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비바100 > Leisure(여가) > 영화연극

[Pair Paly 인터뷰]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 장인 박유덕과 ‘진짜 형’ 박한근 “다독이면서 다독임 받죠!”

입력 2017-12-09 18:00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2017112101010013703 copy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의 빈센트 역 박한근(왼쪽)과 테오 박유덕(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사실 너무 부담되는 작품이에요.”

전세계적으로 사랑받는 화가의 삶을 담은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2018년 1월 28일까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 빈센트로 새로 합류한 박한근은 부담감으로 복잡했던 마음을 토로했다.

“워낙 잘 됐고 마니아층도 많아서 대사 토씨 하나 가사 하나까지 다 꿰고 계신 팬들이 많은 작품이잖아요. 하지만 초·재연 배우들과 비교되는 부담은 잠깐이었어요. 가장 큰 부담은 실존인물이라는 거였죠. 실제 있었던 사람을 어떻게 하면 가장 사실적이면서도 극적으로 보여드릴까가 가장 큰 부담이었어요.” 

 

배우 박한근 인터뷰12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의 빈센트 역 박한근(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박한근의 말처럼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는 화가 빈센트(박한근·김경수·이준혁·조상웅, 이하 관람배우·가나다 순)와 그의 동생 테오(박유덕·김태훈·유승현·임강성)가 주고받은 편지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빈센트 반 고흐’ 장인 박유덕과 진짜 형 같은 빈센트 박한근

“고증을 위해 책이나 영화, 드라마 등을 찾아서 보고 (초·재연 빈센트 역의 김)보강이한테 전화도 해봤죠. ‘예전 빈센트들처럼 하지는 말아야지’는 아니었어요. 정해진 대본이 있고 실제 사람과 사건, 상황들이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어쩔 수 없는 건 제가 박한근이라는 사실이죠. 그 안에서 저만의 빈센트를 만들어 가야한다는 부담이 엄청 컸죠.”

‘빈센트 반 고흐’는 ‘살리에르’ ‘광화문연가’ 등의 김규종 연출작으로 최근 네티즌들이 MBC ‘복면가왕’ 65회 가왕으로 등극한 ‘레드마우스’로 추정한 싱어송라이터 선우정아의 음악으로 꾸린 뮤지컬이다. 3D영상 맵핑기술로 ‘별이 빛나는 밤’ ‘고흐의 방’ ‘꽃핀 아몬드 나무’ ‘밤의 카페’ ‘카페테라스’ 등 고흐의 명작들이 무대 위에 구현되는 작품으로 2014년 초연돼 2016년 재연을 거쳐 세 번째 시즌을 맞았다.

“새로 온 빈센트들에 맞춰가는 재미가 있어요. (박)한근이 형이랑 할 때 초연의 느낌을 좀 받았던 것 같아요. 극 중 테오가 빈센트를 보살피고 도와주는데 실제로는 반대인 것 같아요. 테오로서는 빈센트를 다독이고 있지만 박유덕으로서는 다독임을 받아요. 공연하면서 형을 통해 치유받는, 되게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이죠.”

알고 지낸 지는 오래됐지만 한 작품, 한 무대에 서는 건 처음이라는 박한근에 대해 박유덕은 “진짜 형 같다”고 말했다.

배우 박유덕 인터뷰8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 테오 박유덕(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진짜 형 같은, 무대 위에서 함께 호흡하고 극을 끌어가면서 걸림돌이 없는 느낌이었어요. 편하게 진짜 집에서 하는 것처럼 무대 위에서 오롯이 테오로 있었던 것 같거든요. 박유덕으로 빠져나온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런 박유덕을 비롯한 테오와 그를 연기하는 배우들이 있어서 박한근은 자신만의 빈센트를 만들어갈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특히 초연부터 테오를 연기한 박유덕에 대해 박한근은 ‘뭘 하든 장인’이라고 표현했다.

“극 중 빈센트와 테오처럼 항상 뒷처리를 다 해주고 맞춰주는 테오(배우)들이 있어서 오롯이 저만의 빈센트로 무대 위에 있을 수 있는 것 같아요. 특히 (박)유덕이는 테오 뿐 아니라 ‘빈센트 반 고흐’의 장인에, ‘라흐마니노프’ 장인이잖아요. 제가 생각했던 테오이자 고갱이자 안톤을 바로 옆에서 연기로 보여주는 배우가 유덕이었어요. 뭘 해도 어색하지 않은, 그래서 제 빈센트를 더 해도 되는 테오죠.”


◇인간적인 외로움에 집중한 박한근의 빈센트
 

배우 박한근 인터뷰4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의 빈센트 역 박한근(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늘 ‘인간’에 중점을 둬요. ‘모차르트 오페라 락’을 할 때도 ‘광염소나타’ 제이를 할 때도 늘 그랬어요. 천재의 광기 보다는 빈센트가 가족과 사회 안에 얼마나 흡수돼 있었는지, 얼마나 순수하게 사랑했는지에 집중했죠.”

그렇게 ‘인간’에 집중하면서 박한근에게 가장 크게 다가온 빈센트의 감정은 ‘외로움’이었다. 그의 표현을 빌자면 ‘눈물이 날 정도의’ 외로움이었다.

“표현이 안되는 외로움이었어요. 저는 당연히 겪어보지 못했고 무대 위에서도 한두번 겪어봤을까 싶은, 하지만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보편적인 외로움이었죠. 제 곁을 먼저 떠나간 (소속사 아시아브릿지컨텐츠 최진) 대표님, 친구 등이 떠오르면서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까 싶고…제가 보여줘야할 게 그 깊이라고 생각했어요. 호흡, 눈빛, 기운만으로도 그 깊은 외로움을 표현하는 게 숙제였죠.” 

 

배우 박한근. 박유덕 인터뷰2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의 테오 박유덕(왼쪽), 빈센트 역 박한근 (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연습 시작부터 공연 중인 지금까지도 눈물이 부쩍 많아졌다는 박한근은 “연습실에선 늘 우는 거 아녜요? 연습이라도 우는 연기를 거짓말로 어떻게 해요…”라며 쑥스럽게도 웃는다.

“고흐가 생전에 그림을 하나 팔정도로 인정받지 못했고 유명하지 않았는데도 엄청나게 많은 그림을 그렸잖아요. 죽기 몇 년 동안은 광기에 어려 일년에 300편 이상을 그렸다고 알려져 있죠. 저는 외로워서, 말할 대상도 없고 잠도 안오는 상태에서 할 수 있는 게 그림 밖에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작품 수가 많을수록 외로움이 더 커졌다는 생각이 들었죠. 고흐의 황금기가 아니라 가장 외로운 때가 아니었을까…그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지금까지와는 다른 박한근의 빈센트를 불편해 하는 이들도 없지 않고, 그 역시 알고는 있다. 그럼에도 “결국 진심은 통하겠죠. 크게 흔들리지 않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오롯이 빈센트 바라기 박유덕의 테오

배우 박유덕 인터뷰7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테오 박유덕(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아버지를 연기할 때 지금의 극장(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 구조상 완전히 푹 숙일 수가 없어요. 영상을 찍을 때 어떻게 했지를 생각하면서 최대한 숨소리까지 맞추려고 노력 중이죠. 이번 시즌에는 빈센트만 보고 있다 보니 빈센트들마다 다른 호흡 따라가랴 영상에 맞추랴 바빠요.”

세 번째 시즌까지를 함께 하며 테오 뿐 아니라 빈센트의 큐까지 꿰고 있다는 박유덕은 “이번 시즌은 오롯이 빈센트만을 바라보고 있다”고 전했다.

“빈센트도, 테오도 세상에 처음 보여줘야 했던 초연 때는 캐릭터를 구축하고 표현하는 데 집중한 것 같아요. 재연 때는 저만의 색을 넣어보겠습니다 했다면 올해는 테오를 버리고 오롯이 빈센트만 보자 생각했어요.”

극 중 테오는 아버지, 고갱, 안톤 등 다양한 인물을 표현해야 한다. 어떤 배우는 맛있는 양념을 섞고 누군가는 톤 자체를 달리하기도 하지만 박유덕은 ‘자연스럽게 그 사람처럼 생각하는’ 테오다.

“초연부터 그랬어요. 문을 열고 들어가면서 고갱처럼, 아버지처럼, 안톤처럼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걸 극명하게 나눠버리면 오히려 지나치게 연기하는 느낌이 날 것 같거든요. 호흡을 맞추는 데 중점을 두고 스르륵~하죠.”

박유덕의 “스르륵~ 한다‘는 표현에 박한근은 “마인드 콘트롤”이라고 대꾸했다. “어깨에 힘을 준 연기라기 보다 나는 아버지다, 나는 안톤이다, 나는 고갱이다 마인드 콘트롤이 중요한 연기”라는 박한근의 부연에 박유덕이 “그래서 형이랑 호흡이 잘 맞는다”고 동의를 표한다.


◇빈센트의 어마어마한 존재 테오, 내 사람 아닌 나였던 테오의 빈센트

배우 박한근. 박유덕 인터뷰8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의 테오 박유덕(왼쪽), 빈센트 역 박한근 (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테오는 빈센트에게 어마어마한 존재죠. 나의 유일한 친구이자 내편 그리고 선물. 배우 박한근만의 분석으로는 때로 테오를 질투도 좀 했었던 것 같아요. 스스로가 표현하고 싶은 예술과 삶이 있었지만 그로 인해 지독하게 외로웠잖아요. 그리고 테오는 나와는 상반된 삶이었고. 동경하고, 그 동경이 지나쳐 질투도 하지만 빈센트에겐 이 사람(테오) 뿐이죠.”

이렇게 말한 박한근은 “테오 뿐 아니라 그가 아버지일 때도 고갱, 안톤일 때도 테오를 떠올린다”고 덧붙였다.

“떠난다는 고갱에게 제발 가지말라고 바지가랑이를 잡을 때도 테오를 생각해요. 테오가 고갱이 돼 내 앞에 서있지만 사실은 테오를 떠올리죠. 테오 너마저 나를 버리면 아무도 없다는 생각이 큰 것 같아요. 테오 배우들이 모든 역할을 다 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어요.”

박한근의 말에 박유덕은 “빈센트는 내 사람이 아니라 나”라고 표현했다. 3인칭이 아닌 1인칭, 박유덕의 말대로 “테오는 빈센트를 하나”로 여긴다. 

 

배우 박한근 인터뷰3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의 빈센트 역 박한근(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형이 아프면 나도 아프고 웃으면 나도 웃잖아요. 내가 아프면 형도 아프고 테오가 웃으면 빈센트도 웃거든요. 빈센트와 테오를 직접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저라면 그렇게 생각했을 것 같아요. 그래야 테오같은 일들을 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같이 더 많이 아프고 더 많이 웃고…빈센트가 테오고 테오가 빈센트라고 생각해요.”


◇박유덕의 ‘기억’과 박한근의 불면증

“초연부터 지금까지 매회 울컥하는 부분들이 달라요. 최근엔 첫신부터 그래요. ‘기억하지?’라는 말에 마음이 많이 가고 기억하고 싶고 그래요.”

박유덕은 대사 중 ‘기억’이라는 단어에 마음이 쓰인다고 털어놓았다. 극 중 마비성 치매로 죽어가면서도 형 빈센트의 유작전을 준비하는 테오를 연기하며 잦은 교통사고로 기억을 지워가고 있는 어머니가 자꾸만 떠올라 온신경을 집중하게 되곤 한단다.

“‘내 아들’이라는 대사에 그럴 때도 있어요. 교통사고로 의식불명 상태에 있던 엄마가 깨어나시면서 ‘아들’이라고 부르던 때도 생각나고…아픈 기억들이라 좀 힘들긴 하지만 절로 그렇게 돼요.”

작년까지만 해도 스스로 혹은 누군가의 아픈 기억과 경험들로 무대 위 스스로의 감정을 채우고 표출하는 게 맞나 죄책감 혹은 자괴감이 들곤 했다는 박유덕은 “내 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배우 박한근. 박유덕 인터뷰7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의 테오 박유덕(왼쪽), 빈센트 역 박한근 (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캐릭터라는 옷을 입고 관객들과 공감하는 게 제 일이잖아요. 그래서 저는 공연을 하고 보려고 오시는 분들도 공감을 찾아오시는 것 같거든요. 여러분이 느끼는 아픔과 기쁨을 저도 느끼고 있으니 우리 같이 한번 풀어볼까요 하는 거죠.”

박한근은 극 중 빈센트처럼 오래도록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오전 7~9시에 집중적으로 깊게 잠이 들기도 하지만 약을 처방받고 향초도 피워보고 따뜻한 우유를 마시거나 수면양말도 신어 봤지만 여전히 불면증은 한몸처럼 따라 붙고 있다. 

 

배우 박유덕 인터뷰6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테오 박유덕(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자는 건지 생각을 하는 건지 꿈을 꾸는 건지 구분이 잘 안가요. ‘빈센트 반 고흐’ 런스루(Run Through 처음부터 끝까지 하는 연습)를 돌고 공연 중 실수하거나 엇나간 걸 복기하는데 이게 꿈인지 생각인지를 모르겠어요. 그때부터 또 고민하고…막공(마지막 공연) 날까지 그럴 것 같아요.”


◇‘사라진 것들’ 그리고 살아지는 것들

“추적추적 내리는 빗속에 서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에요”

박유덕은 ‘사라진 것들’의 가사들이 와닿는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빈센트의 외로움을 쏟아내는 이 넘버가 초연부터 좋았단다.

“오늘을 살면 오늘이 사라지는 거잖아요. 일상적인 가사지만 어떻게 보면 아무렇지도 않은 가사인죠. 또 어떻게 보면 절망적이고 아픈 가사기도 해요. ‘살아보려 했는데 세상은 나에게 가질 수 없는 것만을 쥐어줘 놓고 다 빼앗아 가네, 내 무능을 비웃듯…누구나 그렇게 살아가잖아요.”

그렇게 박유덕은 좀 더 너그러워지고 많은 이들을 포용하려고 노력 중이란다. 그리곤 얼마 전 트라이아웃 공연된 ‘1446’ 세종을 연기하면서 가슴에 와 닿았던 대사에 대한 소회를 털어놓기도 했다.

“대신들이 끊임없이 모함하는데도 ‘그 사람들 또한 나의 사람이고 백성이니 내가 품어야 겠지요’라는 세종의 말이 마음에 와닿아요. 누가 저를 욕하고 싫어하든, 돌을 던지든 제가 안고 가야할 사람이라는 생각이 자꾸 들거든요. 예전이라면 안보면 그만이라고 생각했을텐데 요즘은 탓을 하기는 해도 내 사람이니까 품고 가야지 하는 마음이 더 커요.”

그리곤 얼마 전 개발부터 트라이아웃까지를 함께 했던 작품이 본공연을 못하게 됐다는 통보를 받았을 때의 심경도 전했다.

 

2017112101010013704 copy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의 빈센트 역 박한근(왼쪽)과 테오 박유덕(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예전이라면 엄청 실망했을 거예요. 분명 기다렸을 거고 이 작품을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떠올렸을텐데 요즘은 그럴 수도 있지 싶고 그들은 또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그리곤 “생각 같아서는 하고 싶은 작품을 다 하고 싶지만 현재는 ‘빈센트 반 고흐’를 잘 마무리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 말하는 박유덕에 빈센트가 그림을 그리듯 무대에 오른다는 박한근이 진심을 전한다.

“빈센트가 진심으로 그림으로서 사람을 위로할 수 있었던 것처럼 저희들의 진심이 잘 전달되면 좋겠어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