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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너무 늦게'가 아니라 '지금이라서 다행'이라는 강기영!

[人더컬처]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정명석 변호사 맡은 강기영
"40대 가장이기에 붕뜬 느낌 안 갖고 연기할 수 있었다"

입력 2022-08-22 18:00 | 신문게재 2022-08-23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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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종영한 ENA채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플랫폼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데에도 큰 역할을 했다. 그는 “이 정도 화제성은 예상하지 못했지만 1,2회를 다 찍고나서 어느 정도 확신이 들더라”며 남달랐던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우영우’는 6회 정도 사전 촬영된 뒤 방영을 시작했다. (사진제공=나무액터스)

 

현실에 이런 상사가 있을까 싶다. 일각에서는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라며 유니콘 상사라고도 한다. 지난 18일 마지막 방송에서 최고 시청률 17.5%를 기록며 종영한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강기영이 보여준 시니어 변호사 정명석에 대한 반응이다. 극 중 법무법인 한바다의 변호사면서 자폐스펙트럼을 지닌 우영우를 후배로 받으라는 대표의 지시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지만 편견 없이 ‘능력’만을 보고 대하는 인물이다.

 

“좋은 작품이 될 거라고 생각은 했는데 이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아본 건 처음입니다. 동료들마저 ’대세배우’라고 놀리기까지 하니까요. 이런 날이 있을 거라 생각도 못했기에 ‘시원섭섭’한 게 아니라 ‘섭섭섭섭’하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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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강기영의 재발견이란 점에서 더욱 큰 빛을 발한다.(사진제공=나무액터스)

스스로 동시간대 다른 채널 드라마들이 ‘신드롬’급 인기를 누린 적이 많았기에 “그 일부가 되어보니 적응이 안된다”고 눙치면서도 “제작진과 스태프들 간에 웃음이 끊이지 않았지만 무엇보다 주인공 박은빈 배우에게 많이 배웠다. 나무만 보는 나와 달리 큰 숲을 보는 사람”이라며 공을 돌리는 모습이었다. 

 

2009년 연극 ‘나쁜 자석’으로 데뷔한 뒤 각종 드라마와 영화에서 조연급 연기자로 인기를 끈 그는 이번 드라마에서 ‘서브 아빠’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킨 장본인이다. 

 

주인공 다음으로 비중이 높은 인물이지만 주로 로맨스로 엮이는 ‘서브 남주’를 넘어선 존재로 평가받은 것. 마냥 희생하지 않고 적당한 카리스마와 유머를 잃지 않는 모습이 드라마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시니어 변호사로서 우영우를 사회 구성원 중 한명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은 세련되고 따스하다. 정명석은 우영우에게 자폐가 없는 변호사를 ‘보통 변호사’라고 언급한 뒤 “아, 미안해요. 그냥 보통 변호사라는 말은 좀 실례인 것 같네”라고 곧바로 사과한다.

 

또 우영우만 배려를 하는 것 같다는 지적에 “배려가 아니라 꽤 잘하고 있다고 보는데? 사건에 집요하게 매달리는 힘도 좋고 발상도 창의적이고 잘 보면 당신도 우 변호사에게 배울 점이 있을 거예요”라고 일침을 놓는다. 

 

이미 각종 유튜브에는 ‘강기영 남친버전’ ‘정명석 짤’이 인기리에 공유될 정도다. 극 후반 이혼남으로 밝혀지기 전부터 캐릭터의 전사를 묻는 글들이 쇄도할 정도로 활약이 남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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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강기영의 재발견이란 점에서 더욱 큰 빛을 발한다.(사진제공=나무액터스)

 

“솔직히 말씀드리면 극 중 정명석 변호사가 기혼인지, 미혼일지 이렇게까지 관심을 가져주실지 몰랐어요. 결혼을 해보니 가정과 일,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결혼이란 저의 반과 그 사람의 반이 결합한 거니까, 온전한 하나가 되는 건 그만큼 쉽지 않고 그렇기에 가치있는 것 아닐까요?”

 

평소 흔히 말하는 ‘미국아빠’에 대한 로망이 있다는 강기영은 “가든에서 고기를 구워주고 아이들과 잘 놀아주는 부지런한 가장이 현실의 꿈”이라고 호탕하게 웃었다. 높아진 인기로 그가 살고 있는 갤러리를 겸하고 있는 대저택이 화제가 됐던 만큼 “좋은 환경을 빨리 누리게 된 것에 대해 감사한 마음이 크기에 더 열심히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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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영은 중학교 때부터 아이스하키 선수를 꿈꾸며 고등학교 때까지 운동을 했다. 그러다가 2003년 우연히 한 편의 연극을 관람한 뒤 배우의 길을 걷게 됐다고 밝혔다.(사진제공=나무액터스)

정명석은 워커홀릭에 일이 최우선이지만 강기영의 일상을 누리려고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강기영의 장점은 현실적인 애드리브를 찰떡같이 소화한다는 점이다. 자칫 과하거나 지나치게 연기적인 상황에 맞닥트려도 특유의 말투로 분위기를 상쇄시킨다. 무심하게 툭 던지는 한마디가 카메라 안에 잡힌 공기를 바꿔버린다. 

 

그가 출연한 ‘오 나의 귀신님’을 비롯해 ‘김비서가 너무해’, 영화 ‘너의 결혼식’ ‘자산어보’ 등 여러 작품들에서 보여준 연기들이 이를 증명한다. 분량은 크지 않아도 그 신을 잠식하고 극의 분위기를 환기시킨다. 

 

막연하게 중학생 때부터 “난 연예인이 될거야”라고 말하고 다녔다는 강기영. 남들보다 늦게 간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각종 CF와 단역을 전전했을 때도 “깨져도 보고 실패도 해봐야 겸손해지는 것”이라며 좌절하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허황된 자신감이 지금의 저를 만든 것 같기도 해요. 강기영이라는 장르를 분명 좋아해 줄 사람이 있다고 믿었거든요.(웃음) 40대가 돼서야 이렇게 좋은 작품 속에서 멋진 배우들을 만난 것도 큰 행운인 것 같아요. 지금보다 어리고 가장이 아니었다면 내내 붕 떠 있었을지도 몰라요. 평정심을 가지고 이제서야 연기를 즐길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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