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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댈님'이 알려주는 돈 길… "수수료 아끼기부터 시작"

[열정으로 사는 사람들] 은행원 출신 금융 크리에이터 김지아

입력 2021-05-17 07:00 | 신문게재 2021-05-17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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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에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로 돈을 어떻게 찾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아직 많아요. 비밀번호 바꾸기도 어려워하는데요. 경제 공부보다 중요한 건 실용적인 금융이에요. 제가 은행을 나와 금융 크리에이터가 된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은행 혜택을 전파하려고 은행원을 그만둔 사람이 있다. 특히 전세자금대출이 뭔지 몰라서 비싼 월세 내거나 고금리 대출 쓰는 서민들이 그의 눈에 밟혔다. 은행 창구에서 만나는 손님 한 명으론 부족했다. 은행 문턱이 높다는 사람들에게 ‘유튜브’로 다가갔다. 제1금융권을 나와 금융 크리에이터가 된 김지아씨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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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댈님의 생활 속 금융이야기’ 채널을 운영하는 금융 크리에이터 김지아씨 (사진제공=본인)

◇은행 대리님에서 만인의 ‘댈님’으로

 

“‘댈님의 생활 속 금융이야기’라는 채널을 운영하고 있어요. 제가 은행에서 ‘대리님’으로 불렸거든요. 대리님을 빠르게 말하면 ‘댈님’이라 들리잖아요. 댈님이라는 애칭이 친근한 만큼, 사람들이 금융과 친해져서 불이익 당하지 않도록 앞장서고 싶어요. 경제를 쉽게 가르치는 강의를 하는 게 저의 목표입니다.”

 

평소 은행에서 한명 한명에게 설명하던 내용을 정리하는 취미로 시작했다. 온라인에서는 손님 한명이 금세 두명이 되고, 두명이 또 금방 100명을 넘었다. 어느새 구독자 6만명이 댈님을 찾는다. 은행에서는 출납 업무부터 신용카드, 당좌 및 보험, 펀드, 개인 대출과 우수 고객(VIP) 관리까지 도맡았다. 이제는 국토교통부와  중소벤처기업부, 서민금융진흥원 등 정부부처, 공공기관, 다른 크리에이터들과 손잡고 폭 넓은 개인 금융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제가 여러분에게 ‘금융 정보를 알려야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있어요. 저희 가족이 지방은행 입출금통장을 쓰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송금할 때마다 수수료를 500원씩 내고 있다는 거예요. 아니, 은행원 가족이 수수료 내는 입출금통장을 쓴다뇨. 그래서 첫 영상으로 수수료 면제 통장을 소개했어요. 은행원 가족마저 이럴진대, 주변에서 알려주는 사람이 없으면 얼마나 더 심하겠냐고요.” ‘아는 만큼 돈 길이 보인다’는 그의 경험속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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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댈님’이 처음 선보인 유튜브 영상 화면

 

◇“밖으로 나오니 나도 소비자”

 

“은행원이라는 직업은 제 적성에 정말 잘 맞았어요. 사람들 이야기를 듣고 필요한 상품을 찾아주는 일이 재미있거든요. 청약저축에 가입하려는 어떤 손님을 도와줬더니, 몇 년 뒤 ‘아파트를 분양 받았다’며 ‘고맙다’는 인사를 받기도 했어요.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당할 뻔한 할머니를 구한 적도 있는데요. 제 말을 듣지 않고, 사기범과 연락한 사실을 숨기더라고요. 의심스러워서 여러 차례 설득했더니 자초지종을 설명해준 할머니. 다행히 송금하지 않고 돈을 지켰습니다.”

 

금융권에 몸 담으며 가장 어렵다고 생각한 것은 다름 아닌 소통이다. 보이스피싱뿐만 아니라, 영업점에 거래하러 와서도 “은행과 은행원을 못 믿겠다”는 손님까지 있었다. 돌아보면 그게 금융소비자 입장에 서보게끔 한 기회가 됐다. 소비자와의 돈독한 신뢰 쌓기는 모든 비즈니스 영역에서 성공의 공통 분모이다. 금융권 소비자 눈높이로 보니, 투자 성향도 달라졌다. 원금 보장 일색인 은행을 벗어나 투자 상품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은행원이어서인지 저의 투자 성향은 안정추구형이었는데요. 은행을 나와 이것저것 공부하다 보니 적극투자형을 향하고 있습니다. 호기심이 많은데다 여러 정보를 전하려면 다양한 상품을 저부터 접해봐야 하겠더라고요.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로 시작했어요. 주식부터 달러와 금, 부동산에도 꾸준히 관심 갖고 있습니다.” 재테크의 기본은 스스로 공부를 하고 아는 상품에서부터 접근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모르는 분야에서 일확천금을 꿈꾸는 것은 예측불가능한 리스크를 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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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댈님’이 금융소비자 사례에 답해주는 유튜브 영상 화면

◇“자유로운 만큼 스스로 움직이자”

 

“가끔 ‘내가 은행원이 되지 않았다면 지금 뭘 하고 있을까’ 스스로에게 물어봅니다. 무슨 직업으로 첫 발을 떼었다 해도 역시 크리에이터를 하고 있을 것 같아요. 걸어온 길만 달라졌을 거예요. 제 목표는 하나거든요. 저는 즐겁고 창의적인 일을 좋아합니다. 어느 직장을 가든 조직이란 게 비슷하잖아요.”

 

회사를 벗어나니 자유로워졌다. 하지만 그 뒤엔 더 엄중한 책임이 따르는 법이다. 알아서 규칙적으로 움직이는 게 좋다. 대리님이던 시절과 마찬가지로 댈님도 오전 9시 일하기 시작한다. 영상 기획하고, 자료 조사하고, 대본 쓰고, 영상 찍어 편집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10분도 안 되는 영상 하나를 만들더라도, 이를 위해 일주일을 쏟아 붇는다. 자기 자신을 통제하고 목표를 향해 꾸준히 걷는 인내심도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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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댈님’이 직장인과 유튜버로서의 삶을 비교하는 영상 화면

“등대를 보고 걸어가는데 ‘저 등대가 내 등대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스치면 힘들더라고요. 저는 취업하기 직전이 그랬어요.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구체적이지 않으니 혼란스러웠죠. 마냥 누군가의 보호를 받고 배우기만 하다가 독립해야 할 때가 오잖아요. 우리, 나 자신을 너무 조이지 말아요. 저처럼 책을 읽으며 다른 사람한테서 동기를 얻어도 돼요. 여러분의 댓글이 저를 움직이기도 하거든요. 저도 여러분에게 용기를 주는 댈님이 되겠습니다.” 

 

댈님의 인생관은 얘기를 듣다 보면 ‘즐겁게 창의적으로 스스로’로 규정될 듯 하다. 취업도, 자산 모으기도, 자기 삶을 걸어가는 방식도 일단은 ‘즐겁게’ 시작해야 한다는 것 같다. 댈님의 ‘생활속 금융 이야기’가 한층 즐거운 우리를 위한 이야기가 되기를 바란다.

 

유혜진 기자 langchemist@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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