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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수리남’ 하정우의 "죄송합니다" 그리고 "부럽습니다"

[人더컬처] 넷플릭스 '수리남' 하정우

입력 2022-09-19 18:00 | 신문게재 2022-09-2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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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사진제공=넷플릭스)

 

“죄송했습니다.”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으로 ‘클로젯’ 이후 2년 반만에 기자들을 만난 하정우의 첫 마디는 이랬다. 그의 표현을 빌자면 “불미스러운 일”을 먼저 언급하며 “관객, 시청자님들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사과드렸어야 하는데 직접 얼굴을 뵙고 말씀드리는 게 맞는 것 같아서 제가 (대면) 인터뷰를 요청드렸다”고 밝혔다.

그 2년 6개월에 대해 하정우는 “더 오랜 시간이 지난 느낌”이라며 “대학 졸업하고 2005년부터 ‘용서 받지 못한 자’ 촬영을 시작으로 쉴새없이 지금까지 오다 멈추니 2년 반이 상대적으로 긴 시간이 흐른 느낌”이라고 털어놓았다.


 

◇실존인물이지만 자유롭게 구축한 강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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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사진제공=넷플릭스)

“실존 인물을 한번 뵀는데 피지컬이 좋으세요. 이래서 살아남을 수 있었구나 싶은 에너지를 가시고 계셨죠. 이래서 전요한이 강인구를 신뢰할 수 있었겠구나 싶었어요. 지금은 아주 평범하게 살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2009년 브라질에서 체포된 마약왕 조봉행과 그의 체포를 도운 민간사업자의 사건을 모티프로 한 ‘수리남’은 ‘용서받지 못한 자’ ‘비스티 보이즈’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 ‘베를린’ ‘군도: 민란의 시대’ ‘허삼관’ ‘클로젯’ 등의 감독, 제작자, 작가, 각색가 등으로 하정우와 호흡을 맞춘 윤종빈 연출작이다.

“실존인물을 모티프로 하지만 캐릭터 구축은 생각보다 자유로웠어요. 동선, 만남, 어떤 비즈니스를 했는지 정도가 비슷하고 재구성한 부분이 많았거든요. 전요한이라는 인물이 목사라는 설정도 허구라서 실존인물이 의식되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홍어수입을 위해 남미의 작은 나라 수리남을 찾은 민간사업자 강인구(하정우)와 그곳을 장악한 마약왕 전요한(황정민) 그리고 전요한의 마약조직을 일망타진하려는 국정원 팀장 최창호(박해수)가 펼치는 이야기다.

“수많은 갈등과 고민을 겪는 인물이에요. 국정원을 도와서 갈 것인가, 전요한 옆에 붙어서 큰 돈을 만질 것인가…수차례 인간적인 고민했을 것 같아요. 결과적으로 선한 길을 선택했다고 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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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남’ 하정우(사진제공=넷플릭스)

 

강인구는 조실부모하고 극 중 표현처럼 살기 위해 “쎄가 빠지게” 일하며 부모의 전철을 밟다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수리남 행을 강행한 인물이다. 적당히 속물스럽고 적당히 정의로운 인물로 사업가로서의 성정을 순간순간 발휘하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전요한 역의 황정민과 심리대결을 펼친다.

“강인구를 코너에 몰릴수록, 극한의 상황에 처할수록 여유를 잃지 않고 대처하는 인물로 표현했어요. 그 연기표현법에 긴장감이 떨어진다는 평을 보고는 속상하긴 했어요. 하지만 모든 취향을 다 충족시킬 수는 없으니까요.”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압박감으로 충만한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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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사진제공=넷플릭스)

“마약왕(전요한) 역할을 해볼까 생각을 안했던 건 아니에요. 극적으로 매력적이니까요. 윤종빈 감독에게 이런 이야기가 있는데 한번 만들어보면 어떻겠냐 제안을 하고 한번 거절을 당했어요. 그렇게 각자 저는 ‘신과함께’, 윤종빈 감독은 ‘공작’ 촬영을 끝내고서야 ‘시리즈로 하면 가능하겠다. 형이 강인구 역할을 하고 마약왕을 (황)정민이 ”형이 하면 되겠다’ 해서 시작했죠.”


그는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누가 캐스팅되느냐 였다”며 “(황)정민이형, (조)우진, 박해수 배우 등을 떠올리면서 장면들을 상상했다”며 “해수는 이 작품으로 처음 알게된 배우인데 리딩부터 잘 캐스팅했구나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그렇게 시작된 ‘수리남’의 촬영현장은 다수의 험난한(?) 캐릭터로 분한 다작배우 하정우에게도 처음 경험하는 “압박감”으로 충만했다. 그가 너무 고생이 심해 윤종빈 감독에게 “제가 연출을 하게 되면 복수하겠다”고 공표(?)할 정도로 유독 힘들었다는 ‘군도’에 “버금가는 여정”이었다.

“물리적 피곤함이 엄청났어요. 해도 해도 분량이 많았죠. 대사량이 엄청 많았고 한정된 스케줄 안에서 6시간짜리를 만들어야 해서 하루에 소화하는 컷수가 굉장히 많았어요. 게다가 강인구는 모든 인물을 다 만나고 외국어 대사에 감정 연기, 액션까지 모든 것이 총망라된 인물인데다 해외 로케이션이었잖아요. 뭐 하나 허투루 넘어가는 게 없이 준비를 철저히 하는 현장이었어요. 8시 슛이면 이미 30분 전에 촬영 준비가 끝나 있었거든요. 배우들이 미리 준비를 안하고 올 수 없는 분위기였죠. ”

“최근 ‘피랍’을 비슷한 스케줄로 촬영했다”는 하정우의 전언처럼 8, 9개월 동안 2시간 30분짜리 영화를 만드는 것과 6시간 분량의 시리즈를 완성하는 건 “하루의 운영과 촬영 진행 속도가 달랐다.”


◇하정우의 힘, 사람…뇌를 공유한 듯한 윤종빈 감독과 한결같은 황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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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남’으로 호흡을 맞춘 하정우(왼쪽부터), 박해수, 황정민, 유연석(사진제공=넷플릭스)

 

“제가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힘은 사람들이었던 것 같아요. 제 의지가 아니라 저와 함께 하겠다는 마음들이 있어서 제가 좋은 작품에 출연할 수 있었으니까요. 어떤 위기 상황이나 절망적인 순간에도 부모님, 친한 사람들과의 사랑, 신뢰 등이 있었죠.”

“다 힘들지만 윤종빈 감독님 현장이 유독 힘들어요. 저랑 서로 뇌를 공유하고 있다고 느낄 정도로 닮았어요. 어떤 농담을 던졌는데 누구 입에서 먼저 나온 건지 헷갈릴 정도죠. 제가 배우로서도, 연출을 할 때도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신뢰하는 감독 중 한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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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사진제공=넷플릭스)

그렇게 뇌를 공유하는 듯한” 하정우와 윤종빈 감독이 평소 주고받는 말 습관, 농담 등은 ‘수리남’ 강인구의 대사와 캐릭터에 고스란히 스며들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호흡을 맞춘 황정민에 대해서는 “처음 매니지먼트에 들어갔을 때의 선배는 배우할 때 참 열정적이었다”고 털어놓았다.


“평소에는 말씀도 많이 하시고 에너제틱하고 술도 좋아하고 사람들도 좋아하고 활발하신데 촬영장에서 연기 직전에는 조용히 계세요. 에너지를 응축하는 루틴처럼 보이는데 되게 서정적인 느낌이죠.”

더불어 자신의 촬영 루틴에 대해서는 “어떤 연기든 그 전에 감정을 절대 내비치지 않는다. 오열 장면이어도 미리 그 감정을 준비하려 하지 않는다”며 “모르는 척 있다가 현장에 들어가는 순간 몰입도를 발휘하는 루틴이 저에겐 맞는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하정은 황정민에 대해 “촬영에 임하는 에너지와 자세들이 엄청난데다 모든 게 릴렉스돼 있는 것 같다”고 말을 보탰다.

“액션 신으로 합을 맞추다 보면 운동신경, 긴장감 등 어떤 몸 상태인지가 느껴지는데 형은 마디마디가 릴렉스돼 있어요. 멱살을 잡고 목을 끌어올리는데도 안힘들어요. 병으로 내려칠 때도 자칫 잘못 치면 다치는 부분에 대해 꼼꼼하게 설명하시면서 수차례 절 안심시켜주시는 걸 보고 마음 써주고 배려해주는 게 느껴졌죠.”


◇차기작 ‘피랍’ ‘하이재킹’ 그리고 부러운 ‘오징어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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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남’ 하정우(사진제공=넷플릭스)

 

“유독 기억에 남는 장면은 초반 응수(현봉식)와 부둣가에서 (수리남에서 홍어 수입) 계약을 하고 말장난을 하는 신들에서는 너무 자연스러워서 ‘찐’웃음이 나요. 연기하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죠.”

더불어 “(전용한이) 첩자를 가려내는 장면이 인상깊었다”고 밝혔다. 그는 “전체 영화 촬영의 딱 중간에서 이틀 동안 진이 빠질 정도로 집중하면서 찍은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전체 인물이 텐션을 다 올려야 했고 여러 각도에서 찍었거든요. 뒷모습도 텐션을 안올리면 튈 정도여서 극도로 집중해야 했죠. 이틀 동안 촬영을 마치고는 체력적으로 너무 진이 빠져버렸어요. 웬만하면 밥을 먹고 헤어지는데 그 이틀은 그냥 뿔뿔이 흩어질 정도였죠.”

최근 ‘킹덤’ 시리즈의 김성훈 감독과 ‘피랍’ 촬영을 끝낸 하정우는 11월부터 ‘하이재킹’ 촬영에 돌입한다. 하정우에 따르면 “영화 ‘백두산’ 조감독의 입봉작”으로 1970년대 민간 항공기가 납치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저보다 나이가 어린 부기장 역할이라 3개월째 탄수화물과 당을 제한하는 다이어트 중”이라고 밝힌 하정우는 ‘오징어게임’의 에미상 다관왕에 대해 “경사로운 일”이라고 축하를 보냈다.

“‘오징어게임’의 수상 소식을 듣고는 마냥 부럽다고 생각했어요. ‘수리남’도 그런 자리에 초대받으면 좋겠다 생각하면서 (에미상 시상식 현장의) ‘오징어게임’ 단체 사진에 우리 ‘수리남’ 배우들 얼굴을 붙이면서 행복해 했죠. 한국 콘텐츠가 발 뻗고 확장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건 너무 감사하고 대단한 일이에요. 이제는 더 책임감을 가지고 양질의 작품 만들어내야겠죠. 배우들도, 제작진도, 감독님들도 그런 각오와 생각을 하고 있어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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