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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ir Paly 인터뷰]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의 억울한(?) 포 윤형렬과 깊은 그리스월드 정상윤 “영원히 살아 숨쉬는 나의 마음 속 이야기들!”

입력 2018-01-23 19:27 | 신문게재 2018-01-23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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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의 윤형렬(왼쪽)과 정상윤(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제가 그리스월드였을 땐 이렇게까지 포를 괴롭히지는 못했는데 극이 바뀌면서 너무 괴롭힘을 당하고 있어요. 눈 파고 매달고….”

‘검은 고양이’ ‘어셔가의 몰락’ ‘모그르가의 살인사건’ ‘애너벨 리’ 등의 독창적인 천재 문학가 에드거 앨런 포(김수용·윤형렬·이창섭·정동하, 이하 가나다 순)의 일생을 담은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2월 4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의 윤형렬은 장난스럽게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으로 말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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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 포 역의 윤형렬(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는 당대 최고의 권력자이자 목사인 그리스월드(백형훈·에녹·정상윤·최수형)가 화자(話者)로 들려주는 에드거 앨런 포의 이야기다.

 

2016년 초연 당시 에드거 앨런 포의 라이벌이며 당대 최고의 권력자이자 목사인 동시에 극의 화자(話者)이기도 한 그리스월드로 분했던 윤형렬은 재연에서 포로 전향했다. 

 

“포가 쓴 시나 소설들을 읽다보니 정말 똑똑한 사람 같아요. 문인이지만 ‘모르가의 살인사건’을 보면 이과적인 머리도 좋았던 것 같아요. (문과적·이과적 두뇌) 양쪽을 다 가진 사람이었더라고요. ‘갈가마귀’를 발표하고는 해석본을 내기도 했죠. 하지만 친절하지 않아요. 해석도 어려워 이해가 안될 정도였죠. 자신의 글과 영감에 대한 자신감과 확고한 신념이 있었던 것 같아요.”  

 

이렇게 말한 윤형렬은 “‘검은고양이’나 ‘함정과 진자’는 기괴하면서도 인간 본연의, 누구나 한번쯤 꿔본 악몽, 혼자 해본 나쁜 생각 등을 직접 건드리거나 ‘난 다 알고 있지’ 식으로 뱉어버린 시가 많다”며 “엄청 시대를 앞서 간 사람이다. 쉬쉬하던 시절에 그런 글들은 파격적이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런데 ‘애너밸리’ 같은 건 되게 뭉클하잖아요. 당시에는 ‘사랑 그 이상의 사랑’이라는 표현 때문에 ‘시체성애’라는 말도 안되는 소문도 돌았지만 되게 아련하고 뭉클한 시더라고요. 이런 시를 쓴 사람이 어떻게 ‘검은 고양이’를 썼나 싶을 정도로 재능이 많았던 것 같아요.”


◇억울한 게 많은(?) 에드거 앨런 포 윤형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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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의 그리스월드 정상윤(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사실 ‘에드거 앨런 포’는 그리스월드의 전지적 시점으로 이야기를 풀어가잖아요. 저도 그리스월드할 때 그래서 재밌었죠. 앙상블들이 한껏 도와주고 포를 가지고 노는 재미가 있었죠.”

그리곤 “포는 그리스월드와는 또 다른 재미가 있다”며 “감정의 낙차가 커서 그만큼 보여줄 것도 많다. 공연이 끝나고 나면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고 털어놓았다.

“초연에 비하면 물리적으로 굉장히 바빠졌어요. ‘매의 날개’부터 ‘함정과 진자’까지 거의 퇴장하지 않고 무대 위에 있거든요. 물 한 모금 마실 틈도 없는 상태에서 공연의 반 정도가 지나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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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의 윤형렬(왼쪽)과 정상윤(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그 물리적 어려움도 적응해 “지금은 어렵지 않게 하고 있다”는 윤형렬의 포에 대해 초연부터 그리스월드로 함께 했던 정상윤은 “연습과정이나 공연을 보면 (윤)형렬이는 포와 그리스월드의 감정을 다 잘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고 평했다.

 

“두 역할을 다 하다 보니 그리스월드가 어떤 행동을 할 때의 감정은 물론 그런 그리스월드로 인해 포가 느낄 감정까지 잘 이해하고 있죠. 그러다 보니 작품에 더 녹아 있는 것 같고 편하기도 해요. 굉장히 솔직한 포죠. 순서와 구성 자체가 바뀌었고 포가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보다 직접적이면서도 이미지적으로 발전시킨 것 말고는 초연에서 크게 달라지진 않았어요.”

정상윤의 말처럼 그리스월드가 직접적으로 포를 가해하는 장면이 많아지면서 윤형렬은 공연 내내 괴롭힘을 당하는 신세(?)가 돼버렸다. 어떤 날은 극이 끝나자마자 혹은 커튼콜에서 복수를 하듯 형 정상윤의 멱살을 잡아 흔들어 대기도 한다.

“초연에서 그리스월드를 할 때도 높여서 불렀어요. 그리스월드 넘버들이 제 목소리가 힘을 받기에는 좀 애매한 음역대거든요. 제가 ‘노트르담 드 파리’ 콰지모도로 데뷔하다 보니 처음엔 다들 걱정을 하셨죠.”

게다가 ‘에드거 앨런 포’는 뮤지컬에서 잘 안쓰는 음들로 넘버를 꾸렸다. 이에 대해 윤형렬은 “성악 중에서도 카운트 테너에 가까운 음역을 가지고 있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콰지모도의 넘버도 그렇게 저음이 아니에요. 콰지모도의 가장 낮은 음이 그랭구아르 보다 훨씬 높거든요. 오히려 제가 편하게 부를 수 있는 음역대여서 편하게 하고 있죠. 한편으로는 억울한 것도 있어요. 안높게 들리니까. 악기로 따지면 같은 음이라도 바이올린으로 내는 것과 첼로로 내는 건 다르거든요. 같은 피치여도 첼로로 연주하면 더 낮게 들리는 거랑 비슷해요.”


◇소신있게 미친(?), 가장 숨기지 않는! 그만큼 뿌리 깊은 그리스월드 정상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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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 포 역의 윤형렬(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되게 악랄하고 사악한 그리스월드예요. 다들 사악한데 (정)상윤 형은 사악함을 숨기려 하지 않죠”

윤형렬의 폭로(?)에 정상윤은 “사악하지 않다. 윤형렬 포를 각박한 현실과 정신적인 핍박, 분열되는 고통 속에서 꺼내 편안한 곳으로 이끌어 영면을 시켜주는 것”이라며 개구지게도 눙친다.

“신앙인으로서, 권력자로서 시대의 파수꾼 같은 인물이죠. 비운의 천재작가 등장은 그 시대 권력자로서는 막아야하는 일이었어요. 아이러니하게도 그 시대 정의의 사도일 수도, 왜곡자일 수도 있는 캐릭터죠.”

이는 당시 문학 경향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정상윤은 “당시는 예쁘게 포장하는 작품들이 많았다. 당시의 예술은 그래야 했는데 그렇지 않은 작품이 나타나니 반향이 컸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스월드는 소신있게 미친 캐릭터예요. 너무 굳건해서 더 무서운 것 같아요. 신앙이 아니면 살아있을 이유가 없는 그리스월드가 포를 만나면서 극단적으로 내달리는 거죠.”

윤형렬의 말에 정상윤은 “당시에는 할 수 없는 혹은 해서는 안되는 일을 하는 포에 질투를 느끼기도 했을 것 같다. 하지만 너무 잘해서가 아니라 그리스월드 스스로는 가둬둔 것을 포가 거침없이 하기 때문”이라고 말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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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의 그리스월드 정상윤(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나(그리스월드)는 참고 버티면서 권력, 힘, 정치, 예술 등을 조정하는 위치에까지 올랐는데 하찮고 보잘 것 없는 포가 나타난 거죠. 정신은 대등하거나 앞서있다고 할 수 있지만 그리스월드에게는 아직은 나타나면 안되는 존재이지 않았을까 싶어요. 머나먼 미래에 나타나야할 포가 1800년대에 떨어졌으니 부딪힐 수밖에요.”

이어 “필력과 사상에 이끌려서가 아니다. 그 필력과 사상이 자신의 스위치를 건드려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 때문에 포는 있으면 안되는 사람”이라며 “그래서 그리스월드로서는 신념이 더 굳어지고 포를 더 끝내려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윤 형의 그리스월드는 가장 뿌리가 깊은 느낌이랄까…초연 때도 혼자 연구를 진짜 많이 했어요. 대본도 일찌감치 뗀 상태에서 파고 또 파고 했죠. 노선이나 캐릭터 해석이 다를 수는 있어요. 상윤 형은 자신이 해석한 캐릭터에 뿌리 깊이 박혀 있는 그리스월드죠.”


◇발칙하고 저돌적으로 진화한 포, 불꽃 튀는 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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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 포 역의 윤형렬(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포와 그리스월드가 닮은 부분도 분명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제(그리스월드)가 같이 한번 해보자 제안했을 때 포가 받아들였다면 잘 되게 해줬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포가 단칼에 거절해버리니 극과 극이 될 수밖에 없었죠.”

정상윤의 말대로 그리스월드와는 부딪힐 수밖에 없는 포는 재연 들어 더 거침없어졌고 저돌적으로 진화했다.

“처음 재연을 준비하면서 대본을 수정할 때 (노우성) 연출님이 한 얘기가 있어요. 포를 좀 더 저돌적인 캐릭터로 만들고 싶다고 하셨죠. 예의도 모르고 날 것의 말도 던지는 그런 인물이요.”

윤형렬의 설명처럼 보다 저돌적이고 발칙해진 포에 입각해 만들어진 것이 ‘왜 당신 글을 실어야하는지 이유를 말해봐’라는 처음 만난 편집장의 물음에 장황하게 답 하지 않고 ‘많이 팔릴테니까’라고 대꾸하는 등의 신이다.

“게다가 그리스월드와의 격돌이 많아지면서 움직임도 커져서 포 캐릭터가 더 세게 보이는 게 아닌가 싶어요. 그리스월드가 마지막에 거의 폐인을 만들잖아요. 그럴 때 (첫사랑) 엘 마이라(나하나·안유진·최유리)가 포를 찾아와서 ‘시를 써야해. 당신의 시가 얼마나 나를 순간순간 살게 하는 줄 알아’ 하면서 시를 읊어주는데 미치겠는 거예요. 그렇게 ‘글을 써야 한다’ 다시 각성하는, 가장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는 신들이 그리스월드와의 부딪힘이 분명해지면서 다시 살아난 느낌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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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의 그리스월드 정상윤(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이어 “혼자 자가발전하지 않아도 절로 각성하게끔 상윤 형이 많이 괴롭혀 주고 있다”고 덧붙이는 윤형렬에 정상윤 역시 “뒤에서 눈 뽑고 별 걸 다하는데 강해진 포 덕분에 임팩트 있어졌다”고 동의를 표했다.

“포가 강해진 만큼 더 세게 제재하게 되죠. 돈줄을 끊고 직업을 빼앗고 저작권을 가져오는 등 4차까지 단계별로 옥죄는 강도가 확연하게 보이는 것 같아요. 그 격돌은 동적으로 보이지만 감정, 에너지, 심리 등의 이동 같은 정적인 거예요. 포의 죽음 바로 앞에서 등을 밀어주는 느낌이죠.”


◇나를 닮은 윤형렬과 포, 신념 말고는 닮은 구석이 없는 정상윤과 그리스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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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 포 역의 윤형렬(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내가 만약 천재라면, 내 영감을 글로 썼는데 사람들을 미치게 만든다면…상상을 해봤어요. 어릴 때잖아요. 너무 행복하고 신날 것 같았어요. 그래서 그리스월드를 만나기 전까지의 포를 에너제틱하게 표현하고 싶었어요. 저라면 그랬을 것 같거든요. 참을 수 없는, 마구 떠오르는 영감들과 사람들의 직접적이고도 열정적인 반응이 얼마나 좋았겠어요.”

조심스럽게 에너제틱하고 신난 그 모습이 자신을 닮았다는 윤형렬은 “우울한 극에서 포가 생기 있을 때는 그 초반 뿐”이라며 “그때를 최대한 올려둬야 후반의 추락도 잘 보일 것 같아서”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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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의 그리스월드 정상윤(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포에게 행복은 돈 벌어서 좋은 차를 사는 게 아닌 것 같아요. 어머니가 일찍 죽었고 집안 내 병력이 있다는 두려움에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은 했겠지만 물질적인 게 중요하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정신세계가 훨씬 넓었기 때문에 공상하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을 거예요.”

더불어 자신의 글에 열광하는 독자들 앞에서 행복하고 들떴던 포처럼 윤형렬 역시 자신의 무대에 열광하는 이들을 볼 때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그게 보람이고 원동력이죠. 누구나 그런 것 같아요. 자신의 존재나 노력을 인정받았을 때 힘이 나잖아요. 인간은 그 힘으로 살아가는 게 아닌가 싶거든요. 포는 하물며 천재였으니 그런 순간이 얼마나 많았겠어요. 마지막까지 글 쓰는 걸 포기하지 않은 원동력이었을 거예요.”

포와 닮은 점이 많다는 윤형렬과 달리 정상윤은 ‘굳은 신념’을 제외하고는 그리스월드와 다르다고 밝혔다.

“그리스월드가 철저히 가면을 쓰는 사람이기는 한데 그 가면도 굳은 신념에서 나온다고 생각하면 진짜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사람들을 대하거나 유머러스한 모습, 선동하는 힘은 닮으면 좋을 것 같기는 해요.”

그리곤 인간으로서, 배우로서 ‘굳은 신념’의 중요성에 대해 털어놓기도 했다.

“인간에게, 배우에게 확고한 신념은 매우 중요해요. 제가 살고 있고 살아왔고 살아갈 길, 삶에서 정상윤이라는 사람의 존재가 신념 그 자체죠. ‘내’가 중요한 것 같아요. 배우로서의 신념도 크게 다르지 않아요. 무대 위에서 살아있고 거짓말 하거나 꾸미지 않고 그 사람으로 설 수 있는 거죠. 어디서든 내가 중요한 것 같아요.”


◇이구동성 ‘영원’, “영원히 살아 숨쉬는 나의 마음 속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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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의 윤형렬(왼쪽)과 정상윤(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이 사람이 그 시대든, 지금이든, 이후 시대든 영원하다는 말이 좋은 것 같아요.”

가장 인상적이거나 핵심적인 단어, 장면, 넘버에 대한 질문에 정상윤은 “뭐 하나 그냥 지나가는 신이 없어서…”라면서도 ‘영원’을 가장 좋아하는 넘버로 꼽았다. 이에 윤형렬은 “영원히 살아 숨 쉬는 나의 마음 속 이야기들”을 읊기도 했다.

“실제로 그 사람(포)은 죽었고 그리스월드가 작품과 명성을 훼손하고 왜곡했지만 고증을 통해 결국은 살아나잖아요. 그게 가장 하고 싶은 말인 것 같아요. 육체가 있든 없든 살아 숨 쉬는 이야기들이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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