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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석화업계, 위기는 기회라고 외치지만…

입력 2024-03-27 06:07 | 신문게재 2024-03-27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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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산에 있는 롯데케미칼 대산 공장(사진제공=롯데케미칼)
충남 서산에 있는 롯데케미칼 대산 공장(사진제공=롯데케미칼)

 

중국의 설비 증설로 벼랑 끝에 몰린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의 내부 분위기가 침울하다. 석유화학 기업들은 위기를 기회로 삼아 돌파구를 찾고 있다지만 장기화된 불황이 이어지면서 뒤숭숭한 내부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모습이다.

26일 관련 업계 및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 따르면 국내 석화 기업 중에서도 롯데케미칼 일부 재직자를 중심으로 좌절감을 호소하는 글이 늘고 있다. 조직 슬림화와 인원 감축, 공장 매각 추진 및 가동률 하락, 무성과급 등에 따라 희망이 없는 회사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속앓이가 나온다.

롯데케미칼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3477억원으로, 2년 연속 적자다. 연내에도 적자 고리를 끊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롯데케미칼은 기초소재 사업 비중이 상당히 높아 다른 석화기업들에 비해 더욱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중국이 기초 소재 자급를을 끌어올리면서 공급 과잉, 수요 둔화라는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것이다. 석화업계 내에선 범용 석유화학 제품을 한계사업으로 인식하고 신사업을 발굴하는 등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롯데케미칼도 해외 법인 지분을 매각하는 등 관련 사업에서 줄줄이 발을 빼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중국 내에서 기초화학 소재를 생산하던 롯데케미칼자싱, 롯데케미칼삼강 지분을 매각했다. 또 엔지니어링 플라스틱(EP)를 생산하는 중국 허페이법인, 폴란드 판매법인(롯데케미칼폴란드), 페트(PET)와 나일론을 생산하는 계열사 케이피켐텍도 모두 청산했다.

최근에는 말레이시아 대규모 생산기지인 롯데케미칼타이탄(LC타이탄) 매각도 검토 중이다. 한때 회사의 캐시카우로 꼽혔던 LC타이탄은 석유화학 제품 원료인 에틸렌,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등을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수요 감소로 지난해 61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 2010년 1조5000억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인수한 LC타이탄은 기업 가치가 7500억원 수준 안팎까지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훈기 롯데케미칼 대표마저 올해까지는 흑자 전환이 힘들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 대표는 26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제48기 정기 주주총회 직후 연내 흑자 전환이 어려울 것 같다고 밝히며 “(석유화학 시황은) 올해 1분기가 바닥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반기에는 작년보다 실적이 나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롯데케미칼은 범용 석유화학사업의 비중을 점차 줄이고 스페셜티, 수소 등 사업 포트폴리오를 개선해 수익성을 개선해나간다는 전략이다. 이 대표는 “올해 화학 전체 포트폴리오를 5개로 나눠 범용 석유화학 비중을 절반 이하로 과감하게 줄일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작년부터 ‘나프타분해설비(NCC) 매각설’에 휩싸인 LG화학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LG화학의 분위기는 침체되고 직원들의 사기도 떨어진 상태다.

LG화학은 시황 악화에 에틸렌 등 기초 유분을 제조하는 전남 여수 NCC 2공장의 지분 매각을 지난해부터 추진해왔다. 또 작년 6월에는 석유화학 원료인 스티렌모노머(SM)를 생산하는 충남 대산 SM 공장을 멈췄고 이달에는 여수 SM 공장 가동 중단도 검토 중이다.

불안감을 진화하듯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25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NCC 2공장 매각에 대한 계획이 없다며 우려를 일축했다. 다만 합작사(JV) 형태로 절반 가량의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는 관측이 투자은행업계를 중심으로 퍼지면서 고용 불안정에 대한 직원들의 우려는 여전히 커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도수화 기자 dosh@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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