으로 개최한 ‘2017년 고령자채용개발 콘테스트’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사진=주식회사 기무라 홈페이지 캡처)

 

일본 총무성이 최근 발표한 지난 3월 노동력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정규직 사원이 103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7년 69만 명에 비해 지난 10년간 60% 증가한 수치다. 70세 전후를 일컫는 ‘어라운드 고희(around 古稀)’ 세대의 사원 수가 크게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의 정책이 이 같은 분위기 형성에 한몫하고 있다. 아베 신조 정권은 최근 65세 이상을 노인으로 보던 기존의 틀을 탈피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정년퇴직 이후에도 현역으로 일하는 사람을 늘리겠다고 했다.

일본 사회는 세계에서 꼽힐 정도로 빠른 속도의 고령화 사회를 겪고 있다. 인구의 25% 이상이 65세를 넘어섰다. 그러면서 15~64세의 생산가능 인구도 1995년 8700만 명이었던 것이 20년 뒤인 2015년 1000만 명 줄어들었다. 노인이 늘어나고 이들을 부양할 생산가능 인구가 줄면서 일자리 부족 현상은 심각해졌다. 구직자 1명 대비 기업들의 구인자 수를 뜻하는 ‘구인배율’은 지난 1월 기준 1.5나 됐다.

아베 총리는 지난 17일 65세를 넘어서도 일할 수 있는 제도에 대해 검토할 것을 관련 분야 장관들에게 지시했다. 그는 “(일에 대한) 의욕이 있는 고령자에게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인구 감소 속에서도 성장 잠재력을 높이기 위해 국가가 임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 시니어 전문 인력시장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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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전문 취업 지원 업체서 소개한 취업에 성공한 고령자들 (사진=시니어잡 홈페이지 캡처)

 

고령자 구직시장 규모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월 77세의 고령자를 취업시켰다고 발표해 눈길을 끈 고령자 전문 취업 컨설팅 기업 ‘시니어잡’은 올해 전년대비 360% 이상의 매출을 올리며 시장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시니어잡을 통해 취업에 성공한 이 77세 고령자는 40년간 전기설비 설계 기술자로 일해 온 그의 경력을 활용할 수 있는 기업에 입사해 주 5~6일을 현역 시절을 방불케 할 정도로 일하며 젊은 직원 육성에도 도움을 주고 있어 취업처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시니어잡 관계자는 “최근 고령자들이 재취업을 통해 능력을 발휘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기업들의 인식도 바뀌고 있다”며 “향후 적극적으로 고령자 채용 범위를 넓히겠다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일본 대표 인력파견 기업 중 하나인 파소나 그룹도 지난 4월 고령자 전문 ‘파소나 시니어’를 설립, ‘평생 현역 사회’를 만들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파소나 시니어는 “고령의 인재들이 그간 쌓아온 풍부한 경험과 능력을 활용해 나이를 불문하고 활약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면서 이들이 경력을 살릴 수 있도록 연수나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했다.

채현주 기자 chjbrg@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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