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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빠르게 주는 ‘일하는 노인’…노후빈곤 고착화 해법은?

입력 2018-06-14 07:00 | 신문게재 2018-06-14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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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이상 노인 가계가 대거 빈곤층으로 추락하고 있다. 그나마 붙잡고 있던 임시·일용직 일자리마저 자취를 감추고 있다. 노인빈곤율 최고인 우리나라에서 ‘노후빈곤’의 속도가 훨씬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OECD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66∼75세 상대적 빈곤율(중위소득 50% 이하인 계층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42.7%, 76세 이상 빈곤율은 60.2%로 압도적 1위다. 회원국 평균의 4배 수준이다. 요즘 대세가 1인 가구라지만 이들의 빈곤화도 눈에 띄게 가속화되고 있다. 이렇게 가다간 ‘일하는 노인’이 모두 사라질 판이다.


◇저소득 고령가구 급증… 2분위가 1분위로 추락

올해 1분기에 소득 5분위 중 하위 20%(1분위) 가구의 소득이 크게 감소했다. 명목소득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8.0%나 줄었다. 특히 근로소득은 무려 13.3%나 감소했다. 2003년 통계 집계 이래 최대 하락폭이다. 고령 가구주 비중이 급증했다는 게 큰 이유로 꼽혔다. 웬만해선 30%대 중반을 넘지 않던 1분위 가구주 중 70세 이상의 비중이 1분기에 43.2%로 치솟았다.

소득 1분위 내 2인 이상 가구의 명목소득은 1분기에 월평균 128만 6700원으로 뚝 떨어졌다. 중위소득 평균치인 284만 7097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도소매·음식숙박업의 경기 부진으로 임시·일용직 일자리가 급감한데다, 바로 위 소득2분위(하위 20∼40%)나 소득3분위(하위 40∼60%)에 있던 70대 이상 노인 가계가 대거 1분위로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1분기 65세 이상 실업률은 7.1%로 1년 전보다 1%p 높아졌다. 1999년 3분기 이후 최고다. 60세 이상 실업률(5.4%)도 2010년 1분기(5.8%) 이후 최고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007년 우리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30% 가량이 경제활동을 하지만, 근로를 희망함에도 일이 없는 노인이 9.4%에 달한다. 이들 중 73%가 ‘생계비 마련’을 위해 일한다고 답했다. 건강유지(6%), 시간보내기(5.8%), 경력활용(1.6%) 등 여유로운 대답은 소수에 그쳤다.

그나마 ‘생계비 마련’ 응답이 2008년 85.9%에서 매년 낮아졌다는 게 다행이다. 하지만 이 역시도 근로소득이 늘어서가 아니라, 2014년 7월부터 소득하위 노인들에게 주는 월 최대 20만원의 기초연금 덕분이다. 일하는 노인들의 직업으로는 단순노무직이 40.1%로 가장 많았다. 전문직은 2.2%, 고위임직원관리자도 1.8%에 그쳤다.
 

2017년 인천시 남구 노인인력개발센터에서 노인사회활동지원사업에 구직신청을 하려는 노인들이 길게 줄지어 있다. 연합뉴스

 


◇5060때 쌈짓돈이라도 모아야 하는데

미래에셋은퇴연구소가 남녀 2001명을 설문조사해 5060 세대의 가족 부양 현실을 조사한 것을 보니 우리 5060 세대의 부실한 노후 준비가 그대로 드러났다. 미래 투자가 절실함에도 가족 부양에 매달려 노후준비를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소는 그래서 5060 세대의 핵심 키워드로 부모은행·원격부양·황혼육아·더블케어 등을 들었다.

부모은행이란 자녀가 성인이 된 후에도 계속 지원하는 경우다. 5060 세대 중 74.8%가 성인자녀 생활비로 가계소득의 14%(73만원)를 매달 지출한다. 학자금과 결혼자금까지 포함하면 5847만 원에 달한다. 원격부양은 노부모와 함께 살지는 않지만 경제적으로 부양하는 경우다. 87.7%가 따로 살지만 44.6%가 생활비를 매달 챙겨드린다. 간병비 추가 부담도 당연하다.

황혼육아는 손주까지 돌보는 조부모를 말한다. 24%가 이를 경험했고, 27.1%는 현재진행형이다. 양육 수고비를 제때 받는 집은 34.9%에 그쳤다. 성인자녀에 노부모까지 위 아래 2대를 동시 부양하는 더블 케어는 5060 세대의 최대 부담이다. 무려 34.5%에 달한다. 월 평균 소득의 20.4%를 빼앗긴다. 소득은 50대가 60대보다 많은데 더불 케어 비용 부담은 60대가 더 크다. 쌈짓돈을 챙기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다.

 

 

◇ 연금·보장성보험, 그리고 ‘워라밸 플랜’ 

 

삼성생명 은퇴연구소는 최근 총 1953명(수도권 및 광역시 거주 25~74세, 비은퇴자 대상)을 대상으로 우리 국민의 은퇴준비 현황과 의식수준을 조사해 ‘은퇴준비지수 2018’ 보고서를 발표했다. 재무 건강 활동 관계 등 항목에 응답자의 ‘실행점수’를 먼저 구하고 주관적 평가인 ‘자기 평가점수’를 산출해 ‘위험’(50점 미만), ‘주의’(50∼70점 미만), ‘양호’(70∼100점)로 구분했다. 2018년도에 이 지수는 54.5점으로 ‘주의’ 수준이다. 2014년 57.2점, 2016년 55.2점 등으로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무엇보다 은퇴 준비에 대한 자신감 하락이 눈에 띈다. 특히 은퇴 후 여가 시간과 관련한 ‘활동’ 실행점수가 44.2점으로 ‘위험’수준이다. 은퇴 후 여가를 함께 즐길 친구나 가족이 줄기 때문이다. 노후건강 관련 준비 수준인 ‘건강’ 실행점수는 59.1, 노후의 원만한 인간관계를 측정하는 ‘관계’ 실행점수는 59.8로 모두 ‘주의’ 수준이었다. 재무적 준비의 필요성을 귀가 따갑도록 들었던 덕분인지 그나마 ‘재무’ 실행점수는 67.8점으로 상대적으로 양호했다. 하지만 대부분 거주 아파트 등에 자산에 의존하고 있어 그리 든든한 노후대비는 안된 상태다. 

 

이번 조사에서 특히 요즘 대세인 ‘1인 가구’의 은퇴준비지수는 50.5점으로 더 열악했다. 1인 가구가 우리 전체 가구의 30% 가까이 차지한다는 점에서 이들이 차후 1·2 분위로 떨어질 가능성이 우려된다. 실제로 이들 가구의 재무 실행점수도 55.1점에 그쳐 다인가구의 69.3점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은퇴연구소 측은 “노후 불확실성을 줄이려면 연금과 보장성 보험이 필수”라며 선제적인 대비를 강조했다. 연구소는 특히 은퇴 후 ‘누구’와 ‘어떻게’ 시간을 보낼 것인지에 대한 준비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이른바 ‘나만의 워라밸 플랜’을 짜놓고 계획성 있게 주기별로 점검해 가며 대비해 가는 치밀함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노은희·강진 기자 selly215@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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