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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납치범과 사랑에 빠진 변호사… 29금도 '약하다'

[#OTT] 넷플릭스 '365일', 모두 다 봤지만 '쉬쉬'하는 에로 드라마
1편의 대박 이후 2,3편까지 일사천리로 공개

입력 2022-09-07 18:30 | 신문게재 2022-09-08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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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영화 ‘365일’ 3편의 스틸컷.(사진제공=넷플릭스)

 

사회적으로 성공한 여자와 마피아 두목의 사랑. 과거 한국영화 ‘편지’에서 최진실과 박신양의 로맨스로 다뤄진 이야기다. 하지만 넷플릭스의 시리즈 ‘365일’(365days)는 다르다. 거의 39금에 육박하는 수위로 전세계를 강타했는데 몇년 전 남자주인공 역할로 나온 미켈레 모로네는 ‘가수 화사의 상상연애남’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폴란드판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로 불리는 영화 ‘365일’의 시작은 진부하다.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조직의 우두머리가 된 마시모(미켈레 모로네). 냉철한 판단력과 이탈리아 남자 특유의 외모, 타고난 재력까지 갖춘 그의 주변을 서성이는 이성은 차고 넘치지만 환영처럼 등장하는 여자를 남몰래 그리워하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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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적인 1편의 포스터. (사진제공=넷플릭스)

사실 마시모도 실제로 그 여자가 눈 앞에 나타날 줄은 몰랐다. 남자친구와 기념여행을 온 변호사 라우라(안나마리아 시에클루츠카)를 납치한 건 도가 지나쳤지만 운명의 장난인지 둘은 사랑에 빠진다.

 

극 초반 독립적인 성향의 라우라는 “일년 안에도 나를 좋아하지 않으면 놔주겠다”는 마시모의 큰소리를 비웃지만 ‘365일’은 태생부터가 ‘부정할수록 더 빠지는 인간의 심리’를 겨냥한 작품이다. 

 

극 초반 둘은 전혀 잠자리를 하지 않는다. 마시모는 신사답게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몸에 손 끝 하나 대지 않겠다”고 했다. 

 

되려 다른 여자와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며 라우라를 자극한다. 차가운 머리에 뜨거운 가슴을 지닌 그녀는 곧 마시모의 계획대로 죽고 못사는 사이가 된다. 

 

그들이 다양한 장소에서 욕구를 충족하는 방법은 5분 마다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 끈다. 문제는 ‘365일’이 그저 뻔한 포르노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마시모 몰래 임신한 라우라는 행복한 가정을 꿈꾸게 되고 결혼을 코 앞에 둔 상황에서 상대 조직의 타킷이 된 라우라의 불행한 사고로 끝을 맺는다. 

 

누가 봐도 죽음이 예상되는 결말에 시청자들이 “이게 끝이라고?” 절규할 때 원작 소설을 읽은 해외 팬들은 발 빠르게 2, 3편의 스토리를 공유하며 서로를 다독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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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두 사람의 한때가 2편에서 등장한다.(사진제공=넷플릭스)

  

올초 공개된 ‘365일 오늘’은 웨딩드레스를 입은 여자주인공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신부의 옷을 식 전에 미리 보면 재수가 없다는 속설에도 라우라는 “팬티를 안 입었다”며 마시모를 유혹한다. 사고 직후 아이를 잃었지만 조직 사이에서 불 피바람을 피하기 위해 입을 닫은 라우라는 행복한 결혼생활을 이어간다.

 

문제는 마시모가 차 사고 이후 과도한 보호에 나서며 시작된다. 평범하게 자라 독립적인 인생을 살았던 라우라는 남편이 안전에 집착하며 ‘아내로서의 삶’을 강요하는 게 답답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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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우라는 왜 마피아의 후계자들이 끌리는걸까. 나초라는 이름이 어울리는 귀여운 주인공. 한 입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사진제공=넷플릭스)

폴란드의 가족과 친구들에게 물량공세를 퍼붓고 늘 다정하지만 동시에 바쁘기도 한 마시모에게 지루함을 느끼는 찰나 나초(시모네 수산나)라는 이름을 가진 정원사가 등장한다. 자신을 깍듯하게 부인으로 모시는 그는 과자이름을 한 재미난 남자였지만 당연히 숨겨진 비밀이 있었다.  

 

바로 마시모의 조직과 대대로 경쟁 해온 마피아 집안의 후손이었던 것. 2편은 할리퀸 소설을 제법 읽었던 소녀들이라면 충분히 상상할 만한 막장 스토리가 펼쳐진다. 마시모를 흠모해온 여자가 그의 숨겨진 쌍둥이 남동생을 이용해 라우라를 오해하게 만들고 결국 나초와 충동적인 도피를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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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의 우정도 화끈하다. 극중 마시모의 오른팔과 사랑에 빠지는 라우라의 친구는 이 시리즈의 웃음을 담당하는데 시종일관 사랑한다면서 키스 정도는 동성끼리 우습다. (사진제공=넷플릭스)

 

 당연하게도 나초와 마시모는 전혀 다른 성향이다. 남성미 넘치지만 SM성향이 강한 남편과 달리 나초는 늘 다정하고 따듯하다. 라우라는 조직의 남자들에게 끌리는 피가 있는 걸까. 힘들 때 의지했던 그가 사실은 남편과 적대적인 집안의 후계자란 사실을 알고 그를 떠나려는 찰나 이번엔 총상으로 인해 배가 관통당하며 끝난다.

 

‘365 오늘’의 수위는 1편에 비해 다소 심심한 편이다. 하지만 대신 영상미에 공을 들였다. 카메라 워크와 다양한 구도를 이용해 배우들이 연기하는 절정을 대신하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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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영화 ‘365일’ 3편 포스터. (사진제공=넷플릭스)

 

8월에 공개된 3편은 드라마적인 설정에 무게를 실어 피로감을 덜한다. 야한 것의 끝판왕인 1편과 자극적인 상황의 2편에 질린 관객들을 배려(?)한 느낌이다. 그저 벗은 몸만 주구장창 보여주는 포르노가 아니란 걸 ‘또다른 365일’이 전하는 모양새다.  

 

거의 죽을 뻔하다 살아난 라우라를 더 사랑할 법 한데 이미 마시모는 연적과 살을 섞은 아내의 비밀을 알고 있다.

 

질투심에 망가지는 보스를 조직도 결코 간과하지 않는다. 둘의 사이는 차갑게 식고 각자의 일에 집중하며 일상을 보낸다. 남편이 차려준 패션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승승장구하는 라우라는 우연히 초청된 행사장에서 마음속으로 그리워하던 나초를 우연히 만난다. 

 

마피아 후계자의 삶보다 서핑을 하며 평범하게 살기를 원하는 그의 삶은 사실 여자 주인공이 늘 바래왔던 소망임을 시청자들은 안다. 어쩌면 ‘365일’시리즈는 남녀의 벗은 몸을 주구장창 보여주면서도 결국 일상의 행복은 자극적이지 않은 소소한 것에서 시작함을 알려주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맨살이 얽혀 들며 신음이 난무하고 배신과 욕정으로 얼룩진 막장 스토리로 점철된 ‘365일’ 시리즈가 밉지 않은 건 꽤 세련된 엔딩을 완성했다는 점이다. 수많은 연인들이 ‘진실한 사랑’을 원한다. 그 과정이 싸우고 눈물 흘리고 격하게 행복할지언정 가장 원초적인 질문을 하며 끝나니까 ‘폴란드식 매운맛 포르노’라는 비하는 이제 그만 하는 게 어떨까.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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